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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텔링] "왕 기운 서린곳" 이낙연도 찜했다···용 품는 '선거명당' 어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일 여의도 ‘대산빌딩’에 전당대회 캠프를 차렸다. 당권 도전을 위한 전초기지를 구축한 셈이다. 대산빌딩은 정치권에서 ‘선거 명당’으로 손꼽힌다.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이곳에 캠프 사무실을 꾸려서다.

정치권에선 대산빌딩처럼 역대 대통령의 대선 캠프가 입주했던 건물을 ‘용을 품은 자리’라고 부른다. 일종의 미신이지만 용이 되고자 하는 대선 후보에겐 강력한 믿음으로 작용한다. 자연스레 대선 시즌이면 각 후보는 이런 건물을 찾아 입주 러시를 벌인다.

대산빌딩: 두 번째 대통령 배출 이뤄낼까

역대 대통령 배출한 ‘용 품는 명당’ 1. 그래픽=신재민 기자

역대 대통령 배출한 ‘용 품는 명당’ 1. 그래픽=신재민 기자

이 의원의 캠프가 입주한 대산빌딩은 2013년 김한길 당시 민주당 대표가 대선에서 패배한 뒤 ‘미니 당사’를 차리면서 주목받았다. 김 대표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당을 쇄신하는 차원에서 기존 1200여평 규모의 영등포 당사를 폐쇄하고 대산 빌딩에 127평의 소규모 당사를 마련했다. 당시 민주당의 총 의원수가 127명이라 “의원 한 명의 기득권을 한 평 규모로 줄이겠다”는 해석이 붙었다.

2017년 대선 당시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캠프 사무실이 차려졌다. 캠프는 기자실로 활용될 4층 일부와 5층 전체를 포함해 140평 규모로 꾸려졌다. 통상 대선 후보의 캠프 사무실이 작게는 200평, 크게는 400평 이상 규모로 차려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박한 편이었다. 또한 실제 대산빌딩은 당시 여의도 주요 빌딩 중 임대료가 저렴한 편에 속해 캠프 관계자들은 “작지만 내실 있는 캠프를 꾸렸다”고 홍보했다.

대하빌딩: "왕의 기운이 서린 곳"

역대 대통령 배출한 ‘용 품는 명당’ 2. 그래픽=신재민 기자

역대 대통령 배출한 ‘용 품는 명당’ 2. 그래픽=신재민 기자

지금껏 각각 두 명의 대통령(김대중·박근혜)과 서울시장(조순·고건)을 배출했다. 여의도에서 손꼽는 전통의 대선 명당이다. 과거 유명 역술인이 “왕의 기운이 서린 곳”이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대하빌딩의 역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87년 평화민주당 당사를 차리면서 시작됐다. 1997년 대선 당시엔 김 전 대통령이 이곳에 대선 캠프를 꾸렸고, 선거에서 승리해 정권 교체를 이뤘다.

2007년 대선 국면에선 대하빌딩을 차지하기 위한 각 후보가 물밑 경쟁을 벌였다. 당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대하빌딩 6층에 대선 캠프를 차리고, 4층엔 싱크탱크인 나라비전연구소와 외곽조직인 평화경제포럼 사무실을 마련했다. 같은 당 이해찬·김두관·김혁규 후보 역시 모두 대하빌딩에 둥지를 차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2년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대하빌딩 2층에 캠프 사무실, 7층에 외곽조직인 국민희망포럼의 사무실을 열었다. 대하빌딩 맞은편엔 새누리당 당사가 있었다. 그 당시 대하빌딩 8층엔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두관 경남지사의 외곽조직인 생활정치포럼 사무실이 있어 ‘적과의 동침’이라는 말도 나왔다.

금강빌딩: 노무현 당선과 '금강팀'의 탄생

역대 대통령 배출한 ‘용 품는 명당’ 3. 그래픽=신재민 기자

역대 대통령 배출한 ‘용 품는 명당’ 3. 그래픽=신재민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영삼 정부 시절 만든 연구소인 ‘지방자치실무연구원’이 있던 건물이다. 이 단체는 김대중 정부 시절 ‘자치경영연구원’으로 이름을 바꾸며 노 전 대통령의 싱크탱크 역할을 했다. 2002년 대선 국면에선 노 전 대통령의 대선 캠프도 금강빌딩에 둥지를 틀었다. 이광재 민주당 의원과 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이 ‘금강팀’이라고 불렸던 이유다.

2017년 대선 당시엔 안희정 전 지사가 이곳에 대선 캠프를 꾸리려 했다. 하지만 빈 곳이 없자 인근 빌딩을 수소문한 끝에 꼭대기 층에 ‘금강’이라는 회사가 있는 동우국제빌딩을 찾아 캠프를 차렸다. 당시 안 전 지사 측은 “건물 내에 ‘금강’이라는 회사가 있으니 결과적으로 금강의 기운을 받은 것”이라고 했다.

용산빌딩: MB의 초대형 캠프

역대 대통령 배출한 ‘용 품는 명당’ 4. 그래픽=신재민 기자

역대 대통령 배출한 ‘용 품는 명당’ 4. 그래픽=신재민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7년 대선 당시 선거 캠프를 차린 곳이다. 총 2개 층 400평 규모로 월 임대료만 2000만원에 상근 직원만 40여명을 두었다.

당초 이 전 대통령의 캠프는 종로에 위치했으나, 국회와의 접근성 등을 감안해 여의도로 이전했다. 이 전 대통령의 캠프 사무실 위층(4층) 일부엔 당시 노회찬 민주노동당 후보의 대선 캠프가, 11층 일부엔 대통합민주신당 소속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외곽 조직이 자리했다.

용산빌딩의 건물주는 13대 국회에서 전국구의원을 지낸 김영도 하남산업 회장이었다. 김 회장은 용산빌딩 이외에도 대하빌딩·대산빌딩을 소유해 “김영도 회장 건물을 이용하지 않고는 대통령이 못 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김 회장이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이 전 대통령의 홍보 현수막을 빌딩 외벽에 걸지 못하게 제지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MB 캠프에서 몰래 현수막을 설치하려다 김 회장측이 이를 중단시키도 했다. 반면 당내 라이벌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07년 6월 11일 이미 캠프 사무실이 위치한 건물에 “5년 안에 선진국”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담은 대형 현수막을 걸며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결국 이 전 대통령은 건물주와 줄다리기 끝에 6월 29일이 돼서야 현수막을 걸 수 있었다.

극동VIP빌딩: 문민정부의 탄생

역대 대통령 배출한 ‘용 품는 명당’ 5. 그래픽=신재민 기자

역대 대통령 배출한 ‘용 품는 명당’ 5. 그래픽=신재민 기자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2년 대선의 전초기지로 삼았던 곳이다. 당시 이 건물은 민주자유당 당사였는데, 김 전 대통령은 당사 전체를 대선 캠프로 활용했다. 당시는 대선 후보가 별도의 선거 캠프를 차리지 않고 각 정당의 당사가 대선 캠프 역할을 했다.

후보별 캠프가 본격화한 것은 1997년 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대선 경선 당시 9명의 후보, 이른바 ‘9룡’이 등장하면서부터다. 정치 1번지 종로에 주로 캠프를 마련했다. 하지만 2002년 대선부터 국회와 가까운 서여의도로 몰리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특히 민주당의 노무현·이인제·김근태 후보가 모두 서여의도에 대선 캠프를 차리며 ‘대선 캠프=서여의도’ 공식이 자리 잡았다.

초창기엔 건물주의반대가 심했다. 대선 캠프의 경우 통상 4~6개월의 단기 계약인 데다, 캠프가 들어서면 당 관계자와 기자의 출입이 많아지면서 건물 관리가 어려워진다는 점 때문이었다. 하지만 캠프 사무실이 들어서고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면서 건물주 역시 홍보 수단으로 캠프 단기 계약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글=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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