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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암 80대 노모 코 2주에 한번씩 뒤집어···꼭 이래야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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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선별진료소 자료사진. 연합뉴스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자료사진. 연합뉴스

경기도 수원에 사는 A씨(80대)는 지난해 12월 말기 암 판정을 받았다. 집에서 차로 30분가량 떨어진 안양시 내 B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기가 힘겹다. 2~3주에 한번씩 이뤄지는 항암 치료를 받으려면 2박 3일 또는 3박 4일간 입원해야 한다. 고령의 A씨에게는 힘에 부치는 일이다.

입원하는 것 자체가 곤욕 

항암치료만으로도 벅찬 A씨에게 더 곤욕스러운 일이 생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터지면서 강화된 입원 수속이다. 4월 초부터 병원 내 진단검사에서 음성판정을 받아야만 입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의료기관 내 바이러스 확산과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서지만 매번 할 때마다 만만치는 않은 일이다. 진단검사를 위해서는 면봉처럼 생긴 15㎝ 길이의 검체 채취 도구를 콧속으로 쑥 집어넣어야 한다. 80대의 노인에게는 힘든 일이다.

A씨 가족은 “잘 드시지도 못하는 80이 넘은 노모인데 면봉으로 콧속을 헤집는 걸 볼 때 마다 가슴이 미어진다”며 “일반인보다 더 (감염되지 않으려) 조심한다. ‘이번엔 (진단검사) 안 하면 안 되냐’고 해도 어떻게 해드릴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진단검사. 연합뉴스

코로나19 진단검사. 연합뉴스

매번 진단검사 비용 부담 

검체 채취를 위해 겪는 어려움만 힘든 것이 아니다. 한 번에 8만원가량인 진단검사 비용 부담도 A씨와 보호자가 감당해야 하는 몫이다.

진단 검사 비에 일회 항암 치료 비용(15만원)까지 더하면 만만치 않다. 한 달이면 50만원을 훌쩍 넘는다. A씨는 답답한 마음에 지난 15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며 A씨처럼 항암 치료를 위해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는 암 환자의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다. 입원 때마다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아야 해서다.

현행 코로나19 의료기관 감염예방·관리지침 상 입원 전 진단검사 의무화 규정은 없다. 그렇지만 원내 감염을 차단해야 하는 주요 대형 병원은 자체적으로 진단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29일 서울시청 인근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29일 서울시청 인근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내 감염 차단해야 하는 병원 

의료기관의 경우 자칫 바이러스에 노출될 경우 의료진·환자를 통제·치료하는 ‘코호트’(Cohort) 상황까지 처할 수 있다. 게다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무증상 감염사례가 보고되기도 해 병원 입장에서는 입원 때마다 실시하는 진단 검사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암 환자와 보호자들은 이 과정에서 심리적·경제적 부담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진단검사 횟수를 줄일 수 없다면, 비용 부담문제라도 해결해달라고 입을 모은다.

대전발(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28일 대전 중구에 위치한 충남대병원 응급실이 한때 폐쇄되는 소동을 겪었다. 프리랜서=김성태

대전발(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28일 대전 중구에 위치한 충남대병원 응급실이 한때 폐쇄되는 소동을 겪었다. 프리랜서=김성태

"병원 방역차원 검사비를 소비자가" 

현재 코로나19와 관련해 정부가 진단검사비를 지원하는 경우는 확진환자나 의사환자, 유증상자로 보건소에 신고된 자 등(중앙방역대책본부 진단 검사비 지원 안내서)으로 한정돼 있다.

3년째 항암 치료 중인 한 환자는 “방역 차원에서 검사를 진행하는 것인데 (의료기관이) 소비자한테 비용을 전가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병원마다 제각각인 진단검사비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A씨가 치료를 받는 경기도 B병원의 경우 진단검사 비용 8만원은 전액 환자 몫이다.

반면 서울아산병원의 환자 부담액은 ‘0원’이다. 또 다른 대형병원도 진단검사비의 30~40% 감면해준다. B병원은 이와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절충안 마련 쉽지 않은 상황 

보건당국도 이러한 어려움을 파악하고 두 달 전부터 환자와 병원 간 부담을 줄이는 절충안 마련에 나섰지만, 아직 해결점을 찾지 못한 상태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입원환자를 통한 의료기관 내 감염위험을 무시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그렇다고 타 입원 환자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암 환자의 코로나19 진단검사 비용을 (국가나 개별 의료기관이) 지원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세종=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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