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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중, 끔찍한 탄압 멈춰야" …홍콩 이어 소수민족 인권 거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이 홍콩에 부여한 특별지위를 거둬들인 데 이어 소수민족의 인권 문제를 언급하며 중국을 압박하고 나섰다.

위구르족 '강제 낙태' 보고서 인용 #AP "낙태 건수, 신장 지구가 5배" #중 "근거없는 가짜뉴스" 반박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29일 "중국이 소수민족의 인권을 탄압하고 있다"고 문제 제기했다. [AFP=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29일 "중국이 소수민족의 인권을 탄압하고 있다"고 문제 제기했다. [AFP=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29일(현지시간) "중국에 소수민족 인권 탄압을 중단하라고 요구한다"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제임스타운 재단 아드리안 젠즈 연구원이 작성한 신장 지역 인권 보고서를 거론하면서다. 보고서에는 중국이 신장 위구르족 무슬림에 대해 강제 불임·낙태·산아제한을 자행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이 인권의 존엄성과 기본적인 인간의 품위를 무시했다"면서 "우리는 중국이 이런 끔찍한 행위를 종식하도록 요구하는데 다른 나라도 참여해 달라고 요청한다"고 밝혔다.

AP통신 "위구르 인구 줄이려 산아 제한" 

29일(현지시간) AP통신도 중국 정부가 소수민족인 신장 위구르족 인구를 줄이기 위해 산아제한 조치를 강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P는 중국 정부 통계와 문서를 분석하고, 전직 위구르족 수용소 직원 등 30여명을 인터뷰해 이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미국 AP통신이 중국 정부가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에 대한 대대적인 산아제한 정책을 시행해 왔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2018년 여러 명의 아이들을 오토바이에 태운 위구르족 여성의 모습 [AP=연합뉴스]

미국 AP통신이 중국 정부가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에 대한 대대적인 산아제한 정책을 시행해 왔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2018년 여러 명의 아이들을 오토바이에 태운 위구르족 여성의 모습 [AP=연합뉴스]

AP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위구르족 여성의 임신 여부를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한편, 기혼 여성에게 자궁 내 피임기구(IUD)를 강제로 쓰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신장에서 20만 건의 IUD 시술을 했는데 2018년에는 33만 건으로 늘었다. AP통신은 "중국의 다른 지역에선 IUD를 제거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고 분석했다.

수백~수천 명의 여성에게 낙태를 종용했다는 주장도 내놨다. 신장 자치구 정부가 이를 위해 수천만 달러를 산아제한 수술 프로그램에 투입했다는 것이다. AP는 "인터뷰에 응한 여성 7명이 '정부가 아무 설명도 해주지 않고 약을 강제로 먹이거나 주사를 맞혔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위구르족이 모여 사는 호탄 지역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위구르족이 모여 사는 호탄 지역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셋째를 낳을 경우엔 가혹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고 한다. 굴나르 오미르자흐는 셋째 아이를 낳은 뒤 1만7405위안(약 295만원)의 벌금을 내라는 통지서를 받았다. 그는 "벌금을 안 내면 수용캠프로 보내지게 된다는 위협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런 정책의 여파 탓인지 신장 위구르족 거주지에선 출생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반대로 낙태 건수는 급증했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호탄(허톈·和田)과 카슈카르 지역에서 출생률은 2015년부터 2018년 사이 60% 급감했다.

호탄의 위구르족 여성이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호탄의 위구르족 여성이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낙태 건수도 중국 평균보다 눈에 띄게 많았다. 2018년 중국 전체 낙태 건수는 1000명당 50건 이하였던 반면, 신장 지역에서는 1000명당 약 250건으로 5배였다. 한 위구르족 여성은 "이런 일들 때문에 위구르족은 아이 낳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AP통신은 "중국 정부의 위구르족 인구 조절 정책은 무슬림 인구를 줄이고, 한족 인구를 늘리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에는 전체 인구의 91.5%를 차지하는 한족과 나머지 55개 소수 민족이 있다. 인구로는 8.5%이지만 소수 민족이 사는 곳은 중국 전체 영토의 60%다. 소수민족이 사는 곳은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이웃 나라와 국경을 맞댄 곳이 많아 중국에는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호탄의 한 마을에 그려진 벽화. 위구르족과 한족이 중국 오성홍기를 함께 들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오래전부터 소수민족의 한족 동화정책을 펴왔다. [AP=연합뉴스]

호탄의 한 마을에 그려진 벽화. 위구르족과 한족이 중국 오성홍기를 함께 들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오래전부터 소수민족의 한족 동화정책을 펴왔다. [AP=연합뉴스]

중국 정부는 소수 민족을 인정하면서도 다수인 한족에 동화되기를 요구하는 정책을 펴왔다. 반면 신장 위구르와 티베트에선 독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AP는 이에 대응해 중국 정부가 신장 곳곳에 수용소를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테러 위험이 있는 극단주의자만 가둔다고 주장하지만 구금 사유는 대개 현행법으로 처벌하기 힘든 것들이다. 신장 자치구의 한 수용소에 입소한 484명 중 149명은 자녀가 너무 많다는 이유로 억류됐다. 

수용소에서 위구르족들은 반테러 수업과 산아제한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한 생존자는 "위구르 여성들은 단체로 병원에 가 피임기구 시술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이밖에 해외여행을 하지 않으면서 여권이 있다는 이유, 이슬람 전통을 엄격하게 따른다는 이유, 수염을 길렀다는 이유 등으로 수용소에 간 사람도 있다고 AP는 전했다.

줌렛 다우트라는 신장 자치구 위구르족 여성이 수용소에서의 생활에 대해 증언하기 위한 자료를 정리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줌렛 다우트라는 신장 자치구 위구르족 여성이 수용소에서의 생활에 대해 증언하기 위한 자료를 정리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중국 "가짜뉴스…셋째 벌금은 한족도 마찬가지" 반박 

이에 대해 주미 중국대사관은 "일부 기관이 신장 문제에 대해 계속해 '가짜 뉴스'를 생산하고 있다"며 "이들의 주장은 근거가 없을뿐더러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셋째 아이 벌금'의 경우 소수민족뿐 아니라 한족에도 물린다고 밝혔다.

중국에서는 한 부부가 '두 아이 정책'을 어기고 셋째를 낳았다는 이유로 5000만원이 넘는 벌금을 물게 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 12일 온라인 매체 제몐에 따르면 광둥성 광저우의 한 부부는 최근 32만 위안(5400만원)의 '사회부양비'를 부과받았다. 광둥성 조례에 따르면 '두 아이 정책'을 어기면 부부 한 사람당 현지 연간 가처분소득의 3배를 사회부양비로 내야 한다.

서유진 기자·김지혜 리서처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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