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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총수가 도피 하겠나"···이재용 이어 이웅열도 영장 기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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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 허가를 받기 위해 허위자료를 제출한 의혹 등을 받는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 허가를 받기 위해 허위자료를 제출한 의혹 등을 받는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를 둘러싼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온 이웅열(64)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구속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에 앞서 지난달 검찰에서 청구한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법조계 안팎에선 “수사 성과를 외부에 알리기 위해 기계적으로 영장을 청구하는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김동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일 이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 피의자의 지위나 추가로 제기된 혐의사실을 고려하더라도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기업 수사를 주로 맡았던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구속영장은 피의자가 도망갈 우려가 있거나 증거 인멸의 가능성이 있을 때 수사 수단으로 쓰여야 한다”며 “수사가 거의 끝나갈 시점에 성과를 내듯이 청구하던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장 전담 판사가 ‘피의자 지위’를 언급한 점도 강조했다. 그는 “국내에 재산이 있고 경영을 해야 하는 재벌 총수가 해외로 도피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며 “‘총수를 몇 명 구속시켰다’는 점으로 검사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는데 이런 사고방식도 이젠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재용 부회장 영장 기각한 판사도 불구속 재판 원칙 강조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나 재판을 받을 수 있는 원칙은 지난 2008년 1월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가 없는 한 보장 받을 수 있도록 확대됐다. 실제 구속 영장 발부 건수도 줄어들고 있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구속영장 발부 건수는 2만4044건이다. 2017년 2만8400건, 2018년 2만4457건등으로 매년 감소 추세다.

지난달 9일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영장 기각 당시에도 원정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불구속 재판의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서는 소명이 부족하다”는 사유를 들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두는 대신 재판에서 최종 유죄가 나오는 데 수사의 초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영장보다 재판 유·무죄로 싸워야” 조언도 

2016년 7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폴크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건으로 한국인 사장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대검찰청은 당시 A씨 외에도 현역 국회의원에 대한 영장이 잇따라 기각되자 “법원이 제대로 된 기준을 갖고서 영장청구를 심사하는지 의문”이라고 항의했다. 영장이 기각됐지만 수사팀은 법정에서 독일 본사와 오간 e-메일 증거를 꾸준히 제출했고, 법원은 지난 2월 A씨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수사팀의 입장에선 범죄 혐의가 명확한 상황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을 경우 “외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데 대해 부담을 느낀다고 한다. 특수부에서 주로 일했던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누구를 수사에서 봐줬다’는 게 검사들이 제일 듣기 싫어 하는 말”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현직 검사는 “검찰 조직을 떠난 변호사들도 막상 수사팀에 다시 돌아오면 영장을 청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삼진아웃을 당하더라도 스윙은 해야 나중에 다른 말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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