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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세계에 알렸다, 한국 궁중음식 대가 황혜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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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기념일·행사·인물을 기리기 위해 홈페이지 로고를 일시적으로 바꿔놓는 ‘구글 두들’에 5일 한국 여성이 등장했다. [사진 구글 캡처]

기념일·행사·인물을 기리기 위해 홈페이지 로고를 일시적으로 바꿔놓는 ‘구글 두들’에 5일 한국 여성이 등장했다. [사진 구글 캡처]

7월 5일, 구글 홈페이지 로고 부분에 특별한 일러스트가 등장했다. 기념일·행사·업적·인물을 기리기 위해 홈페이지 로고를 일시적으로 바꿔놓는 ‘구글 두들’이다. 쪽진 머리에 책을 보며 다양한 음식을 떠올리는 그림 속 여인은 조선시대 궁중음식 문화를 연구, 계승하는 데 한 평생을 보낸 ‘궁중음식 명예기능보유자’ 고 황혜성(1920~2006) 선생이다.

검색창에 한복 입은 여성 일러스트 #탄생 100주년 맞은 선생 업적 조명 #일대기 다룬 온라인 전시회도 열어

5일은 황혜성 선생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 황 선생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한 조선시대 궁중음식 문화를 연구해 국가무형문화재 제38호로 등재하고 세계에 알리는 데 앞장섰다. 1942년 당시 숙명여자전문학교 조교수로 재직하면서 조선왕조의 마지막 주방 상궁이었던 한희순(1889~1972)으로부터 궁중음식 조리법을 전수받았고, 함께 기억과 구술로만 전해지던 내용들을 정리해 요리책 『이조궁정요리통고』를 편찬했다.

황혜성 선생의 일대기를 다룬 온라인 전시도 ‘구글 아트 앤 컬처’를 통해 이날 공개됐다. 구글 아트 앤 컬처는 전 세계 문화기관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문화유산, 예술작품, 기록, 유적지 등을 전시하는 비영리 온라인 전시 플랫폼으로 매년 전 세계 6600만 명 이상의 사용자가 이용하고 있다.

조선시대 궁중 음식 문화를 연구·계승하는 데 한 평생을 보낸 ‘궁중음식 명예기능보유자’ 고 황혜성 선생. [사진 궁중음식문화재단 ]

조선시대 궁중 음식 문화를 연구·계승하는 데 한 평생을 보낸 ‘궁중음식 명예기능보유자’ 고 황혜성 선생. [사진 궁중음식문화재단 ]

‘구글 아트 앤 컬처’ 글로벌 프로그램 매니저인 지몬 레인은 “외국 사례에서도 음식 분야를 구글 두들로 기념한 경우로 ‘프랑스 전통 빵 공인 22주년’과 ‘팔라펠 기념’이 떠오르지만 이 역시 인물을 위주로 다룬 것은 아니어서 이번 황혜성 선생의 두들은 더욱 특별하다”고 말했다.

국내 구들 두들 사례를 살펴봐도 박경리 탄생 89주년, 박완서 탄생 80주년, 신사임당 510주년, 여성탐험가 지현옥 56번째 생일 등이 소개됐지만 음식 분야의 인물과 업적을 주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몬 레인은 “올해가 황혜성 선생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라는 걸 알고 선생이 특별한 소명을 갖고 전 생애를 바쳤던 한국 궁중음식 분야를 전 세계와 공유하기에 더없이 적합한 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황혜성: 평생을 바쳐 궁중음식을 되살려내다’라는 제목으로 공개된 구글 아트 앤 컬처 온라인 전시는 황 선생의 탄생과 유년기 시절, 수랏간 상궁들과의 만남, 궁중 음식 요리책의 편찬 과정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더불어 130여 점의 주요 사진 및 아카이브 자료들이 공개됐는데 1971년 국가 무형문화재 지정 이후 열린 제1회 궁중음식발표회 및 리플릿, 친필 원고, 그리고 조선 22대 왕인 정조가 남긴 『원행을묘정리의궤』 등의 기록을 토대로 재연한 궁중 음식들을 볼 수 있다.

황 선생의 큰딸이자 제3대 ‘조선왕조 궁중음식 기능보유자’인 한복려(73) 궁중음식문화재단 이사장은 “이번 전시가 전 세계 온라인 방문자들을 통해 한국의 궁중음식문화 역사를 소개하고 공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어머니로부터 30년간 궁중음식을 전수받은 한 이사장은 2004년 MBC 드라마 ‘대장금’에서 여러 궁중음식을 재연한 바 있다.

한 이사장은 궁중음식의 가치에 대해 묻자 “법도와 절제, 배려가 있는 음식”이라고 답했다. “왕과 왕족이라는 어른을 공경하기 위해 법도를 지켜 절제해서 만든 음식이자, 왕이 신하들에게 베풀기 위해 고민하고 연구했던 음식들”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요즘 한식은 플라스틱 그릇에 담아 먹는 떡볶이 등 길거리 음식이 전부인 것처럼 다뤄져 안타깝다. 이번 구글 두들과 온라인 전시를 통해 궁중음식의 법도와 가치를 알리고 우리 식문화가 이렇게 훌륭했구나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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