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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해충에 물렸을 땐 즉시 냉찜질, 심해지고 열나면 항생제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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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여름철 벌레와의 전쟁
날씨가 더워지면서 답답한 실내를 벗어나 산·들·바다 등 야외로 떠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등산하거나 캠핑을 즐기고 들판에 누워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여름철 야외 활동을 할 땐 곤충이나 벌레의 접촉에 주의해야 한다. 물리면 부기와 통증, 가려움증으로 고생하기 쉽다. 증상이 심한 경우 알레르기 반응까지 발생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곤충·벌레로부터 건강을 지키는 방법을 알아두고 올바로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다.

모기·벌·개미가 문 자국 놔두면 #세균 침입, 농가진·연조직염 유발 #민간요법 믿다간 상처 덧날 수도

산이나 바닷가, 들판에 나가면 몸은 온갖 벌레의 표적이 된다. 모기·벌·나방·개미에 접촉하거나 물리는 경우가 흔하다. 벌레나 곤충에 물리면 물린 부위가 붉어지면서 가벼운 부기가 올라온다.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과 가려움증이 심해진다. 이렇게 곤충·벌레 물림에 따른 피부 반응을 ‘곤충 교상’이라고 한다.

피부 반응은 주로 곤충의 타액 속에 포함된 독소나 곤충의 일부가 피부에 남아 생기는 이물 반응 탓에 나타난다. 피부가 붉게 변하거나 단단한 구진이 생기며 중심부에 물린 듯한 반점이 있는 게 특징이다. 한림대성심병원 응급의학과 양원석 교수는 “야외 활동이 늘면서 모기를 비롯한 다양한 벌레에 물리고 난 후 알레르기 반응이 생길 수 있다”며 “깊은 산속 처음 보는 벌레처럼 사람의 왕래가 드문 곳에 있는 벌레에게 물렸을 때 알레르기 반응이 더 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적 드문 곳에 사는 곤충은 더 독해

더운 여름에 기승을 부리는 모기에 물리면 보통 붓고 가렵다. 모기는 피를 빨 때 피를 굳지 않게 하기 위해 타액을 피부에 주사하는데, 이 때문에 피부 반응이 나타난다. 보통 모기에 물리면 빨갛게 부분적으로 부어오르면서 가렵다가 2~3일 후면 증세가 나아진다. 그러나 일부 피부가 예민한 사람은 부기가 심하고 열을 동반하거나 화상을 입은 것처럼 물집이 생기는 식으로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난다.

벌은 물린 즉시 화끈거리고 통증이 느껴진다. 이후 부분적으로 심하게 붓고 붉어지며 두드러기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꿀벌·말벌처럼 독이 있는 벌은 화학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급성 염증과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

개미도 비슷하다. 일부 개미는 피부를 물고 난 후 그 자리에 독소를 주입해 피부 반응을 유발한다. 산이나 풀 주변에 많은 나방 역시 피부염 발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른바 독나방이라 불리는 노랑나방의 날개 밑에 붙어 있는 가루나 애벌레의 독침이 피부에 닿으면 닿은 부위가 화끈거리고 가렵다. 가루가 날리면서 눈에 결막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런 곤충들에게 물리거나 접촉했을 때 드물게 전신 알레르기 과민 반응(아나필락시스)이 나타나는 사람이 있다. 산속에서 무심코 벌집을 건드리거나 곤충 여러 마리로부터 한꺼번에 물렸을 때 주의해야 한다. 양 교수는 “단순한 가려움과 피부가 붉어지는 증상 외에도 쌕쌕거리는 천식 소리와 함께 숨이 차고 기침이 나거나 복통을 호소하며 저혈압이 동반돼 어지럽고 식은땀이 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곤충·벌레에 물린 작은 상처가 세균 감염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상처를 통해 세균이 침입하면 농가진이나 연조직염(봉와직염)으로 악화할 수 있다. 농가진은 전염력이 높은 피부 감염증으로 여름철에 주의해야 할 피부 질환이다. 노원을지대병원 피부과 한태영 교수는 “농가진은 피부에 물집이 생기고 진물이 나면서 딱지가 생기는 게 특징”이라며 “면역력이 약하고 아토피가 있는 소아는 더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가진은 전염성이 강한 편이다. 물집 주변을 긁은 손이 다른 신체에 닿으면 하루 만에 몸 전체로 퍼지기도 한다. 연조직염은 물린 상처를 통해 감염된 세균이 피부의 진피와 피하지방층을 침범할 때 발생한다. 한림대성심병원 피부과 박은주 교수는 “초기에 발열이나 오한, 두통, 근육통 등 전신적인 증상과 붉게 붓는 홍반이 주변으로 퍼지고 통증을 동반한다”며 “심하면 표피에 물집이 생기거나 괴사가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알레르기 반응 심할 땐 병원 으로

모기·개미·벌 등 곤충 교상에 나타난 부기와 통증은 대개 냉찜질로 쉽게 가라앉는다. 가려움증은 국소 항가려움증제 혹은 스테로이드 연고를 도포하거나 항히스타민제를 먹으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알레르기 반응이 심하거나 물린 자리가 일주일 이상 지속하면서 딱딱해지면 병원을 찾는 게 좋다.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했을 땐 병원으로 빨리 이송해야 한다. 이송 전까지 눕힌 상태에서 다리를 올려 혈액순환을 유지해 주고 산소가 있으면 마스크로 공급해 주는 응급 처치가 필요하다. 박 교수는 “아나필락시스 경험자여서 응급약인 휴대용 에피네프린을 소지하고 있다면 먼저 허벅지에 주사한 후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조직염이 발생했을 땐 항생제 치료를 시도한다. 열이나 통증이 있다면 진통소염제를 쓸 수 있다. 농가진의 경우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물과 비누로 병변을 깨끗이 씻고 소독한 후 딱지를 제거해 항생제 연고를 바르는 것이 도움된다. 부위가 넓거나 고열과 같은 전신 증상이 있으면 전문의 상담 후 항생제를 복용한다.

현장 처치도 중요하다. 독이 있는 벌에 쏘였을 땐 2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환자를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킨 후 신용카드처럼 얇고 단단한 물건으로 물린 자리 주변을 밀어 벌침을 제거해 주는 게 좋다. 이때 무리하게 힘을 주면 침 끝부분에 남아 있는 독이 몸 안에 더 들어갈 수 있으니 주의한다. 벌침 끝부분엔 독낭이라는 독주머니가 달려 있다. 벌침을 핀셋이나 손으로 집어 뽑으면 독을 짜낼 수 있으므로 시도하지 않는다.

나방 피부염일 땐 긁으면 주변으로 퍼질 수 있어 접촉 부위를 자극하지 말고 물로 잘 씻어낸다. 그런 다음 피부에 남아 있을 수 있는 나방 가루나 미세한 털을 반창고로 떼어내는 것이 좋다. 한 교수는 “벌레에게 물렸을 때 침을 바르는 등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은 효과가 없는 데다 상처 부위를 더 자극할 수 있어 시도하지 않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야외에서 벌레 물림 예방하려면

▶신속한 병원 이동이 어려운 깊은 산에 혼자 가지 않는다.
▶팔다리 노출을 피하도록 긴 옷을 입는다.
▶항상 신발을 신는다.
▶벌레를 유인하는 향수 사용을 자제한다.
▶벌레가 접근하면 되도록 움직이지 않는다.
▶단 음료를 마실 땐 마시기 전 컵 안쪽을 살핀다.
▶음식을 밖에 둘 땐 반드시 덮어 둔다.
▶곤충 퇴치용품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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