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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무역불이익’ 중국 ‘공안통제’…한국기업 새우등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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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7년 11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기자회견 말미에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7년 11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기자회견 말미에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30일 ‘홍콩보안법’을 통과시키고 미국은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 대우를 박탈하기로 하면서 한국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자칫하면 미국에선 ‘경제적 압박’을, 중국에선 ‘정치적 압박’을 받으며 이중의 부담을 질 수 있어서다.

홍콩 경유 대미 수출 불리해져 #한국 교민·관광객도 보안법 적용 #‘티베트 독립’ 글 써도 처벌 받아

그간 홍콩은 한국 기업들에 중계무역과 금융허브의 기지 역할을 했다. 이때 작동했던 게 ‘일국양제’로 보장받는 홍콩의 자치권이었다. 하지만 홍콩보안법 시행으로 홍콩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들과 주재원, 교민 모두 이 법의 통제를 받게 된다. 따라서 반정부 시위 참여, 반정부 인사 접촉은 물론 소셜미디어에 티베트 독립을 지지하거나 위구르 탄압을 비판하는 글을 올려도 홍콩보안법상 ‘국가 분열 행위’로 간주돼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해외 세력과 결탁해 국가 안전을 해치는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명시해 현지 활동에서 주의가 필요해졌다. 한 중국 소식통은 “그간 우리가 알아 왔던 자유로운 홍콩은 사라졌다”며 “교민과 관광객 모두 이를 각별히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홍콩보안법 내용과 의미

홍콩보안법 내용과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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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측면에선 미국 정부가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기로 하면서 미국이 중국에 적용 중인 보복관세가 홍콩에도 적용될 전망이다. 한국 기업들의 홍콩을 거친 대미 수출도 불리해진다. 단, 미국 재수출 비중은 극히 적어 당장은 큰 영향이 없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문제는 미국이 내린 첨단기술 통제 조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중국이 국가보안법 통과를 강행함에 따라 미국은 오늘부로 미국산 국방 장비의 수출을 중단하고, 민·군 이중용도(dual-use) 기술의 홍콩 수출에 관해 중국에 대한 조치와 똑같이 제한하는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홍콩을 중국 중계무역 발판으로 삼아 온 글로벌 기업들로 불똥이 튈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반도체 기업을 포함해 미국의 수출규제 대상인 특정 첨단기술이 포함된 상품을 생산하는 다국적 기업에 더 큰 파장이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홍콩은 지난해 기준 수출액이 319억1000만 달러로 4대 수출 대상국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만 222억8700만 달러(약 27조5735억원)로 전체 반도체 수출의 17.3%를 차지한다.

한국 정부는 이날 홍콩 문제를 놓고 미·중 사이에서 절충을 시도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표결·통과시킨 데 주목하며, 관련 동향과 향후 영향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홍콩이 일국양제하에서 고도의 자치를 향유하며 발전을 지속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고도의 자치’를 거론했지만 홍콩보안법을 정면 비판하지는 않았다. 반면에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일본에는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즉각 입장을 밝혔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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