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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산 다시마 금값…‘기생충’이 활로 뚫고 백종원이 도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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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면

국산 다시마 중 70% 이상이 생산되는 전남 완도의 다시마 양식장 전경. 프리랜서 장정필

국산 다시마 중 70% 이상이 생산되는 전남 완도의 다시마 양식장 전경.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달 22일 오전 국내 최대 해산물 산지인 전남 완도의 금일읍 다시마 위판장. 말린 다시마의 위판가격이 ㎏당 9300원을 넘어서자 “와”하는 탄성이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지난해 최고 위판가인 8200원을 훌쩍 넘겨서다. 올해 완도산 다시마는 영화 ‘기생충’에 등장하는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효과 등으로 전례없이 몸값이 높아졌다.

코로나로 재고량 늘어나 어려움 #짜파구리 판매증가…㎏당 9300원 #농심 “전년보다 다시마 30% 증가” #백종원 효과에 오뚜기도 140t 계약

완도군은 “지난달 1일 시작된 올해 건다시마 경매에서 연일 위판가가 최고가를 갈아치우며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완도 어민들은 지난해 17만9000t의 다시마를 채취해 전국 전체의 70% 이상을 생산해냈다. 이중 건다시마는 8만t가량이 생산돼 가공식품이나 식당 육수용 등으로 공급됐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완도 어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재고 누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생산한 건다시마 중 2000t가량이 판로를 찾지 못해서다. 코로나19 후 전국 시장·대형마트 등에서 다시마 판매가 급감한 가운데 대형식당 납품이나 학교 급식도 사실상 중단됐다.

창고 신세가 될 뻔했던 완도산 다시마는 영화 ‘기생충’ 효과로 활로를 찾기 시작했다. 기생충이 오스카상을 받은 후 전 세계적으로 ‘짜파구리’ 열풍이 불면서 다시마(너구리) 판매량이 덩달아 뛴 것이다.

어민들이 채취해 말린 다시마가 선적을 위해 항구로 옮겨진 모습. [뉴시스]

어민들이 채취해 말린 다시마가 선적을 위해 항구로 옮겨진 모습. [뉴시스]

기생충에 소개된 짜파구리는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함께 끓인 이색 메뉴로 글로벌 간식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농심 측은 지난 6월 1일부터 두 달여간 진행되는 완도군 금일도 경매에 초반부터 참여하고 있다. 짜파구리 인기몰이로 인해 지난해 말까지 확보한 다시마 대부분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농심 관계자는 “해마다 400t의 완도 다시마를 구매했는데, 올 1~4월에는 너구리를 만들 때 전년보다 30%가량 증가한 150t의 다시마가 사용됐다”고 말했다.

너구리는 완도산 다시마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1982년 너구리 출시 당시 별도 가공없이 다시마 조각을 그대로 넣는 파격적인 생산방식을 취한 게 시작이었다. 이후로도 너구리는 완도산 다시마만을 사용하면서 현재까지 1만5000t이 넘는 누적 구매량을 기록 중이다.

완도군은 올해 코로나19로 어가들의 다시마 채취량이 50%가량 줄어든 가운데 방송인 ‘백종원 효과’도 몸값을 올리는데 한몫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백종원은 자신이 출연하는 한 TV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마 재고가 2000t이 쌓여있다”는 제보를 받고 완도로 내려갔다.

그는 완도 현장을 둘러본 뒤 오뚜기식품 함영준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다시마 어가가 어려운데 라면에 다시마를 넣으면 안되냐”고 물었다. 이에 함 회장은 “지금 우리는 다시마 넣은 라면이 있는데, 2장 정도 넣으면 훨씬 깊은 맛이 날 것”이라고 화답했다. 오뚜기식품은 함 회장의 약속에 따라 140t의 완도 건다시마를 계약한 상태다.

앞서 완도군은 ‘6월의 해양치유식품’으로 다시마를 선정한 바 있다. 올 초 재고량 적체와 코로나19에 따른 채취량 감소 등에 따라 소득이 줄어든 어가를 돕기 위해서다. 신우철 완도군수는 “올해 다시마 가격이 높아졌더라도 코로나19에 따른 생산 감소로 소득이 되레 줄어든 어가들도 많다”며 “양식 어가의 경영 안정을 위해 긴급경영안정자금 등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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