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저금리·재택근무 시대 새 풍경···서울 오피스들 '오피스텔 변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 전경. 상가정보연구소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 전경. 상가정보연구소

서울 오피스 시장에 컨버젼(개조) 바람이 불고 있다. 오피스 임대로 수익을 내기 어려워지자 아예 오피스텔이나 임대주택 같은 주거시설로 재단장해서 팔거나 직접 운영한다.

임대 수익률 1%대로 하락…공실률 10% #오피스텔 등 주거시설로 바꿔 분양 바람

지난 5월 주인이 바뀐 서울 강남구 역삼동 우덕빌딩(2만4515㎡)은 오피스텔로 변신을 앞두고 있다. 이 빌딩을 사들인 더강남832(PFV)가 오피스가 아닌 오피스텔로 다시 지을 예정이다. 지난 2월 라미드관광(라군)이 사들인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서울비젼사옥(3159㎡)도 오피스가 아닌 오피스텔로 재단장한다. 지난 5월 서울 강서구 공항동 KT공항빌딩(4521㎡)을 산 동암글로벌은 이 빌딩을 청년임대주택으로 바꿀 계획이다.

오피스를 주거시설로 변경하는 데는 빈 오피스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서울 대표 업무시설밀집지역의 공실률이 평균 10%선이다. 10실 중 1실은 비어있다는 의미다. 충무로(19.5%), 영등포(16.4%)를 비롯해 종로(12.4%), 명동(10.3%), 마포(10.2%) 등지에 빈 오피스가 많다.

서울 도심 오피스 10실 중 1실은 공실 

수도권에 크고 작은 업무지구가 조성되면서 오피스 수요가 빠져나가고 있다. 최근에도 두산중공업‧현대중공업‧SK케미칼 등이 경기도 판교신도시로 옮겼고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등지로 기업이 꾸준히 이전하고 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위험에 재택근무가 늘어난 것도 이유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재택근무 등으로 사무공간의 필요성이 이전보다 줄어들게 됐고 실제로 업무 공간을 줄이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익률도 떨어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국 오피스 수익률은 1.59%에 불과하다. 지난해 4분기보다 0.51%포인트 감소했다. 코로나19 영향에 거래도 줄었다. 신영에셋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서울·분당권 오피스 거래액은 1조874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0% 감소했다.

반면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투자할 곳을 찾는 수요는 꾸준하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출입국에 제약이 생기자 그간 해외 부동산에 관심을 가졌던 수요까지 국내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최재견 신영에셋 리서치팀장은 “국내 부동산 관련 자산운용사나 리츠가 100곳이 넘는데 마땅한 투자처가 없으니 용도를 바꿔서 수익을 내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피스텔로 변경 예정인 서울 강서구 공항동 KT공항빌딩. 네이버지도

오피스텔로 변경 예정인 서울 강서구 공항동 KT공항빌딩. 네이버지도

금융위기 때는 호텔로 재단장 바람

이전에도 오피스 재단장 바람이 분 적이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다. 당시 공실이 늘면서 명동을 중심으로 오피스를 호텔로 바꾸는 사례가 많았다. 한류 바람을 타고 중국인‧일본인 관광객이 몰리면서 한 해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1000만명 수준이었다.

오피스 컨버젼 바람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현대제철사옥(5434㎡), 서울 서초구 서초동 금강공업빌딩(4963㎡), 서울 강남구 논현동 성암빌딩(1만2304㎡),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유수홀딩스빌딩(4만9968㎡)과 신동해빌딩(9989㎡) 등 하반기에 주인이 바뀌는 오피스가 대거 오피스텔이나 임대주택으로 바뀔 예정이다.

주택과 달리 오피스텔은 분양가 상한제 대상이 아니라 업체 측이 가격 규제를 받지 않고 분양할 수 있다. 최 팀장은 “주택 규제로 서울 도심에 새 아파트 공급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소형 주택을 대신할 오피스텔 같은 주거시설이 매력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