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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쌤 8가지 검증, 진상엄마는 퇴출…깐깐했더니 회원 10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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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김희정 대표. [사진 째깍악어]

김희정 대표. [사진 째깍악어]

국내 보육 시장은 일종의 ‘레몬 마켓’(정보 부족과 낮은 신뢰도로 저품질 재화가 유통되는 시장)이다. 아이를 맡기는 부모는 보육 품질을 알 수 없기에, 선뜻 좋은 값을 안 쳐 준다. 교사 입장에선 양질의 돌봄을 제공해도 마땅한 보상이 없고 ‘진상 부모’를 만날 위험도 있다. 아무나 들어오지만 아무도 만족 못 하기 일쑤다.

돌봄앱 ‘째깍악어’ 김희정 대표 #“막말·감시하는 부모 이용 막고 #어중이떠중이 교사는 90% 탈락 #진입장벽 높여야 양쪽 다 만족”

‘아무나 못 한다’는 역발상으로 이런 시장을 바꾸는 업체가 있다. 부모와 돌봄 교사를 연결하는 모바일 앱 ‘째깍악어’다. 교사 지원자는 범죄 이력·자격증·인·적성검사로 걸러내고, 무례한 부모는 퇴출한다. 그랬더니 부모·교사 회원 10만 명이 등록했다. 써 본 회원의 60%가 다시 찾았다. “진입 장벽을 높여야 양쪽 다 만족한다”는 김희정(44) 째깍악어 대표를 지난달 23일 서울 성수동 사무실에서 인터뷰했다.

누가 돌봄 교사를 하나.
“대학생, 보육교사 자격증 소지자, 특기교사(영어·태권도 등)가 지원한다. 신원과 자격증, 범죄 이력을 조회하며 인·적성 검사와 교육, 모의 돌봄 면접, 동영상 프로필 촬영 등 8가지 검증을 한다. 3만 3000명 누적 지원자 중 3000명이 검증된 악어선생님으로 활동한다.”
까다로운데 지원을 하나.
“이른바 ‘어중이떠중이’와 구분되니 도리어 좋아한다. 우리 회사엔 강제 배정도, 휴업 불이익도 없다. 교사 중엔 방학에 자기 자녀를 돌봐야 하는 이들도 있어서다. 갑질도 참지 않는다. 부모가 무례할 경우, 회사에 얘기하면 바로 조치한다. 교재 영업도 없다.”

부모가 앱으로 결제한 비용 중 수수료가 회사의 매출이다. 하지만 회사는 부모 회원이 악어쌤에게 막말이나 직거래 요구, 아이 앞에서 감시를 하면 고쳐달라 하고, 반복되면 이용을 제한한다.

돈 내는 부모에게 싫은 소리 하기 어렵겠다.
“그래도 해야 한다. 선생님을 보호해야 더 많은 사람이 찾는다. 지난해 봄 서울 금천구 아이 돌보미의 영아 학대 사건이 터졌을 때, 여성가족부에서 찾아와 ‘돌봄 교사 어떻게 관리하냐’ 묻더라. ‘소수의 진상 부모를 걸러내야 교사 질이 높아진다’고 답해줬다.”
부모들의 반응은.
“절반 정도는 ‘몰랐다, 미안하다’ 한다. 게다가 아이들이 안다. ‘저 사람은 우리 엄마가 돈 주고 불렀어’라고 서열이 생기면 돌봄도 교육도 안 된다.”
째깍악어의 악어쌤이 아이를 돌보고 있다. [사진 째깍악어]

째깍악어의 악어쌤이 아이를 돌보고 있다. [사진 째깍악어]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 3월 말, 회사는 63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지스자산운용, 메가인베스트먼트, 한화투자증권, 캐피탈원, 스마트스터디벤처스, 옐로우독 등이 투자했다. 2016년 창업 이후 누적 투자금은 80억원.

코로나19 영향은 없나.
“원격 수업 보조 패키지를 만들었더니, 정기 방문 수요가 더 늘었다. 단골이 늘어나 한 가정당 이용 금액이 33% 증가했다. 상위 20% 고객이 전체 매출의 75%를 차지한다.”
인기 악어쌤은 돈을 더 받나.
“부모가 내는 돌봄 비용은 같지만, 회사가 수수료를 덜 받는다. 부모의 만족도, 총 돌봄 시간, 가정 재방문율 등 성과를 측정해 보상하는 체계다. 상위 2% 선생님은 하루 평균 5.1시간 돌봄을 한다.”
일종의 플랫폼 사업인데.
“플랫폼이 ‘일감 연결’에 그쳐선 안 된다. 악어쌤들 사연 듣고 조언하고 해결하는 게 회사의 주요 업무다. ”

김 대표는 국내외 기업 마케터로 일하다 창업했다. 초등학생 딸을 키우는 워킹맘이자, 째깍악어의 단골이다. 김 대표는 “10년 넘게 ‘이모님’께 살림과 육아를 맡겼지만, 신분증 보여달란 얘기 한 번 못 했다”며 “깜깜이인 이 시장의 구조를 바꾸고 싶었다”고 했다. 현재 회사 서비스 지역은 서울·인천·경기다.

검증이 까다로우면 확장이 어렵지 않나.
“놀이 콘텐트와 돌봄 문화로 확장하려 한다. 돌봄을 사내 복지로 제공하려는 기업과 연계도 한다. 꼭 가정 방문이 아니어도 된다. 지난 1월 서울 잠실에 놀이터 ‘째깍섬’을 열었다. 우리 아이가 처음 본 선생님과 이렇게 잘 놀 수 있구나, 부모들이 체험하고 놀이 방법도 배워간다.”
째깍악어의 업을 정의한다면.
“‘이모님’시장을 대체할 생각은 없다. 주 양육자의 숨통을 틔우는 2차, 3차 방어선 역할을 하고, 돌봄 시장의 감정 노동과 검증 작업을 대신하고 싶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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