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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 투톱 교체에도 강경화 굳건···'K5'에 힘 실린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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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내신기자단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내신기자단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K5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지난 3일 단행된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라인 교체 인사 후 외교부에선 이런 말이 나오고 있다. 외교·안보 투톱인 국가안보실장과 국가정보원장을 교체하는 개각이 단행됐지만,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그 태풍을 피해갔기 때문이다. 'K5'는 강 장관이 문재인 정부와 함께 5년의 임기를 함께 간다는 의미의 별칭이다.

'의전장관' 비판은 옛말, 발언권 커져 #'코로나19' 위기를 'K방역' 기회로 #인사 장악 통해 '강비어천가'도 나와 #북핵 외교 실패 책임은 여전히 약점

이번 인사의 계기가 된 것은 사실상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 김연철 통일부 장관에 대한 경질론은 물론이고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17일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정 실장은 이번 인사로 물러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함께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에 내정됐다.

지난달 23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국무회의 및 수도권 방역 대책회의에서 이번 외교안보라인 교체 인사에서 생존한 정경두 국방부 장관(왼쪽)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맨 오른쪽)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두 장관 사이는 서호 통일부 차관(왼쪽 두 번째)과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오른쪽 두 번째).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달 23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국무회의 및 수도권 방역 대책회의에서 이번 외교안보라인 교체 인사에서 생존한 정경두 국방부 장관(왼쪽)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맨 오른쪽)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두 장관 사이는 서호 통일부 차관(왼쪽 두 번째)과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오른쪽 두 번째).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러나 이번 인사로 강 장관은 다시 한번 'K5'의 가능성에 힘이 실렸다. 한 외교 소식통은 "(강 장관을) 굳이 바꿀 이유도 없거니와 비슷한 스타일의 대체자를 찾기도 어려웠을 것"이라고 평했다. 문 대통령은 정치적이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이행하는 외교장관을 선호하는데, 그런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강 장관은 장관이 되기 전 문 대통령과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강 장관을 문 대통령에게 추천한 인물은 여성운동가로 활동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고 이희호 여사로 알려져 있다. 강 장관은 김 전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영어 통역을 맡았다.

강 장관은 임기 초기인 2018년 국정감사에서 '5.24 조치 해제'와 한·미동맹과 관련된 잇따른 말실수로 구설에 올랐다. 정부 내에서 발언권이 과거 외교장관보다 약해 '의전 장관'이라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엔 부처 수장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문 대통령 옆을 지키면서 발언권이 상대적으로 세졌다는 얘기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5월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신임 대사 신임장을 수여한 뒤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과 함께 환담회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5월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신임 대사 신임장을 수여한 뒤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과 함께 환담회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특히 강 장관이 인사 '무풍지대'에 설 수 있었던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위기를 기회로 만든 것이 가장 컸다는 평가다. 코로나19 확산 초반인 지난 3월 초 각국에서 한국발 입국제한 조치가 잇따르면서 외교부는 수세에 몰렸다. 심지어 강 장관은 '안일한 대처'를 이유로 국내 시민단체로부터 고발까지 당했다.

그러던 중 강 장관이 영국 공영 BBC에 출연해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유창한 영어로 설명했고, 외신은 물론 국내에서도 긍정적 평가가 이어졌다. 이후 한국의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된 것을 'K방역'으로 연결하면서 성공적인 '보건 외교'를 자신의 대표상품으로 만들었다.

임기가 3년을 넘으면서 실·국장 인사 등을 통해 강 장관의 조직 장악력도 세졌다. 그런 여파인지 외교부 내에선 강 장관의 5년 임기를 바라는 목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일종의 '강비어천가'인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지난해 11월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마하티르 빈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와의 정상회담 중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지난해 11월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마하티르 빈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와의 정상회담 중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하지만 'K5'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여전하다. 외교장관의 핵심 업무인 북핵 외교에 있어서 그의 존재감이 정부 내에서는 물론, 미·중·일·러 4강과의 외교 전쟁터에서 여전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가 해결될 기미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강 장관이 유엔 산하 다자기구로 자리를 옮기고 싶어한다는 소문이 끊임없이 도는 것도 이런 차원에서다.

강 장관은 지난 2일 내신 간담회에서 "취임 3년을 맞이하게 될지도 전혀 예측 못 했던 상황에서 3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숨 가쁜 하루하루였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그저 하루하루 혼신의 힘을 다해 부족한 저를 뒷받침해준 우리 외교부 공관, 또 본부 직원들의 노력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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