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코로나19도 알고리즘으로 해결?…주목받는 AI 개발자 '경연장'

중앙일보

입력

인공지능(AI) 전문가의 수요가 최근 구직 시장에서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인공지능(AI) 전문가의 수요가 최근 구직 시장에서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지난 3월 미국 백악관 과학기술정책국은 인공지능(AI) 개발자 커뮤니티 ‘캐글(kaggle)’에 긴급 도움을 요청했다. 16만7000여개에 달하는 논문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관련 내용을 쉽게 찾아낼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해달라는 것이었다. 정책국이 ‘바이러스 변이’라는 주제를 제시하면 개발자들은 관련 논문을 찾는 최적의 AI 알고리즘을 만들어 올렸다. 가장 효율적 알고리즘을 제시한 팀에겐 상금 1000달러가 지급됐다. 지금까지 쌓인 AI 알고리즘만 1500개 이상으로 현재 코로나19 백신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미 백악관 과학기술정책국이 코로나19 논문 분석 알고리즘을 개발하기 위해 캐글에 연 경연대회. [캐글 홈페이지]

미 백악관 과학기술정책국이 코로나19 논문 분석 알고리즘을 개발하기 위해 캐글에 연 경연대회. [캐글 홈페이지]

구글이 운영하는 캐글에는 190여 개국, 500만 명 이상의 AI 개발자가 모여 있다. 개발자 커뮤니티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AI 기술력을 겨루는 글로벌 '경연장' 역할로 더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도 캐글처럼 AI 개발자들이 모여 여러 주제를 가지고 최적의 알고리즘을 만들어내는 경쟁을 벌이는 개발자 커뮤니티가 있다. 다음 출신인 김국진(50) 대표가 2018년 창업한 ‘데이콘’이다. 지난 2년간 이곳에서 진행된 AI 경진대회는 모두 29개. 총 1만 600여개(누적) 팀이 참가해 코딩 기술을 겨뤘으며 1억 4300만원의 상금이 지급됐다. 김 대표는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마이원 모바일 월렛'이라는 통합 포인트 서비스를 담당하다 퇴사 후 데이콘을 창업했다.

경쟁형 AI 커뮤니티 주목 

데이콘에서 최근 열린 경연대회 목록. [데이콘 홈페이지]

데이콘에서 최근 열린 경연대회 목록. [데이콘 홈페이지]

데이콘에서 진행되는 경연 주제는 주로 기업 또는 공공기관들이 제시한다. 지금까지 LG·KB금융·KT·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업과 원자력연구소·국방과학연구소 등 공공기관이 후원사로 참여했다. 1등 상금은 많아야 수백만 원 안팎이다. 그런데도 참가자들은 팀을 짜서 불꽃 튀기는 경쟁을 벌인다. 학생도 있지만, 억대 연봉을 받는 현직 개발자도 넘쳐난다. 김 대표는 "상금보다 경험과 배움에 가치를 둔 참가자가 많다"며 "기업에서 일하는 AI 전문가들도 최신 기술 트렌드를 경험하기 위해 시간을 쪼개 경연에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금은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정도"라며 "개발자들에겐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 자체가 재미"라고 말했다.

지난 4월부터 한 달 반 동안 데이콘에서 진행된 '강수량 산출 대회'에는 모두 750개 팀이 참가했다. 나사(미항공우주국·NASA)에서 30분 단위로 제공하는 지구 전체 강수량 데이터로 강수량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AI 알고리즘을 찾기 위한 대회다. 우승은 한화정밀기계·SK텔레콤·삼성SDS 현직자로 구성된 팀이 차지했다. 이들은 전문가와 추가 연구를 통해 논문을 발표하기로 했다. 김국진 대표는 "자기 일은 자기 일대로 하면서 하루 몇 시간 이상 별도로 코딩하며 대회를 준비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AI 인재 등용문 역할도 

지난 1일부터는 코로나19와 관련된 경연이 진행 중이다. KT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코로나19로 인한 국민의 생활 변화를 분석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 유망 산업을 발굴하는 것이 목적이다. 유동인구, 결제금액 등 데이터를 시각화하고 인사이트를 도출해내는 과제다. 총상금 600만원이 걸린 이 경연에 이틀 만에 150팀 이상이 참가했다.

데이콘에서 열리는 경진대회 참가 방법을 정리한 일러스트. [데이콘]

데이콘에서 열리는 경진대회 참가 방법을 정리한 일러스트. [데이콘]

데이콘은 기업들의 AI 인재 발굴을 위한 등용문 역할도 하고 있다. LG가 주최한 '블록 장난감 제조 공정 최적화 대회’에는 6월 한 달 동안 590여개 팀이 참가했다. 데이콘은 수상자 등 10명을 추천했고, LG는 이들 중 일부를 채용하기로 결정했다. 김 대표는 "정부가 최근 디지털 뉴딜 추진을 발표하면서 데이터 분석가, AI 개발자에 대한 수요가 더 많아질 것"이라며 "이를 위해선 실전형 교육이 필요한데 데이콘의 경연 프로그램이 일부 그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