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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북인권단체 설립자 ”북 인권 문제, 정치적 간섭 없어야“

중앙일보

입력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20일 "각지에서는 대규모적인 대남 삐라(전단) 살포를 위한 준비 사업이 맹렬히 추진되고 있다"면서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20일 "각지에서는 대규모적인 대남 삐라(전단) 살포를 위한 준비 사업이 맹렬히 추진되고 있다"면서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뉴스1]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와 큰샘 박정오 대표 형제가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의 혐의로 30일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가운데 미국의 대북인권단체 ‘LUMEN(이하 루멘)’의 설립자인 백지은씨는 이에 대해 “비민주적이고 근시안적이며 현명하지 못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인터뷰]美 대북인권단체 'LUMEN' 설립자 백지은씨

전 하버드대 벨퍼센터 연구원인 백씨는 지난 2016년 11월 대북 정보 유입의 중요성을 강조한 책 『북한의 숨겨진 혁명(North Korea’s Hidden Revolution)』을 펴냈다. 외부 정보 유입은 북한 주민들이 미래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내용을 담은 이 책은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루멘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백지은 설립자의 소개글. [홈페이지 화면 캡쳐]

루멘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백지은 설립자의 소개글. [홈페이지 화면 캡쳐]

백씨는 북한 주민들이 외부 정보를 통해 생각하고, 움직이고,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세 가지 목적을 가지고 루멘을 설립했다. 라틴어로 ‘빛’을 의미하는 루멘은 검열되지 않은 정보에 북한 주민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루멘은 지난해 미국 정부로부터 비정부기구로서 승인을 받았다.

“북한 인권 문제, 정치적 간섭 없어야”

백씨는 지난 28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대북전단이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는 있지만, 전체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북한 주민들을 위해 정보를 건네는 일, 표현의 자유를 막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 국가로 존재하는 건 어렵다. 그럼에도 한반도 문제를 외교 문제와 함께 잘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단체는 최대한 정치적 문제로부터 멀어지고 싶다”며 “정부나 어떤 기관의 간섭도 받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북한 인권 문제가 정치적 문제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순수하게 기부금으로만 운영되는 루멘은 미 정부의 간섭이나 통제 없이 활동 중이다. 따라서 단체의 활동 내용도 비공개가 원칙이라고 한다.

현재 10여명의 북한 전문가와 기술과학 분야 전문가 등이 백씨와 함께하고 있지만, 백씨와 마틴 윌리엄스 사무총장 외에 신원이 공개된 사람은 없다.

“정보를 건넬 때 신이 되고자 해서도 안 돼”

백씨는 김정은 정권을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이나 모욕적인 선전이 담긴 대북전단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대북전단도 일종의 정보로 볼 수 있다”면서도 “정보를 건넬 때는 신이 되고자 해서는 안 된다(We don‘t want to play God)”고 강조했다. 북한 주민들에게 어떤 외부 정보를 선택해 건네주는 결정만으로도 의도가 들어갈 수밖에 없단 얘기다. 그는 “정치적 의도보다 북한 주민들의 상황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루멘 홈페이지 소개글. "모든 북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움직일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고 적었다. [홈페이지 화면 캡쳐]

루멘 홈페이지 소개글. "모든 북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움직일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고 적었다. [홈페이지 화면 캡쳐]

그러면서 “정보의 큰 물줄기(water hose)를 제공해 북한 주민들이 스스로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가져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에서부터 어른, 그리고 개인의 상황에 따라 각자 필요로 하는 정보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는 “외부 정보를 접한 뒤 어떤 선택을 하던, 그건 개인에게 맡겨야 한다”며 “자유를 찾으라고 말할 수 있는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고 말했다.

“모든 사람이 자유와 기회를 누려야 할 책임 느껴”

원래 의대에 진학하려던 백씨는 하버드대 재학 당시 탈북자 강철환씨의 강연을 우연히 들은 이후 진로를 바꿨다. 백씨는 “나도 운 나쁘게 북한에서 태어날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하면 내가 지금까지 누려온 자유와 기회를 모든 사람과 나눠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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