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뇌가 죽은 뇌세포 청소한다? 영상으로 본 '뇌 미화원' 림프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예일대 연구원들은 쥐의 뇌 세포가 죽었을 때 어떤 작용이 일어나는지 이미지화 하는데 성공했다. [사진 예일대]

예일대 연구원들은 쥐의 뇌 세포가 죽었을 때 어떤 작용이 일어나는지 이미지화 하는데 성공했다. [사진 예일대]


“만약 뉴욕시에서 길거리 쓰레기 수거를 중단한다면 우리는 한 발짝도 내딛기 힘들 것입니다. 사방에 파편이 널려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에이예미시 다미사, 예일대 의대 교수)

예일대 연구원, 단일 뉴런 수준에서 촬영한 영상 첫 공개

거리를 청소하는 환경미화원처럼 사람의 몸에도 노폐물을 스스로 청소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 몸의 주요한 대사 통로인 림프,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인 림프절은 노폐물을 배출하는 일종의 하수구 역할을 한다. 2017년 뇌에도 림프관이 있어 노폐물을 뇌 밖으로 배출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신경질환및뇌졸중연구소(NINDS) 연구진은 건강한 사람의 뇌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촬영해 림프관이 뇌에도 존재해 노폐물을 자가 정화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최근 과학자들은 뇌의 ‘폐기물 처리 시스템’의 과정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지난달 26일 에이예미시 다미사 교수 등 미국 예일대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죽은 뉴런과 신경아교세포(glial cell)의 상호작용이 어떻게 뇌에서 죽은 세포 등을 처리하는지에 대한 쥐 실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원들은 뇌가 죽은 세포 등을 제거하는 것을 쓰레기 수거에 비유했다. 환경미화처럼, 뇌도 효율적인 쓰레기 처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구팀이 주목한건 신경아교세포였다. 이들은 형광 마커를 통해 쥐의 뇌 안에서 신경아교세포가 죽은 세포를 제거하는 것을 실시간으로 관찰했다. 신경아교세포가 뉴런 몸체와 주요 가지를 집어 삼키는 모습이었다. 연구팀은 “이 과정이 살아있는 포유류의 뇌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또 하나 발견된 흥미로운 부분은 나이든 쥐의 뇌가 죽은 신경 세포를 제거하는데 덜 효율적이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적어도 두 배 이상의 시간차가 있었다고 밝혔다. 제이미 그루첸들러 예일대 박사는 뇌 노화에 대한 관찰이 신경 퇴행과 뇌의 기능저하의 매커니즘을 밝히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루첸들러 박사는 “죽거나 감염된 세포들이 제대로 제거되지 않는다면 신경계를 손상시킬 위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뇌 질환 연구에 실마리 될 수 있을 것"

뇌 림프관은 퇴행성 뇌신경질환인 알츠하이머병과도 관련이 깊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뇌에는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과다 축적된다. 나이가 들수록 림프관의 배출 기능이 떨어져 베타-아밀로이드가 쌓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번 연구가 인간의 뇌를 대상으로 한 실험은 아니지만, 뇌 발달과 부상, 신경 퇴행 등과 관련한 다른 연구에 도움을 줄 수 있다게 연구팀의 주장이다. 다미사 교수는 “이 과정을 이해하면 머리 외상부터 뇌졸중, 기타 질환에 이르기까지 손상을 입은 뇌와 관련한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루첸들러 박사도 “죽어가는 세포를 효율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면 노화와 관련된 신경퇴행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