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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진출 농구 기대주 양재민, 목표는 미국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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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키 2m1㎝ 양재민은 빙글 돌아 공격하는 ‘스핀 무브’가 강점이다. 스페인과 미국 농구를 경험한 양재민은 10월 개막 예정인 일본프로농구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김상선 기자

키 2m1㎝ 양재민은 빙글 돌아 공격하는 ‘스핀 무브’가 강점이다. 스페인과 미국 농구를 경험한 양재민은 10월 개막 예정인 일본프로농구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김상선 기자

29일 경기 하남시 농구 아카데미 ‘스킬 팩토리’. 한국 농구 유망주 양재민(21·2m1㎝)이 2시간 동안 기술 훈련을 하며 땀을 흘렸다. 박대남 트레이너는 “해외에서 뛰면서도 방학 때면 꼭 찾아온다. 성실함과 도전 정신은 인정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로 처음 일본 B리그 행 #스페인·미국 유학 현지농구 체험 #NCAA 진출 노력, 코로나로 실패 #NBA 서머리그 문 두드릴 계획

양재민은 최근 한국 선수로는 처음 일본 프로농구 B리그 신슈 브레이브 워리어스와 계약했다. 한국 프로농구와 비슷하거나 좀 상위 수준인 B리그는 18개 팀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남시에 위치한 스킬 팩토리에서 박대남 트레이너와 기술 훈련 중인 양재민. 김상선 기자

하남시에 위치한 스킬 팩토리에서 박대남 트레이너와 기술 훈련 중인 양재민. 김상선 기자

양재민의 농구 인생은 낯선 길을 걷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그는 2016년 17세 이하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한국의 8강행에 힘을 보탰다. 그해 스페인으로 농구 유학을 떠났다. 1년 만에 국내로 돌아온 그는 2018년 연세대에 입학했다. 그런데 또다시 무작정 미국으로 떠났다. 오로지 ‘농구를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미국에서 양재민은 캔자스시티 인근 니오쇼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2년간 뛰었다. 전미전문대학스포츠협회(NJCAA) 소속팀이다. 지역 선수 랭킹 톱10에도 들었다. 올 3월 전미대학스포츠협회(NCAA) 소속 대학팀 편입을 준비하던 그는 3월에 관심을 보였던 학교들과 접촉 중이었다. 캘리포니아 폴리테크닉 주립대 등 20여개 학교였다.

4월에는 조지타운대에서도 “만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미국 프로농구(NBA) 스타였던 패트릭 유잉이 이 학교 감독이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목을 잡았다. 대부분 학교의 학사 일정이 멈춰섰고, 편입은 불발됐다.

양재민은 “조지타운대 코치가 ‘경기를 봤는데 마음에 든다’고 연락했다. 성적표를 보내는 등 2~3주간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런데 유잉 감독이 급작스럽게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어 흑인 인권시위(조지 플로이드 사건)가 일어나면서, 계속 기다려야 했다. 그러던 중 호주와 일본 팀에서 연락이 와 일단 플랜B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니오쇼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뛴 양재민. [사진 양재민 인스타그램]

니오쇼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뛴 양재민. [사진 양재민 인스타그램]

한국프로농구(KBL)도 선택지가 될 수 있었다. 한 KBL 팀 사무국장은 “팀과 감독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양재민이 드래프트에 나온다면 유력한 1라운드 픽”이라고 평가했다. 키는 빅맨 못지않은데, 포인트·슈팅 가드, 스몰·파워 포워드를 모두 볼 수 있고, 유럽과 미국 경험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양재민은 KBL 대신 B리그를 택했다. 신슈는 나가노현이 연고지인 1부 승격팀이다. 그는 “지금 한국에 돌아오면 스페인과 미국까지 갔던 이유가 사라질 것 같았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싶었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도전하고 싶다. 일본에서 뛰면서 비시즌마다 NBA 서머리그를 통해 미국 진출을 다시 시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B리그에서 서머리그를 통해 미국에 진출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한국 최초로 일본프로농구에 진출한 양재민. 김상선 기자

한국 최초로 일본프로농구에 진출한 양재민. 김상선 기자

2년 전 처음 미국에 갔을 때 양재민은 영어를 거의 못했다. 공항에 나온 감독이 뭔가 얘기하는데 거의 이해하지 못했다. 시골 기숙사에서 운동만큼이나 열심히 공부했다. 괜찮은 학점(3.8점)으로 장학금도 받았다. 외로울 때면 늘 코트를 찾았다. 슈팅 연습으로 외로움을 달랬다.

양재민은 2017년 NBA 하부리그인 G리그에서 뛰었던 이대성(30·고양 오리온)을 멘토로 따른다. 이대성도 끊임없이 미국 행을 도전했다. 양재민은 “대성이 형이 지난해 함께 훈련하자고 제안했다. 새벽 6시에 나갔는데 형은 이미 도착해 스트레칭까지 마쳤더라. 형이 ‘어떤 선택이든 남 신경 쓰지 말고,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최선을 다하라’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양재민은 NCAA 데이비슨대 슈팅가드 이현중(20)과 함께 한국 농구의 미래다. 둘은 2016년 아시아 16세 이하 선수권 우승, 2017년 세계선수권 8강 때 호흡을 맞췄다. 양재민은 “현중이와 청소년대표 때 룸메이트였다. 미국에서 생활하며 서로 종종 통화한다. 외국 생활을 하다 보니 애국심이 더 강해졌다. 언젠가 성인대표팀에서도 호흡 맞출 날이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남=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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