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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무역협정’ 7월 1일 발효…현대·기아차 5년 유예 신청

중앙일보

입력

코트라 USMCA 보고서

코트라 USMCA 보고서

“국내 자동차 업체는 미래차 기술∙부품을 공략해야 하고, 철강 업체는 수입규제 면제가능 품목을 발굴해야 한다.”

코트라가 다음달 1일 발효하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우리 기업들이 어떻게 대처하면 좋은 지에 대한 보고서를 29일 발간했다. USMCA는 기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내 고용을 늘리기 위해 NAFTA 개정을 추진한 만큼 한국 기업의 수출에 영향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수출할 때 무관세 적용을 받으려면 역내(미국·멕시코·캐나다 내) 생산 부품 비중을 기존 62.5%에서 75%까지 늘려야 한다. 한국 등 역외에서 부품을 수출해 미국 공장에서 조립을 하는 비중도 낮춰야 한다는 얘기다.

2017년 11월 USMCA 서명식에서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AP=연합뉴스

2017년 11월 USMCA 서명식에서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AP=연합뉴스

또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철강∙알루미늄의 70%는 북미 제품이어야 하고, 근로자의 임금이 시간당 16달러 이상(수당 등 제외)이어야만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저임금 국가에 일자리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한 결과다.

‘비(非)시장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조항’도 들어갔다. 캐나다∙멕시코가 중국과 FTA를 체결해 중국산 제품이 미국으로 우회수출 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려는 조치다.

“멕시코 진출 기업, 미국 진출 기업보다 걱정”

기아차 멕시코 공장 전경. 사진 독자제공

기아차 멕시코 공장 전경. 사진 독자제공

이번 보고서에는 미국∙캐나다∙멕시코에 있는 코트라 무역관에서 수집한 현지 진출기업의 목소리도 담겼다. 원산지·노동 규정 변화에 대해 캐나다∙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자동차부품 및 철강기업이 미국 진출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트라는 자동차·부품 분야에 대해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기술∙부품 개발에 더욱 매진할 것을 주문했다. 내연기관 부품은 무관세 적용을 받으려면 현지에서 생산하는 게 중요해진 반면, 차세대 자동차 기술은 현지 거점이 없더라도 채택될 기회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글로벌 기업과의 공동협업, 전략적 인수합병(M&A)도 긴요하다고 봤다.

철강 분야는 수입규제 면제가능 품목을 발굴하고 현지제휴·합작투자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계 분야는 고효율 기계장비 수요 증가에 대비해 관련 제품·부품 개발에 나서야 하고, 항공우주 분야는 글로벌 기업과 공동 연구를 추진하는 등 친환경·경량제품 발굴 노력이 절실하다고 자문했다.

트럼프 바램과 달리 멕시코 인건비만 높아져 

울산 현대자동차 수출선적부두. 연합뉴스

울산 현대자동차 수출선적부두.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USMCA가 발효되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저임금 국가인 멕시코에 있는 공장을 대거 미국으로 이전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럴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혼다 계열 부품업체인 게이힌이 멕시코 공장 근로자들의 시급을 16달러로 올려 USMCA 기준에 맞추기로 했다고 전했다. 기존 시급의 3배 수준이지만 미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비용보다 싸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도가 하락하면서 오는 11월 대선때까지 지켜보자는 움직임도 있다. 멕시코에 공장을 둔 한 일본계 자동차업체 임원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는 정책에 휘둘리고 싶지 않다. 공장 이전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다자무역 체제가 흔들리는 가운데 USMCA가 발효돼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세계무역기구(WTO) 항소기구가 마비 상태이고 코로나19로 전반적인 경제가 안 좋은 상황에서 자칫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5년 간 유예신청 제출 

한편 현대·기아차는 다음달 1일 이전에 USMCA 적용 유예신청서를 미국 정부 등에 제출할 계획이다. USMCA 4장 8항에 ‘대체준비체제’ 조항이 있는데 5년 내 원산지 규정 이행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오는 7월 1일까지 유예신청서 초안을 낸 뒤 8월 31일까지 수정이 가능하다”며 “승인 결정은 유예신청서 최종 수정일 이후 30일 이내에 나게 돼 있어 빠르면 9월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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