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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의 저주’ 피하려는 민주당…“그래도 통합당 기다린다”

중앙일보

입력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제를 공부하는 국회의원 모임에 참석, 홍영표 의원 등과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제를 공부하는 국회의원 모임에 참석, 홍영표 의원 등과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33년만에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한 더불어민주당이 30일 ‘승자의 저주’ 경계에 돌입했다. 단독 원구성 강행 후유증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움직임이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일하는 국회 문은 항상 활짝 열려있다. 미래통합당에 말한다. 하루빨리 복귀하라”고 두 차례 언급했다. 하지만 이날 통합당에서 나온 “3차 추경 처리 1주일 연기” 주장은 거부했다.

통합당 향한 역공

제1야당 없이 반쪽 국회를 개문발차한 여당의 우려는 ‘민주당=의회 독재’란 여론이다. 당장 공격 상대(통합당)를 지목해 역공하는 발언이 나왔다. 박홍근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통합당이 ‘민주당을 독선과 오만의 의회 독재세력으로 최대한 낙인을 찍고 프레임에 가둠으로써 다음 대선에 유리한 여론지형을 만들겠다’는 저급한 속내를 드러냈다”고 썼다. 전날 통합당에서 “헌정 사상 초유의 여당 폭주”(최형두 원내대변인), “대한민국 의회 치욕의 날”(김은혜 대변인)이라고 반발한 걸 ‘대선용 여론전’으로 규정한 거다.

민주당 지도부는 원구성 합의 실패의 책임을 통합당으로 돌렸다.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이 18대0으로 해서 여당이 다 가져가라, 원만한 원 구성을 만들기보다는 차기 대선 전략으로 민주당이 18개를 다 해서 한번 책임져봐라, 2년 후 우리가 대선에서 이긴다, 이런 전략적 목표를 갖고 접근했다”고 주장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투항 기다리지만…

민주당은 한편에선 ‘통합당 기다리기’ 전략을 세우고 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통합당이) 이렇게 나가버리고 나중에 들어오려면 멋쩍을 수 있다. 언젠간 들어올 것”이라고 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3차) 추경 처리 전까지는 (여야) 냉각기가 될 것”이라며 “야당이 7,8월 여론전을 펴다 8월 말 (내년도) 예산안 처리, 9월 정기국회 때는 들어오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도 “국회는 원래 야당의 장이다. (통합당은) 언제든 국회로 들어와 싸우겠다는 명분을 가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상황이 민주당 바람대로 흘러갈지는 미지수다. 이미 18대0으로 다 내준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대여 강경 노선을 예상보다 오래 유지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김 위원장은 전날 통합당 의원총회에서 “우리가 지금은 상당히 괴로움을 느끼는 순간이 될지 모르지만, 장차 우리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위해서 오히려 하나의 큰 약이 될 수 있다”고 했다. 9월 정기국회까지 두 달 넘게 통합당이 고진감래 식으로 냉각기를 연장하면 그간의 반쪽 국회 운영 책임이 고스란히 민주당 몫이 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안은 7월 15일 시행 예정이다.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위원회에 야당 위원(2인) 참여가 필수인데, 지금 이대로는 통합당이 협조할 리 만무하다. 일각에서는 “(야당을 뺀) 공수처법 재개정 추진” 강경론이 제기되지만 민주당 내에선 "정치적 부담을 더 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주를 이룬다. 30일 민주당 의원들은 “야당이 이제라도 국회에 들어와서 공수처 출범에 협조해야 한다”(김두관), “법의 집행·실행 차원에서 야당을 설득해 나가겠다”(박주민)고 말했다.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전국 지방의회 의원 연수에서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대기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전국 지방의회 의원 연수에서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대기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추경 후 재협상?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3차 추경 처리 후 통합당과 원구성 재협상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추경이라는 급한 불을 끄고 나면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해 여야가 물밑 협상을 진행할 여지가 있다”(여권 인사)는 분석이다. 민주당이 29일 선출한 11개 상임위원장에는 장관 출신 3인(도종환, 이개호, 진선미)의 이름도 올라갔다.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맡은 정성호 의원의 경우 20대 국회 때 한 차례 같은 자리를 지낸 터라 일각에선 '추경 원포인트’라는 해석도 나왔다.

다만 민주당 공식 라인에서는 “원내대표 임기는 1년이고 상임위원장 임기는 2년이라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이날 통합당은 “오는 11일까지 시한을 준다면 (추경) 예산 심사에 참여한다”고 했지만, 민주당은 고위전략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지 않았다”(강훈식 수석대변인)고 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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