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아이, 끈기 없어 다빈치처럼 ‘마무리’ 잘 못해

중앙선데이

입력 2020.07.04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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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3호 16면

아이 마음 다이어리 〈4〉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2년 전 초등학교 1학년 성철이를 만났다. 엄마는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 후 학용품을 자주 잃어버리고 숙제를 안 해도 학교 적응 과정이니 차츰 나아지겠거니 생각했다. 부모가 병원 진료를 결심한 것은 여름방학 때 제주도 가족여행이 계기가 됐다. 도착한 첫날 널찍한 호텔 로비를 보고 흥분한 성철이는 신이 나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로비 한복판의 조형물에 정면으로 부딪쳐 이마가 찢어졌다. 가족 여행은 그렇게 하루 만에 끝이 났다. 방학숙제도 미루다 개학 하루 앞두고 몰아서 시작했다. 처음 병원에 왔을 때 엄마는 성철이에 대해 “덤벙댄다. 뭐 하나 끝까지 하는 게 없다. 말이 많다.”라고 말했다. 엄마는 거의 매일 성철이 담임선생님의 전화를 받았다. “성철이가 오늘 급식 줄 기다리다 끼어들어 친구와 다퉜어요.” “수업시간에 지우개를 조각내 친구들에게 던져서 혼났어요.”

초등생 10명 중 1명 발생 흔한 증상
부모, 대수롭잖게 여기는 경우 많아

집중하지 못해 과제 중도 포기
약물·사회성·놀이치료 병행해야

다빈치, ADHD 탓 미완성작 많아
“인내심 훈련받지 못한 천재였다”

6~12세에 발생하는 신경발달장애

일러스트=이정권 gaga@joongang.co.kr

일러스트=이정권 gaga@joongang.co.kr

성철이는 2~3차례의 면담과 심층 평가를 거친 후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진단을 받았다. ADHD는 일반인에게 유명한 병명이지만 제대로 알고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병은 만 6~12세 사이에 발생하는 대표적인 신경발달장애다. 1798년 스코틀랜드 의사 크라이튼 박사가 지금의 ADHD와 유사한 첫 사례를 보고했다. 이후 미국 의학 진단 체계에 공식적으로 도입된 것은 1968년이다. 역사가 오래된 병이다. ADHD의 대표 증상은 부주의와 과잉행동, 충동성이다. 초등학생 10명 중 1명 정도 나타나며 그중 70%는 청소년기까지 지속하고 50%는 성인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

성철이가 ADHD 진단을 받은 후 부모는 2주 간격으로 수개월 간 부모교육을 받았다. 아이에게 ‘사후 잔소리보다 사전 알람하기’를 권고했고 가정 내에서 아이 문제 행동 하나하나에 대응할 태도를 교육했다. 이른바 부모와 함께 하는 행동수정요법이다. 아이가 잘한 행동에 대해서는 아낌없이 칭찬하되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에 대해서는 미리 아이와 함께 정한 불이익 항목을 이행하게 하는 것이다. 부모의 태도와 원칙이 일관돼야 하고 반응은 즉각적이어야 함을 강조했다. 나는 동시에 성철이는 약물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약물치료라는 말에 부모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아이가 약물에 중독되어 평생 약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는 걱정이 컸다. “ADHD 증상이라고 말씀하신 것들이 대부분 남자아이가 어릴 때 보이는 모습 아닌가요? 저도 어릴 때 무척 부산했는데 지금은 멀쩡합니다. 왜 약물치료까지 받아야 하는지 솔직히 이해가 안 갑니다.” 성철이 아빠는 다소 강한 어조로 약물치료에 대한 반감을 표현했다.

“네 맞습니다. 보통 아이들도 가끔 보일 수 있는 행동들이죠. 하지만 일반적인 아이들은 집중해야 할 일이 생기면 비록 흥미가 없어도 40분 정도 집중할 수 있지만, ADHD 아이들은 사소한 자극에도 바로 흐트러집니다. 잠시는 집중할 수 있지만 수 분 내 다른 곳으로 초점이 벗어났다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과제를 끝내는 시간이 일반 아이들보다 매우 더딥니다. 결국 마무리를 못 하기도 하고요. 수업시간에 누군가 연필을 떨어뜨렸을 때 일반 아이들은 신경을 안 쓰지만, ADHD 아이는 ‘저 연필이 어디에 갔을까?’에 대해 좀 더 길게 생각합니다. 게다가 보통 아이들은 이런 일을 가끔 겪지만, ADHD 아이들은 거의 매일 이런 문제가 반복되어 학교생활이나 대인관계 능력이 손상됩니다.”

나는 진료실 책상 위 뇌 모형의 가장 앞부분을 가리키며 설명을 이어갔다. “여기가 사람의 실행기능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입니다. ADHD 아이는 전전두엽 발달이 또래에 비해 느립니다.” 부모는 고개를 끄덕이며 뇌 모형을 응시했다. 실행기능은 계획 세우기, 우선순위 정하기, 작업 기억력, 자기 객관화, 자기 조절 능력 등을 포함한다. 작업 기억력은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단기 기억력 같은 것이다. 작업 기억력 저하로 인한 현상은 다음과 같다. ‘아이가 방에서 숙제하던 중 샤프심이 없다 →샤프심 찾으러 동생 방에 간다→로봇 조립하는 동생을 본다→순간 그 방에 온 이유를 까맣게 잊는다→로봇 조립하는 동생을 참견한다→숙제를 제시간에 마치지 못한다.’ ADHD의 증상은 도파민이나 노어에피네프린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수용체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전전두엽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해 발현한다. 유전적 영향을 받는 신경발달장애이므로 초기 면담 시 가족력을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ADHD를 지녔다는 사실에 대해 혹시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나는 10여 년 전 학회 차 피렌체를 방문했을 때 관람했던 그의 대표적인 미완성 작품 ‘동방박사의 경배’를 떠올리며 다빈치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탈리아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에는 다빈치의 미완성 작품들이 전시된 방이 있습니다.” 국내외 많은 ADHD 전문가들은 강의나 부모교육 시간에 다빈치에 대해 자주 언급하는 편이다. 부모는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내 말에 귀를 기울였다

다빈치가 일생 완성한 작품은 20점을 넘기지 못한다. 왜 그렇게 미완성작들이 많은 걸까? 미국의 유명 전기 작가 월터 아이작슨은 최근 저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에서 “레오나르도는 구상을 현실화하는 것보다 미래를 위한 구상 자체를 좋아해서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고 쉽게 산만해졌다. 그는 인내심을 훈련받지 못한 천재였다”라고 말한다. 다빈치도 작품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중도 포기가 많은 자신의 모습 때문에 상당히 괴로워했다고 한다. 새로운 펜촉을 테스트하거나 무료한 시간을 보낼 때 노트에 “무엇이라도 완성된 것이 있는지 말해봐…말해봐…”라는 문장을 반복해 쓸 정도였다. 그에게 작품을 의뢰하려다가도 그가 작품을 완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구심에 후원과 의뢰를 망설인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다빈치가 인류 역사상 다재다능한 천재임은 부인할 수 없지만, 집중력과 끈기 부족으로 주변 사람들과 동료들에게 신뢰감을 주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그 탓인지 경제적으로도 늘 돈이 부족했다고 전해진다.

전전두엽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아

성철이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갔다. “성철이도 많이 힘들 겁니다. 진료 첫날 아이에게 소원을 물었을 때 그 대답을 잊을 수가 없어요. ‘차분해지고 싶어요. 더는 혼나고 싶지 않아요. 칭찬받고 싶어요’라고 답했거든요. 아이가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닌데 부모나 선생님께 늘 혼나기만 하니 자꾸 위축되고 마음속 깊이 화도 쌓이게 되어 우울증과 같은 정서장애가 추가로 생길 수가 있습니다.” 부모는 원인에 근거한 치료법의 취지를 잘 이해했고 성철이는 약물치료를 시작했다.

성철이의 문제 행동들은 하나둘씩 개선되기 시작했다. 겨울 방학에는 그룹 사회성 치료와 놀이치료도 병행했다. 혼나는 빈도가 확연히 줄었고 자신감이 생겼다. 단짝도 생기고 반 친구들에게 인기도 많아졌다. 운동신경이 특히 뛰어나 축구나 농구를 잘했다. 부산스럽고 충동적인 행동들에 가려 보이지 않던 성철이의 강점들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10개월 정도 지났을 무렵 부모는 성철이가 이제 학교생활도 잘하고 부모와 관계도 많이 좋아졌으니 병원에 그만 오고 싶다고 말했다. 치료가 효과가 없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효과가 드라마틱하니 아이가 평생 병원에 의존할까 봐 겁이 난다고 했다. 성철이가 치료를 중단한 지 1년이 되어간다. 올해 3학년이 되었을 성철이가 코로나 상황에서 온라인 수업과 등교를 병행하는 이 시기를 잘 버티고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등장인물을 가명으로 처리했고, 전체 흐름을 왜곡하지 않는 범위에서 일부 내용을 각색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천근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 영국 국제인명센터(IBC)의 ‘세계 100대 의학자’로 선정. 서울시교육청 자문위원, 가정 법률상담소 교육위원, 법무부 여성아동정책심의위원으로 활동했다. 저서로는 『아이는 언제나 옳다』, 『엄마 나는 똑똑해지고 있어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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