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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수사팀 '특임검사' 요구···대검 "범죄 성립 설득부터" 거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6월30일 서울 서초구에 나란히 위치한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청사. 연합뉴스

6월30일 서울 서초구에 나란히 위치한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청사. 연합뉴스

채널A 강요미수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이 ‘특임검사’에 준하는 직무 독립성을 부여해 달라며 대검찰청에 공개 건의했다. 상부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법조계에서는 채널A 의혹을 두고 대검과 수사팀 사이 의견 대립이 빚어진 상황에서 이같은 서울중앙지검의 건의는 사실상 대검에 독자적인 수사를 진행하겠다며 ‘항명’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특임검사란?…검사 범죄혐의 수사

지난 2010년 8월 제정된 대검 훈령에 따르면 특임검사는 검사의 범죄 혐의를 수사·소추할 때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제도다. 특임검사는 직무에 관해서 검찰총장 등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수사 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도록 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특임검사는 검사의 중대 범죄 혐의로 수사 대상이 제한돼 있다. 고위 공직자의 비리나 중대한 위법 혐의를 수사하는 ‘특별검사’와는 지명 과정과 수사 범위 등에 있어서 차이점이 있다.

역대 특임검사가 지명된 사례는 총 4차례다. ▶‘그랜저 검사’ ▶‘벤츠 여검사’ ▶김광준 전 부장검사 ▶진경준 전 검사장 등 네 사건에 대해서 특임검사의 수사가 진행된 바 있다.

역대 특임검사 사건들은 무엇?

진경준(위) 전 검사장과 김광준 전 부장검사는 모두 뇌물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중앙포토]

진경준(위) 전 검사장과 김광준 전 부장검사는 모두 뇌물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중앙포토]

검찰 역사상 첫 특임검사는 ‘그랜저 검사’ 사건을 맡은 강찬우 당시 대검 선임연구관이다. 정모 전 부장검사의 그랜저 등 금품수수 혐의를 수사한 사례로, 징역 2년6개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내려졌다.

‘벤츠 여검사’ 사건은 이창재 당시 안산지청장이 특임검사로 지명돼 수사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로부터 벤츠 승용차 등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은 이모 전 검사 사건이 수사 대상이었고, 최종 무죄가 선고됐다.

4조원대 유사수신 사기범 조희팔씨 측근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김광준 전 부장검사 사건은 김수창 당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특임검사로 수사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징역 7년형이 확정된 바 있다.

지난 2016년 진경준 전 검사장의 ‘공짜 주식’ 의혹을 수사한 특임검사는 이금로 전 검사장이다. 진 전 검사장은 징역 4년이 확정됐다.

중앙지검 “특임검사에 준하도록 해 달라” 요구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1월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뉴스1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1월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뉴스1

서울중앙지검이 “특임검사에 준하는 직무의 독립성을 부여해 달라”고 대검에 요구한 것은 채널A 의혹에 연루된 한동훈 검사장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그간 채널A 의혹을 두고 대검 실무진과 수사팀의 의견 대립이 치열한 상황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 안팎에서는 서울중앙지검의 공개 건의에 대해 여러 의견이 제기된다. 다만 건의 시기에 대해서는 의문점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임검사는 통상 의혹 제기·수사 초기 단계에서 검찰총장이 지명하는데, 수사가 상당 부분 진행된 상황에서 특임검사에 준하는 독립성을 요구하는 게 의아하다는 취지다.

지방의 한 평검사는 “특임검사는 검찰총장이 독립적 수사가 필요한 사안에 따라 지명하는 것인데, 이번에는 반대로 서울중앙지검이 그에 준하는 대우를 건의했다”며 “구속영장을 검토할 정도로 수사가 상당 부분 이뤄진 점에 비춰보면 건의 시기나 방식이 적절했는지는 다소 의문점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채널A 관련 의혹은 수사가 어느 정도 진행됐고, 대검도 수사 자체를 막지 않았다”며 “그런데 특임검사 대우를 건의한 것은 현재 상황을 고려해 ‘독자적인 수사를 하겠다’며 대검에 항명하는 의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검 “범죄 성부도 설득 못 하면서” 즉각 거부

윤석열 검찰총장이 2월20일 오후 광주고등·지방검찰청에 들어서며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2월20일 오후 광주고등·지방검찰청에 들어서며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검은 즉각 거부 의사를 밝혔다. 대검 측은 “범죄 성부(成否)에 대해서도 설득을 못 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임검사에 준하는 독립성을 부여해 달라고 하는 것”이라며 “수사는 인권 침해적 성격이 있기 때문에 상급기관의 지휘와 재가를 거쳐 진행되는 것이라는 기본마저 저버리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대검은 수사팀이 채널A 이모 기자에 대해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한 점을 짚었다. 대검은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고 했다면 최소한 그 단계에서는 법리상 범죄 성립과 혐의 입증에 대해서는 지휘부서인 대검을 설득시켜라”고 강조했다.

대검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강요죄로 구속된 피고인은 성범죄 관련 1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요죄보다 상대적으로 혐의가 가벼운 강요미수죄에 대한 통계는 따로 집계되지 않는다. 다만 강요죄 구속자가 통계상 1명인 점에 비춰봤을 때 강요미수죄 구속 사례는 그보다 더 드물 것이라는 게 법조계 분석이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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