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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뉴스] 하루 119원의 기적…인천 소방대원 3300명이 뛰어들었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10월 17일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에 있는 콩나물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발달장애인 50여명이 일터를 잃었다. [사진 인천소방본부]

지난해 10월 17일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에 있는 콩나물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발달장애인 50여명이 일터를 잃었다. [사진 인천소방본부]

지난해 10월 인천 강화도 길상면에 있는 한 콩나물 공장에서 불이 났다. 공장 내 전기 문제가 원인이었다. 2000년 3월 문을 연 이 공장은 발달장애인에 일자리와 직업 재활 기회를 제공해왔다. 공장이 잿더미로 변하면서 이곳에서 일하던 발달장애인 50명은 일터를 잃었다. 공장을 운영하던 사회복지재단은 “발달장애인이 자립의 희망을 키울 수 있도록 콩나물 사업장 재건에 힘써달라”며 도움을 호소했다.

화재 현장을 접한 강화소방서 장태동 소방관은 이들을 돕고 싶었다. 인천소방본부의 ‘119원의 기적’ 프로젝트를 떠올렸다. 그는 “콩나물 공장 화재로 발달 장애인의 일터가 사라지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움을 주고 싶다”며 이 사회복지재단을 프로젝트 대상으로 추천했다. 심사를 거쳐 수혜자로 선정된 이 재단은 지난해 11월 9일 소방의 날, 후원금 1000만원을 받았다. 이후 후원이 잇따랐고 콩나물 공장은 신축공사에 들어갔다.

119원의 기적 프로젝트 수혜자로 선정된 사회복지재단 우리마을은 지난해 11월 9일 10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사진 인천소방본부]

119원의 기적 프로젝트 수혜자로 선정된 사회복지재단 우리마을은 지난해 11월 9일 10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사진 인천소방본부]

하루에 119원씩 한 달에 3570원 기부

이길섭 소방관은 " 할 수 있는 작은 지원이라도 피해자에게 전하면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인천소방본부 3000여명 중 대부분이 119원의 기적에 참여하고 있다. [인천소방본부 제공]

이길섭 소방관은 " 할 수 있는 작은 지원이라도 피해자에게 전하면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인천소방본부 3000여명 중 대부분이 119원의 기적에 참여하고 있다. [인천소방본부 제공]

화재로 곤경에 처한 장애인을 도운 ‘119원의 기적’은 지난해 8월 인천소방본부가 시작한 기부 프로젝트다. 서영재 인천소방본부 조직예산팀 주임은 사고 현장에서 만난 피해자를 도울 방안을 고민해왔다. 동료들과 논의 끝에 그는 개인당 하루에 119원씩 한 달에 3570원을 모금하자는 제안을 했다. 소방 상징인 숫자 ‘119’를 딴 119원은 부담이 적은 금액이라고 생각했다. 3570원은 미추홀 소방서 1끼 식사 가격이나 소방위 계급이 받는 시간당 야간근무수당보다 적다. 평소 현장에서 비슷한 감정을 느끼던 동료들이 동참했고 한 달 만에 1000여명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소방 공무원의 추천을 토대로 수혜자를 선정한다. 피해자의 사연이 담긴 추천서가 올라오면 심의회에서 지급 여부·금액 등을 논의한다. 지급 금액은 500만원~2000만원 사이다. 심의회는 소방 공무원 6명과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모금회) 직원 1명 등 총 7명으로 구성한다. 여러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심사위원은 매번 달라진다. 추천 대상이 심사를 통과하면 모금회가 지정 기부 방식으로 후원금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현재까지 5회에 걸친 심의회에서 장애인 오빠를 돌보다가 화재로 사망한 50대 여성, 에스컬레이터 사고로 치료비를 걱정하던 20대 등 사연 11건이 모두 수혜대상으로 선정됐다. 수혜대상이 늘어나는 동안 인천소방본부 직원만으로 시작한 프로젝트는 일반시민까지 모금 대상을 확대했다. 어린이집 등 단체가입도 이어지며 지난 6월 기준 총 3300여명이 기부에 참여하고 있다. 대부분 하루 119원 기부를 택한 가운데 일부는 그 이상을 기부하면서 모금액은 어느덧 7300만원을 넘어섰다.

어린이 화상 환자 치료 등 정기후원 검토

서영주 소방관은 외상 후 스트레스를 겪은 어린이들에게 지원이 이뤄지길 희망했다 . [인천소방본부 제공]

서영주 소방관은 외상 후 스트레스를 겪은 어린이들에게 지원이 이뤄지길 희망했다 . [인천소방본부 제공]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119원의 기적’ 프로젝트가 입소문을 타면서 타 시도로부터 관련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광진소방서 유홍상(32) 소방관도 “몸짱 달력 등 여러 사업에 참여했지만 119원의 기적 같은 좋은 취지의 프로젝트라면 동참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천소방본부는 모금액이 계속 늘어날 경우 어린이 화상 환자 치료나 화재에 취약한 복지시설 등에 대한 정기 후원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서영재 주임은 “시민들은 소방관의 근무환경을 걱정하지만 우리는 맡은 일을 하는 것뿐”이라며 “현장에서 만난 안타까운 이들을 돕는 것도 소방관의 책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라며 웃었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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