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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여t 금덩이가 버려졌다···돈 되는 '전자쓰레기'의 비밀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전 세계에서 스마트폰·TV 모니터 등 전자 폐기물의 재활용 비율이 17.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이날 국제연합(UN)이 내놓은 '글로벌 전자 폐기물 모니터 2020'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5360만t의 전자 폐기물이 나왔다. 이 중 17.4%만이 재활용됐다. 보고서는 "재활용되지 못한 82.6% 때문에 이산화탄소 9800만t이 발생해 지구 온난화를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전세계 전자 폐기물의 재활용 비율이 17.4%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UN 2020 전자폐기물 보고서]

지난해 전세계 전자 폐기물의 재활용 비율이 17.4%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UN 2020 전자폐기물 보고서]

전자 폐기물은 잘만 재활용하면 돈도 되고 환경도 살릴 수 있다. 예컨대 폐스마트폰에서 금·구리 등을 추출해 경제적 이득을 볼 수 있다. UN은 보고서에서 "재활용된 전자 폐기물(17.4%)은 약 100억 달러(12조원)의 가치가 있다고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전자 폐기물에서 귀금속을 정제하면 광석에서 금속을 채굴할 때보다 '탄소발자국(상품의 생산·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총량)'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도 있다. 영국 주얼리 브랜드 '릴리스'는 전자 폐기물에서 금을 캐내는 기업이다. 릴리스에 따르면 1t의 광석을 채굴하면 30g의 금을 얻지만 1t의 전자 폐기물을 분해하면 이의 10배인 300g의 금을 얻을 수 있다.

지난 2일 필리핀의 한 쓰레기장에 버려진 전자 폐기물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일 필리핀의 한 쓰레기장에 버려진 전자 폐기물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국가별로 보면 배출 1위는 중국(1010만t)이었다. 미국은 690만t으로 2위, 인도는 320만t으로 3위를 차지했다. 3개국이 지난해 세계 전자 폐기물의 38%를 차지했다. 한편 한국은 81만8000t이었다.

주요 국가들의 1인당 전자 폐기물 배출량은 미국 21㎏, 한국 15.8㎏, 중국 7.2㎏, 인도 2.4㎏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 세계 1인당 폐기물 평균치는 7.3㎏였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5360만t의 전자 폐기물이 나왔다. [UN 2020 전자폐기물 보고서]

지난해 전 세계에서 5360만t의 전자 폐기물이 나왔다. [UN 2020 전자폐기물 보고서]

문제는 앞으로 '전자쓰레기'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기승을 부리면서 상당수 국가가 외출 자제령을 내리고 이동을 금지했다. 로이터통신은 "코로나로 인한 봉쇄는 전자 폐기물 문제를 악화시켰다"면서 "봉쇄로 인해 쓰레기를 수집·재활용하는 인도 노동자들이 자취를 감췄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세계 최대 전자 폐기물 시장 중 하나인 인도의 실람푸르가 멈춰버렸다"고 덧붙였다.

지난 2일 필리핀의 한 쓰레기장에 버려진 전자 폐기물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일 필리핀의 한 쓰레기장에 버려진 전자 폐기물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2030년이 되면 전자 폐기물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보고서는 2030년 세계적으로 전자 폐기물이 7470만t 배출되며 1인당 평균 배출량은 9㎏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현재와 같은 전자 폐기물의 생산·소비·처리 방법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인구 대국이자 소비 대국인 인도와 중국에선 세탁기·냉장고·에어컨 등 가전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폐기물 관리 인프라 스트럭처가 미비하다. 로이터통신은 "제조업체도 가급적 더 오래 가는 가전을 만들어야 하며, 향후 폐기물이 되더라도 독성 물질이 덜 함유된 가전을 제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자쓰레기에서 납·수은 등 독성 물질이 나와 재활용 공정을 진행하는 노동자의 신경 장애 등을 유발할 수 있어서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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