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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멀지 않은(?) 미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비대면 소비가 일상화됐다. 음식점에 직접 가지 않고 배달 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채소나 과일 등 신선식품을 구매하는 예도 늘었다. 학원에 가는 대신 온라인 강의를 듣는 등 일상에서 비대면 서비스가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과 함께 “머지않은 미래엔 드론을 이용한 배달이 정착될 것이다” “병원에 가지 않고 영상을 이용해 진료를 받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와 같은 내용을 전하는 글도 볼 수 있다.

이처럼 시간적으로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것을 나타낼 때 ‘머지않다’ 또는 ‘멀지 않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둘은 어떻게 다를까?

‘머지않다’는 가까운 미래를 뜻하는 말이다. 즉 시간적으로 가깝다는 의미다. 주로 ‘머지않아’ ‘머지않은’ 꼴로 쓰인다. 한 단어로 취급해 사전에 올라 있는 낱말이므로 ‘머지 않다’ ‘머지 않아’ ‘머지 않은’ 등처럼 띄어쓰기를 해서는 안 된다. 모두 붙여야 한다.

이와 달리 ‘멀지 않다’는 두 단어다. ‘멀다’에 ‘않다’가 붙은 형태로,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다는 뜻이다. 한 단어가 아니므로 ‘멀지’와 ‘않다’를 띄어 써야 한다. “집에서 학교까지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아 걸어 다닐 만하다”처럼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서두의 두 번째 예문은 시간(미래)과 관계된 것이므로 “병원에 가지 않고 영상을 이용해 진료를 받는 시대가 머지않았다”로 바꾸어야 한다.

‘머지않다’는 시간적인 개념을, ‘멀지 않다’는 공간적인 개념을 나타낸다고 기억하면 도움이 된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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