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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컷 세계여행] 손흥민과 마드리드 그리고 토트넘 팬들

중앙일보

입력

마드리드 에스타디오 메트로폴리타노

“결승전에 맞춰 대략 9000대의 비행기가 축구 팬들을 태우고 영국에서 출발합니다.”(BBC)

아마도 지난여름 전 세계에서 가장 시끄러웠던 도시는 스페인 마드리드였을 겁니다. 지난해 6월 1일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토트넘 훗스퍼 대 리버풀의 경기가 이곳에서 열렸기 때문이죠. 스페인 한복판에서 잉글랜드 축구의 라이벌이 맞붙은 겁니다. 현장 분위기가 어땠을까요. 가히 전쟁터를 방불케 했습니다. 6만8000명을 수용하는 에스타디오 메트로폴리타노(완다 메트로폴리타노) 경기장이 축구 팬으로 가득 찼습니다. 리버풀 팬들의 붉은 물결과 토트넘 팬들의 하얀 물결로 관중석이 파도쳤습니다. 손흥민 선수를 응원하는 한국팬도 여러 번 마주쳤습니다. 역사의 현장을 지켜보고자 이 기간 영국에서만 9000대에 가까운 비행기가 마드리드로 들어왔다고 합니다. 상상이 가시나요. 챔피언스리그나 유럽축구 직관은 전 세계 축구 팬의 첫 번째 버킷리스트입니다. 그간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축구 팬들이 직관을 목적으로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그날 결승전 현장에서 찍은 사진을 다시 봅니다. 불과 1년 전인데, 모든 것이 아득하게 느껴집니다. 코로나19 때문입니다. 현재 모든 스포츠는 중단되거나, 반쪽 운영 중입니다. 챔피언스리그는 잠정 연기된 상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독일 분데스리가, 스페인 라리가 등 주요 유럽 축구 리그가 가까스로 재개를 선언했지만 감염병 예방을 위해 모두 무관중 경기로 치러지고 있습니다. 관중이 사라진 축구장의 모습은 좀처럼 적응이 되지 않습니다. 무기력하고 공허합니다. 감염병이 멈추고 만원 관중이 차는 날이 언제쯤 다시 찾아올지. 관중의 함성과 아유, 응원가 등 모든 것이 그리워지는 요즘입니다.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2019년 챔스 결승전 모습. 마드리드 에스타디오 메트로폴라타노. 백종현 기자

2019년 챔스 결승전 모습. 마드리드 에스타디오 메트로폴라타노. 백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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