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천어축제 학대’ 검찰 각하 처분에 동물보호단체들 항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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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화천산천어축제 폐막을 하루 앞둔 지난 2월 15일 강원 화천군 화천천 축제장을 찾은 관광객이 대낚시를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2020 화천산천어축제 폐막을 하루 앞둔 지난 2월 15일 강원 화천군 화천천 축제장을 찾은 관광객이 대낚시를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강원 화천군의 산천어축제가 동물 학대라며 고발했던 동물보호단체들이 검찰이 각하 처분을 내리자 이에 불복해 항고장을 내고 재수사를 촉구했다.

동물보호단체, 서울고검에 항고장 내고 재수사 촉구 #춘천지검, 기소·수사 이어갈 요건 갖추지 못해 각하

 동물을위한행동 등 11개 동물보호단체로 구성된 ‘산천어살리기운동본부’는 “지난달 26일 검찰이 각하 처분한 화천 산천어축제 관련 고발 건에 대해 재수사를 요구하는 항고장을 제출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단체는 “축제에 동원되는 산천어는 ‘축제’란 명칭 그대로 유희와 오락이 주된 목적”이라며 “오락 목적으로 동물을 학대한 후 일부 식용을 했다고 동물보호법 위반이 아니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개와 고양이처럼 식품의 형태로 유통·판매되는 동물이라도 잔인한 학대나 도살이 허용되지 않는다”며 “법원도 설령 식용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잔인하게 도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잔인한 행위에 대해서는 동물보호법 등 위반으로 처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3월 강원 화천군 간동면 한 양어장의 대형 수조 곳곳이 텅 비어 있다. 이 양어장은 화천산천어축제에 납품 예정이었던 산천어 물량이 축제 흥행 저조로 판로가 막히자 산천어 6t가량을 폐기 처분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강원 화천군 간동면 한 양어장의 대형 수조 곳곳이 텅 비어 있다. 이 양어장은 화천산천어축제에 납품 예정이었던 산천어 물량이 축제 흥행 저조로 판로가 막히자 산천어 6t가량을 폐기 처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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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 올 초 산천어살리기운동본부는 산천어축제를 개최하는 최문순 화천군수와 산천어 축제 운영단체인 재단법인 ‘나라’를 동물 학대 혐의로 춘천지검에 고발했다. 이와 관련 검찰은 고발 내용이 기소하거나 수사를 이어갈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판단, 각하 결정을 내리고 이 사실을 화천군에 통보했다.

 검찰은 불기소 결정문을 통해 “동물보호법에서는 식용 목적 어류는 보호 대상이 아님을 명백히 하고 있다”며 “축제에 활용하는 산천어는 애초부터 식용을 목적으로 양식된 점을 종합해 볼 때, 산천어가 동물보호법에서 보호하는 동물이라고 보기 어려워 범죄 혐의가 없음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검찰은 결정의 근거로 “국내에 홍천강 꽁꽁축제, 평창 송어축제, 남해 멸치축제 등과 해외에 영국 뉴린 물고기 축제, 일본 모모타로은어축제 등이 물고기를 맨손으로 잡고 이를 바로 먹는 행사를 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식용 어류를 활용한 축제를 연 화천군의 행위가 사회 상규에 어긋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며 “산천어 1마리를 봉투에 담아 산천어를 잡지 못한 관광객에게 전달하는 ‘산천어 던지기’를 중단하는 등 시민사회의 문제 제기를 경청해 축제를 개선하는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화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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