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ISIS·The Islamic State of Iraq and Syria)가 시리아에서 생산한 마약 '캡타곤'을 대량으로 유통하려다 이탈리아 경찰에 적발됐다. 암페타민과 카페인을 주성분으로 하는 캡타곤은 IS의 '전투 마약'으로 알려져 있다.
1일(현지시간) BBC·CNN 등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경찰은 남서부 나폴리 살레르노항에서 캡타곤(암페타민 성분의 약물) 8400만정을 발견하고 이를 압류했다고 밝혔다. 시가 10억유로(약 1조 3531억원)에 해당하는 양으로 경찰은 마약류 압수 규모로 역대 최대라고 밝혔다.
마약은 시리아에서 발송된 컨테이너 안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IS가 캡타곤을 유럽에 대량 밀반입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나폴리시 경찰 도미니코 나폴리타노 사령관은 CNN에 "마약이 잘 숨겨져 있어 우리 측 탐지기로 발견되지는 않았다"며 "마약 밀반입에 대한 정보는 이탈리아 조직범죄 단체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알게 됐다"고 밝혔다.
IS 전투 마약…2015년 파리 테러범도 복용 추정
캡타곤은 IS의 전투 마약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5년 11월 '파리 테러' 직후 미국 포린폴리시, 워싱턴포스트(WP) 등은 IS가 조직원들에게 캡타곤을 복용하게 하고 전투에 내몰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리 테러 용의자가 묵었던 호텔 방에서 주사기, 플라스틱 튜브 등 마약 투약 도구가 발견되면서 테러범들이 캡타곤을 복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터키와 시리아 접경 지역에서 붙잡힌 IS 조직원은 "이 약을 먹으면 며칠 동안 잠을 자지 않아도 피곤하지 않았다. 무적이 된 느낌이었다"고 털어놓았다.
2015년 파리 테러 이후 IS의 암페타민 유럽 유통 정황은 수차례 드러난 바 있다. 2017년에는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서 캡타곤 75만정(136㎏)이 프랑스 경찰 당국에 적발됐다. 이 마약은 레바논에서 온 산업용 화물에 숨겨져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 그리스 경찰도 아테네 서부 외곽의 불법 실험실을 덮쳐 시가 1000만유로(약 125억원) 상당의 암페타민 35만5000정을 압수했다. 그리스 경찰은 수사를 통해 압수한 약물의 최종 행선지는 IS의 근거지인 중동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경찰 "유럽 다수 범죄조직 연루 됐을 것"
이탈리아 경찰은 IS가 최근 몇 년간 세계적인 암페타민 생산 조직으로 부상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이번에 적발된 1조 3500억원 상당의 캡타곤은 단일 적발된 양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경찰 관계자는 "보통 단일 범죄조직이 이렇게 많은 양의 마약을 한번에 운반하지 않는다"며 "이번 사건에 유럽의 다수 범죄조직이 연루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1960년대 서구에서 치료 목적으로 쓰이던 캡타곤은 강한 중독성으로 인해 사용이 중단됐다. 나폴리타노 사령관은 "캡타곤이 중동 지역에서는 널리 쓰이는데다 생산 과정이 쉽고 가격이 저렴해 IS가 취급하기에 수월하다"며 "시리아에서 생산하고 전세계 시장에 대량 유통해 엄청난 양의 돈을 모으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