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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군과 '특정기밀'까지 공유···힘 키우는 日의 타깃은 중국

중앙일보

입력

일본 자위대가 외국군과 군사정보 교류 강화에 나서는 등 활동력을 키울 태세다.

2014년 논란 끝에 신설한 특정비밀보호법에서 자위대와 협력하는 타국군 표기를 '미국'에서 '외국'으로 바꾸면서다. 마찬가지로 무기 개발 등 방위력 개선을 위한 협력 대상도 '미국 정부'에서 '외국 정부 등'으로 바꿨다.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 정부는 이런 내용으로 특정비밀보호법 운용 기준을 처음으로 변경했다.

지난 2018년 1월 18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말콤 턴불 당시 호주 총리가 지바현 후나바시에 있는 나라시노 훈련장을 함께 방문해 육상자위대 특수 장갑 차량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일본은 호주를 비롯한 인도태평양 전략에 참여하고 있는 주요국들과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018년 1월 18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말콤 턴불 당시 호주 총리가 지바현 후나바시에 있는 나라시노 훈련장을 함께 방문해 육상자위대 특수 장갑 차량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일본은 호주를 비롯한 인도태평양 전략에 참여하고 있는 주요국들과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남중국해 장악하려는 中 겨냥

사실상 이번 조치는 해양 군사력을 급속도로 불리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중국은 해상교통로(Sea lane)인 남중국해에 군사 거점을 만드는 등 실효 지배를 강화하고 있다. 또 대만해협과 동중국해, 서태평양에서 군사 활동을 계속 늘리고 있다. 심지어 지난 2월엔 중국 미사일구축함이 미 태평양함대가 있는 하와이 진주만 인근 해상에서 처음으로 훈련까지 했다.

미국과 일본은 이런 중국에 맞서기 위해 인도·태평양 전략을 펴고 있다. 이번에 일본이 군사협력을 강화하려는 주요 대상국들(호주·영국·프랑스·인도 등)도 이런 구상을 공유하는 나라들이다.

자위대의 외국군 협력 추진.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자위대의 외국군 협력 추진.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GSOMIA 체결국과 특정비밀 공유

일본이 말하는 '특정비밀'이란 "일본 정부가 보유한 방위, 외교, 테러방지 등과 관련한 정보 중 유출하면 일본의 안보에 현저한 지장을 주는 것"을 뜻한다. 특정비밀보호법에 따라 이런 특정비밀을 누설한 공무원이나 관련 기업의 종사자는 최고 징역 10년형에 처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미국에 대해서만 특정비밀을 지정할 수 있었지만, 이번 기준 변경으로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맺고 있는 모든 나라와 특정비밀 지정이 가능해졌다. 일본 입장에선 상대국과 중국 인민해방군의 동향 등 군사정보를 공유하더라도 기밀이 새나갈 부담이 크게 줄었다고 닛케이는 짚었다.

지난해 11월 5일 바레인 인근 해상에서 진행된 국제 연합훈련에서 영국 해군 상륙함에 탑승한 일본 자위대원들이 프랑스군과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해 11월 5일 바레인 인근 해상에서 진행된 국제 연합훈련에서 영국 해군 상륙함에 탑승한 일본 자위대원들이 프랑스군과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외국군과 함께 임무를 수행하려면 부대 능력과 규모, 전개지역 등 각종 군사정보의 공유가 불가피하다. 그런 만큼 이번 조치로 자위대는 미군뿐 아니라 다른 외국군과도 한 몸처럼 군사작전을 펴는 일이 한결 편해졌다.

이미 다른 조건은 갖춰놨다. 일본은 2016년부터 시행 중인 새 안보 관련법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고 있다. "밀접한 관련국이 공격 받는 상황"이란 일정한 조건 하에서 자위대가 함께 반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유사시엔 자위대가 외국군에 급유와 탄약을 제공할 수도 있다.

◇훈련 강화하고 무기 공동개발

일본은 협력 대상으로 호주·영국·프랑스·인도 등 4개국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미 이들과는 지소미아를 체결한 상황이다.

우선 일본은 기존 연합훈련을 더 강화할 계획이다. 항공자위대는 호주군과 지난해 9~10월 처음으로 전투기 연합훈련을 가졌다. 또 해상자위대는 미국·인도 간 연례 연합 해상훈련인 '말라바르'에 2015년부터 참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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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치로 무기 공동 개발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군사기밀에 해당하는 첨단기술 정보를 공유하는 데 걸림돌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은 영국과 공대공미사일(AAM)을 함께 개발 중인데, 시제품 제작에 들어간 상황이다. F-2 전투기의 후속 기종 개발에도 영국은 협력 의사를 나타냈다. 프랑스와는 무인기(드론)를 이용한 기뢰 탐지 기술을 공동 연구 중이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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