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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보사는 넷째 아이"라던 이웅열, 그 인보사로 구속 기로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30일 구속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30일 구속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 최초 관절염 유전자치료제로 받았던 ‘인보사 케이주(인보사)' 의혹과 관련,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웅열(64) 전 코오롱그룹 회장의 구속여부가 이르면 30일 결정된다. 인보사는 의약품 성분이 뒤바뀐 사실이 드러난 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판매 허가가 취소되고, 개발사인 코오롱티슈진까지 거래 정지되면서 파문이 확산됐다.

김동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9시 30분쯤부터 이 전 회장에 대한 구속 영장 심사를 열고 이 전 회장의 구속 필요성을 따져보고 있다.

심사는 당초 전날로 잡혔으나 이 전 회장이 “변론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며 연기를 요청해 하루 미뤄졌다. 이 전 회장은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출신인 김현석 변호사를 추가로 선임했다.

이웅열 영장심사, 쟁점은

이 전 회장은 약사법 위반과 사기,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시세조종, 배임증재 등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을 포함한 코오롱 지휘부가 2017년 7월 식약처 허가 당시 인보사 제출 자료에 적힌 연골세포가 아닌 종양 유발 가능성이 있는 신장 유래 세포가 포함된 사실을 알고도 만들어 판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인보사 개발을 주도한 코오롱티슈진이 코스닥에 상장될 때 식약처에 제출한 허위 자료로 만든 증권 신고서로 2000억원 상당의 청약 대금을 받은 혐의도 적용했다. 성분 변경을 알면서도 상장을 진행했다면 상장으로 얻은 차익은 모두 범죄 수익이 된다는 논리다.

코오롱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 [사진 코오롱생명과학]

코오롱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 [사진 코오롱생명과학]

애초부터 허위 자료로 허가 받은 인보사를 앞세워 그해 11월 코오롱 티슈진 상장까지 이어진 만큼 인허가부터 기업공개 전 과정이 불법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에 이 전 회장이 어디까지 보고를 받았는지, 개입했는지가 이날 구속 여부와 향후 재판 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코오롱의 성분 변경 인지시점과 의사결정 과정을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해왔다.

검찰은 허가를 내주기 4개월 전인 그해 3월 미국의 인보사 위탁생산업체(론자)가 인보사 성분이 뒤바뀌었다는 사실을 통보했다는 점 등을 들어 인보사 사업에 남다른 애착을 보여온 이 전 회장도 사전에 이 내용을 알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보사' 품목허가 증명 자료 허위 제출 개요 [연합뉴스]

'인보사' 품목허가 증명 자료 허위 제출 개요 [연합뉴스]

그러나 이 전 회장 측은 통상 사업의 큰 방향을 제시하고 투자를 결정하는 ‘큰 그림’을 그릴 뿐 세세한 성분까지 이 회장이 챙길 수 없고, 특히 신약 개발은 관련 전공 지식까지 요구되는 전문 영역이라는 점 등을 논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설사 성분이 잘못 표시됐더라도 인보사의 안전성‧유효성과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 4월 FDA는 “인보사 임상 3상을 재개해도 좋다”는 결정을 내렸다. 최근 내려진 FDA의 임상 재개 결정은 신약 개발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고 있었다는 코오롱 측의 주장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인보사 사태’ 파장

검찰은 이 전 회장의 신병처리 여부가 결정되면 1년 넘게 진행한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식약처가 지난해 5월 검찰에 고발하면서 본격화된 검찰 수사는 이우석(63)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와 코오롱티슈진 회사법인 등 6명을 재판에 넘기면서 ‘최종 승인권자’인 이 전 회장을 향해왔다.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이 코오롱생명과학 충주공장에서 열린 ‘인보사 성인식 토크쇼’에 참석했다. 이날 이웅렬 회장이 화이트보드에 쓴 ‘981103’은 이보사 사업보고서를 받아본 연월일을 의미한다. [코오롱그룹]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이 코오롱생명과학 충주공장에서 열린 ‘인보사 성인식 토크쇼’에 참석했다. 이날 이웅렬 회장이 화이트보드에 쓴 ‘981103’은 이보사 사업보고서를 받아본 연월일을 의미한다. [코오롱그룹]

이 전 회장은 인보사를 ‘네 번째 자식’이라고 일컬을 정도로 남다른 애착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취임한 지 3년 만인 1999년 코오롱티슈진과 코오롱생명과학을 설립해 20년간 2000억원을 쏟아부었다. ‘981103’이라는 숫자를 제시하며 “인보사 사업검토 결과 보고서를 받아본 날짜다. 인보사의 생일”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이 전 회장이 사법 처리될 경우 현재 거래 정지된 코오롱티슈진의 거래 재개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상장폐지는 물론이고 소액주주 손해배상 소송도 잇따를 수 있다. 현재 코오롱티슈진 및 코오롱생명과학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환자 피해자는 900여명이다. 주주피해 집단소송에는 27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날 이 전 회장은 “인보사를 믿고 구매한 환자들에게 하실 말씀이 없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죄송합니다”라며 굳은 표정으로 법정으로 향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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