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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토·알래스카·괌 출격…美, 3종 폭격기 사용법 꺼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 본토에서 B-52가 동아시아로 긴급 출격하는 등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미 폭격기의 움직임이 분주해지는 양상이다. 북한이 도발 예고 후 숨 고르기에 나선 사이 미측이 이상 징후를 포착하고 대북 억지력을 키우는 것 아니냐는 의미다.

최근 미 B-52, 10시간 걸려 이례적 본토 출격 #알래스카 6시간, 괌 6시간 비행 후 폭격 가능 #"북한 두려워하는 폭격작전 경우의 수 늘어"

미 공군의 전략폭격기 B-52H가 사막 위를 날고 있다. [미 공군]

미 공군의 전략폭격기 B-52H가 사막 위를 날고 있다. [미 공군]

5일 해외 군용기 추적사이트인 '에어크래프트 스폿'과 군 당국에 따르면 전날(4일) 미 공군의 전략폭격기 B-52 스트래토포트리스가 루이지애나 박스데일 공군기지를 떠나 일본 아오모리(靑森)현 미사와(三澤) 기지 인근에서 작전을 펼친 것으로 나타났다. B-52는 이후 괌 앤더슨 기지로 돌아갔다고 한다.

눈에 띄는 건 B-52가 본토에서 출격했다는 점이다. 핵을 탑재할 수 있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략핵잠수함(SSBN)과 함께 미국의 '3대 핵전력'으로 꼽히는 전략자산 B-52는 괌에서 작전을 시작하는 게 관례였다. 미 공군 지구권타격사령부(AFGSC)의 핵심 자산 B-52가 이례적으로 미 본토에서 10시간 이상 비행해 바로 동아시아 작전을 수행한 데는 이유가 있다는 의미다.

류성엽 21세기 군사연구소 전문위원은 “미국이 증원전력의 유사시 동북아 전개 능력을 점검하는 한편 ‘언제, 어디서든 때릴 수 있다’는 힘의 과시로도 읽힌다”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군 안팎에선 미국이 북한을 겨냥해 한 차원 높은 압박을 가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3일 당 중앙군사위원회 예비회의에서 ‘군사행동 계획 보류’를 결정한 데 이어 지난 2일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내치 전념을 시사하는 등 북한이 정중동 행보로 돌아섰음에도 대북 억지력의 필요성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기습 도발 가능성을 미측이 여전히 높게 평가하고 있을 수 있다”며 “동시에 중국과의 군사적 긴장도 염두에 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북한 도발 국면에서 주로 정찰기를 출격시키던 미국이 최근엔 폭격기를 다양하게 운용하면서 상대에게 경고 메시지를 던지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실제 B-52 3대는 지난달 중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여러 차례의 연합 및 합동 훈련 임무를 마치고 알래스카 아일슨 공군기지에 배치됐다. 미 공군은 2017년 7∼8월 레드 플래그 훈련 이후 3년 만에 B-52의 알래스카 배치를 공개하며 “일본 인근 해상까지를 작전 반경으로 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에 미 본토 출격뿐 아니라 6시간 내 작전 반경이라는 선택지까지 제시한 셈이다.

미 공군 B-1B 1대가 일본 항공자위대 전투기인 F-2의 호위를 받은 채 비행하고 있다. [미 공군]

미 공군 B-1B 1대가 일본 항공자위대 전투기인 F-2의 호위를 받은 채 비행하고 있다. [미 공군]

이와 함께 미 공군은 지난 5월 장거리 폭격기인 B-1B 랜서 4대를 괌 앤더슨 기지에 배치하면서 3시간 내 대북 폭격기 공격이라는 선택지도 만들어놨다.

B-1B는 미 공군의 폭격기 가운데 유일하게 핵무기 공격 능력은 없지만 적지를 저공으로 침투한 뒤 재래식 정밀타격무기로 폭격하는 능력을 갖춰 ‘창기병(lancer)’으로 불린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기가 고조되던 2017년 3월 한 달에만 5차례 한반도를 비행한 바 있다. 당시 북한은 B-1B가 한반도 인근에 뜰 때마다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미 공군은 이 같은 운용 방침을 폭격기의 움직임을 예측하기 어렵게(less predictable) 만드는 동적 전력 전개(DEF) 방식으로 설명했다. 군 당국자는 “미국이 의도적으로 폭격기에 작전 가능한 경우의 수를 늘렸다”며 “북한이 미 폭격기를 중대한 위협으로 여기는 만큼 도발을 앞두고 어려운 고민에 빠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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