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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5분 걷기 힘든 90대 허리 환자도 부작용 줄인 맞춤 수술로 개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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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면

고령 척추 환자 맞춤형 치료

PMC박병원 의료진이 모여 척추 골절과 척수 종양으로 진단받은 78세 고령 환자의 맞춤 수술 방법과 치료 계획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인성욱 객원기자

PMC박병원 의료진이 모여 척추 골절과 척수 종양으로 진단받은 78세 고령 환자의 맞춤 수술 방법과 치료 계획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인성욱 객원기자

 “오른쪽 다리가 말도 못하게 아파서 5분 걸으면 한참 쉬었어요. 하루라도 아프지 않고 살고 싶어 수술받았는데 아주 잘한 결정인 것 같아요.”

2㎝ 이내 절개 후 부분마취 #현미경·내시경 활용해 수술 #중증 척추 질환도 90% 치료

강현구(92·가명·서울 마포구)씨는 지난달 19일 척추 수술을 받았다. 수년 전부터 허리 통증으로 물리치료와 주사 치료를 받아왔는데 4개월 전부터는 엉덩이·허리 통증과 다리 저림으로 잘 걷지 못할 만큼 증상이 심해졌다. 정밀검사를 해보니 척추관 내부가 좁아져 척추 신경이 눌려 있었고(척추관협착증), 뼈와 뼈 사이의 물렁물렁한 디스크도 탈출해 있었다. 강씨는 부분마취를 한 뒤 1㎝가량 절개해 내시경으로 눌린 신경을 풀어주는 ULBD(편측 후궁 절제술 후 양측 감압술)를 받았다. 강씨의 주치의인 PMC박병원 박진규 원장은 “평균 수명이 증가하고 삶의 질이 중요해지면서 최근 척추 수술을 받는 70세 이상 고령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며 “ULBD 같이 수술 부담을 덜어주는 척추 치료법이 발전해 고령 환자도 적극적인 치료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원인 모를 골절은 주삿바늘 시술로 고쳐

고령 환자는 척추관협착증, 허리 디스크(디스크 탈출증) 같은 중증 척추 질환으로 고통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허리가 끊어질 듯한 통증, 시리고 저린 다리 통증으로 일상생활이 힘들다고 호소한다. 과거엔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병이 진행됐어도 고령 환자의 경우 주로 주사·물리 치료 같은 단순 보조치료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고령 환자가 수술받기엔 체력적으로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척추뼈를 나사못으로 고정하는 전통적인 수술(척추 유합술)은 전신마취를 한 뒤 문제가 되는 척추뼈를 잘라내고 흔들리는 척추뼈를 고정하기 위해 나사못을 넣어 고정하며 수혈을 하는 등 일련의 과정이 필요했다. 박 원장은 “고령 환자는 뼈가 약하고 전신 기능이 전반적으로 떨어져 있기 때문에 전신마취와 함께 나사못을 넣는 수술 과정 자체가 합병증의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중증 척추 질환이 있는 고령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최소침습 수술법이 발전했다. 박 원장은 “부분마취와 2㎝ 이내 절개로 척추 관절의 손상을 줄이면서 현미경·내시경으로 치료하는 ULBD 같은 최소침습 수술법으로 기존에 수술이 필요했던 중증 척추 질환의 90%가량을 치료할 수 있다”며 “단, 척추뼈가 심하게 흔들리거나 옆구리의 신경 구멍이 완전히 막혀 있는 경우엔 기존의 척추 유합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고령 환자에게서 잘 발생하는 또 다른 척추 질환은 원인 모를 골절이다. 나이 들수록 뼈가 약해지기 때문에 작은 충격에도 뼈에 금이 가고 깨지기도 한다. 이영순(77·가명·경기도 광명시)씨는 최근 앉았다 일어날 때마다 등 쪽에 담이 들고 결리는 듯한 통증이 생겨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골절이 발견됐다. 부분마취를 한 뒤 주삿바늘로 뼈를 보강해 주는 시멘트를 넣어 뼈를 때우는 간단한 시술(척추체 성형)을 받았다. 액체 상태로 주입되는 시멘트가 퍼져 폐·심장 혈관으로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특수 접착 물질(젤폼)을 함께 주입해 시술했다. 젤폼을 이용한 시술의 안전성을 입증한 논문이 2016년 유럽척추저널에 실렸다. 박 원장은 “과거에는 뼈가 붙을 때까지 두세 달을 가만히 누워 있거나 나사못을 넣어 고정하는 수술을 했는데 누워 있는 동안 근육이 다 빠지고 욕창이 생기는 등 합병증이 더 무서웠다”며 “지금은 특수 주삿바늘로 뼈를 간단히 보강해줄 정도로 수술법이 획기적으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고령 환자도 안전하게 받을 수 있는 척추 수술법이 발달했지만, 여전히 고령이라는 나이 자체는 간과할 수 없는 위험 요소 중 하나다. 박 원장은 “환자의 대다수는 이미 다양한 질환을 앓고 있고 심장·폐 기능이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 수술 전·중·후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을 예측하고 대비해야 한다”며 “다양한 과목의 전문의가 모여 수술 계획을 논의하는 다학제 시스템이 고령 환자에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의 협진으로 위험 요소 예측해 대비

장문호(83·가명·서울 노원구)씨는 양쪽 다리가 저려 100m를 채 걷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해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척추뼈 3번과 4번, 4번과 5번 사이가 막혀 있는 협착증이었다. 장씨는 평소 고혈압·당뇨병을 앓고 있었다. 이에 따라 심장 초음파검사를 추가로 진행했다. 그 결과, 심장 주변에 물이 차 있고 혈관 상태가 좋지 않았다. 장씨의 치료 계획 논의를 위해 심장내과·마취과·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신경외과·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가 한자리에 모였다.

우선 심장 주변에 물이 차 있어 수액 용량을 좀 줄이는 게 좋겠다는 소견이 나왔다. 또 혈관이 조금 좁아져 있어 수술 시 혈압이 떨어지지 않도록 약간의 혈압상승제를 쓰기로 했다. 장씨는 “지난달 25일 수술을 받았는데 통증도 훨씬 줄었고 재활 치료를 받으러 가는 길을 걷는 데도 별 무리가 없다”며 “수술을 받기 전 식물을 가꾸는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조만간 다시 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박 원장은 “예전엔 나이가 들면 아픈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 방치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나이 들어도 사회활동을 활발히 한다”며 “다양한 수술법과 다학제 시스템이 받쳐주므로 통증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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