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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 355명 사망 0명, 인구 1억 베트남 코로나 극복 비결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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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신성식 기자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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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동 WHO 베트남 대표 인터뷰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확진 355명, 사망 0명.’

첫 환자 8일 전 벌써 범정부 대응 #3월 29일 국경 잠근 후 아직도 유지 #4월 16일 이후 국내 환자 발생 없어

베트남의 6월 30일 기준 코로나19 성적표다. 좀 더 들어가 보면 더 화려하다. 4월 16일 이후 75일째 국내 환자 발생 0명, 인구 100만명당 발생률 세계 3위(낮은 순), 인구 5000만명이 넘는 29개국 중 발생률·사망률 최저. 인구(9600만명)가 1억명에 육박하고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데 어떻게 이런 성적을 냈을까.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지역본부 베트남 주재 박기동(57) 대표에게 비결을 물었다. 박 대표는 한국 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 출신의 감염병 전문가이다.

통계가 정확한가.
“355명 확진자 중 국내 발생이 106명, 해외 유입이 249명이다. 정부가 모든 정보를 신속하고 투명하게 공개한다. 우리(WHO를 지칭)가 다른 경로로 루머까지 수집해 분석하는데, 베트남 정부가 놓치고 있는 상황은 없다. 인구 10만명당 발생 환자가 0.37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축에 든다.”

베트남의 인구 100만명당 발생률은 4명이며 미국(8102명, 발생률 12위), 카타르(3만3011명, 1위)에 비하면 매우 낮다. 한국은 250명이며 낮은 순 73위다(코로나보드 통계).

지난 5월 베트남 보건당국 직원이 축구장에 입장하는 팬의 체온을 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5월 베트남 보건당국 직원이 축구장에 입장하는 팬의 체온을 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 진행 상황은.
“1월 23일 첫 환자(해외 입국자)가 나왔다. 4월 3주간 강력한 거리두기를 시행했고, 그달 16일 이후 국내 발생 환자가 없다. 그 이후 발생한 97명은 모두 해외 유입이고, 모두 자가격리 중 확진돼 내국인에게 퍼뜨리지 않았다.”
비결이 뭔가.
“반 박자 앞선 정부 대응이 첫째 요인이다. 1월 3일 WHO가 중국의 원인 불명 중증폐렴 발생을 통보해오자 즉각 비상체계에 돌입했다. 국내 유입 가능성, 대처방안 마련에 들어갔다. 그달 13일 태국에서 첫 환자가 나오자 15일 범정부 대응지도반을 만들었고 사회담당 부총리 주재로 1차 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점검했다.”
발생률 높은 20개국.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발생률 높은 20개국.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주요 대책은.
“1월 25일 각급 학교의 개학을 무기한 연기했다. 2월 13일 하노이 인근 손로이 마을(인구 1만1000명)에서 2, 3차 감염이 생기자 3주간 봉쇄했다. 웹·페이스북에 코로나19 페이지를 개설해 정보를 공개했다. 각종 정부 회의를 언론에 공개했고 회의록을 웹에 올렸다. 방역 수칙을 휴대폰 문자, 전화 연결 안내 메시지로 전달했다. 유명인을 내세워 손 씻기 노래를 알렸다. 한국보다 검사 총량은 적지만 확진자 1인당 검사 건수가 1050건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
국경은 어떻게 했나.
“단계적으로 입국 제한을 강화하다 3월 29일 외국에서 오는 항공기·선박·자동차 등의 운행을 금지했다. 아직도 유지한다. 중국·라오스·캄보디아 등의 국경을 마주한 나라와 화물 통행은 제한적으로 허용한다. 입국자는 14일 격리한다.”
4월 29일 퇴치 선언이 아직 유효한가.
“당시 ‘작은 전투에서 승리한 것이며 큰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알렸다. 국내 발생이 없다는 것은 지역사회에 바이러스가 없다는 뜻이다. 해외 입국만 계속 틀어막으면 문제없다고 본다. 지금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지 않는다. 다만 문을 잠그기 전에 국내에 이미 침투해 있는 바이러스를 잘 색출하는 게 중요하다.”
발생률 낮은 20개국.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발생률 낮은 20개국.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경제 악영향이 크지 않나.
“국내 생산 및 소비, 국내 관광을 독려한다. 또 베트남 사업장이 있는 외국 법인 기술자와 일부 가족을 우선으로 입국시킨다. 다만 코로나가 장기화하면 계속 문을 걸어 잠글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
정치권이 방역에 개입하지 않나.
“베트남은 공산당 단일 정당 체제라서 당과 정부가 다른 소리를 내는 경우가 없다.”
베트남이 신종 감염병을 겪었나.
“2003년 사스를 겪었다. 당시 홍콩에서 하노이로 온 세계 첫 환자를 찾아내 보고했다. 조류독감·지카 등의 감염병에 많이 시달렸다. 이 과정에서 선제적 대응의 중요성을 익혔다. 의료체계가 대량 환자를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에 예방에 전력투구한다.”
박기동 대표

박기동 대표

WHO베트남 사무소는 1월 초부터 베트남 정부와 한팀을 이뤄 대응했다. 코로나 유행과 위해 평가, 검역, 지침개발, 검사 등의 기술 지도와 훈련, 검사·개인보호 장구 지원 등을 맡았다.

한국 대응을 평가하자면.
“지금까지 성공적이라고 본다. 발생률이 낮고 치료를 잘해 치명률도 낮다. 디지털 데이터를 이용해 접촉자를 추적관리하고 효율적으로 대량 검사를 하고 있다. 2015년 메르스 이후 방역체계를 강화한 게 주효한 것 같다.”
세계 코로나19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세계 코로나19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박 대표는 “사스와 달리 코로나19가 사라질 가능성이 없다. 백신을 개발해 대다수 국민이 접종받고 면역을 가져야 코로나 위협이 사라질 것”이라며 “WHO가 치료약과 백신 개발을 지원하고 있고, 모든 나라에 골고루 혜택이 가도록 환경 조성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기동

서울대 의대를 나와 94년 보건복지부에 들어가 전염병·만성병·건보수가 등을 담당했다. 2006년부터 WHO 제네바 본부, 서태평양지역본부(필리핀 소재)에서 근무하다 2017년 베트남 대표(직원 50여명)가 됐다. WHO에서 신종플루·메르스 대응과 평가를 담당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