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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액 반환이 웬 말”…라임펀드 판매사, 분조위 결정에 반발 조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를 두고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투자자들에게 투자금 전액(100%)을 반환해주라고 권고하자 판매사들이 이에 반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계약취소의 근거를 제공한 것은 라임자산운용과 총수익스와프(TRS) 증권사인 신한금융투자인데 왜 그 책임을 판매사에만 지우려고 하냐는 논리다.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오른쪽)이 지난해 10월 중순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펀드 환매 연기 사태 관련 기자회견 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오른쪽)이 지난해 10월 중순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펀드 환매 연기 사태 관련 기자회견 을 하고 있다. 뉴스1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투자금 반환 권고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30일 금융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라임자산운용이 2018년 11월 이후 판매한 무역금융펀드에 대한 분쟁조정신청 4건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결정했다고 1일 밝혔다. 분조위는 이에 따라 펀드 계약 당사자인 판매사들이 투자자들에게 투자원금 100%를 반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이번 분쟁조정 결과를 근거로 나머지 무역금융펀드 투자 건에 대한 자율조정이 이뤄질 경우 최대 1611억원의 투자원금이 반환될 것으로 예상했다. 판매사별로는 우리은행 650억원, 신한금융투자 425억원, 하나은행 364억원, 미래에셋대우 91억원, 신영증권 81억원 등이다.

분조위가 내세운 계약 취소의 근거는 '의사표시는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경우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의 민법 제109조다. 무역금융펀드의 경우 이미 투자원금의 상당부분(최대 98%)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한 상황이었음에도 라임운용과 신한금투가 투자제안서에 수익률·투자위험 등 핵심정보를 허위·부실 기재해 투자자들을 속였고, 판매사들은 이를 투자자들에게 그대로 전달해 착오를 유발했다는 것이다.

서울 여의도 신한금융투자 본사. 신한금융투자

서울 여의도 신한금융투자 본사. 신한금융투자

판매사 "우리도 피해자인데 왜 책임 지나"

이런 결과가 알려지자마자 일부 판매사들은 반발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분조위가 계약 취소에 대한 책임을 판매사에게만 물은 것이 부당하다는 이유에서다.

한 판매사 관계자는 "그간 사모펀드 판매에 있어 판매사들에겐 운용사의 투자 내역을 확인하거나 감독할 의무도 없었고 그럴 권한도 없었다"며 "판매사들 역시 운용사와 수탁사(신한금융투자)가 작정하고 저지른 잘못에 대한 계약취소의 피해자인데, 계약 취소 책임을 100% 지라고 하는 건 민법의 기본 원칙 중 하나인 과실책임주의에 위배되는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판매사들은 분조위가 전액 반환 권고의 판단 근거로 민법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권고안 불수용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또 다른 판매사 관계자는 "펀드 상품은 자본시장법에 근거해 만들고 판매했는데 분조위는 정작 민법상 계약 취소를 근거로 내세우며 전액 반환을 권고했다는 점에서 (권고안을 수용하기보단) 다퉈볼 수 있을 것"며 "민법상 문제라면 운용사나 TRS 증권사의 잘못이 있다는 사실을 법원 판결로 명백하게 결론지은 뒤 그에 따라 정산을 하는 게 순리"라고 말했다.

금감원 "계약 당사자인 판매사에 반환 책임"

금감원은 두 차례에 걸친 법률 검토 끝에 내린 이번 권고 결정에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여러 법률 전문가들의 검토를 거쳐 판매사들에게 계약 취소에 따른 반환금을 지급하라고 권고한 것은 해당 판매사들이 민사 법리상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착오취소의 대상자기 때문이지 판매사의 잘못이 크고 작고를 따져봤기 때문이 아니다"라며 "계약 취소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문제는 판매사와 운용사, TRS 증권사가 차후에 법적으로 다투면서 축소해나가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투자자들과 계약을 맺은 당사자는 운용사가 아닌 판매사이기 때문에 계약을 취소하면 판매사가 이를 반환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뜻이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연합뉴스

이 관계자는 판매사들이 권고안을 불수용할 경우에 대해 "권고안을 수용하지 않고 소송전으로 간다고 해도 판매사들이 쉽게 이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은행이 소송에 들어간대도 어차피 투자자들이 분쟁조정 결정문과 현장조사 결과물을 증빙자료로 제출하면서 똑같은 주장을 하게 된다"며 "법원이 투자자 주장을 받아들이면 판매사들은 자칫 소송 비용까지 물어줘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권고안 수용 여부 이달 말까지 결정해야

판매사들은 분조위 권고 수용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한 판매사 관계자는 "개별 소송전으로 가는 것은 비용이나 사회적 분위기 측면에서 현실적으로 쉬운 결정이 아니다"라며 "분조위 권고안을 면밀히 검토해 판매사로서 투자자를 보호하면서도 회사 입장까지 합리적으로 고려한 의사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통상 분조위 결정이 내려지고 난 뒤 일주일 내 금감원장 결재를 거쳐 권고안 결정문을 판매사에 송부한다. 판매사들은 분조위 권고안을 수령한 시점으로부터 20일 안에 금감원에 권고안 수용 여부를 통보해야 한다. 늦어도 이달 마지막주에는 판매사들이 권고안을 수용할지 말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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