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랩

중국 CCTV 간판 MC가 레노버 이사로 취임한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20.06.30 08:01

최근 레노버그룹(Lenovo Group; 联想集团)은 중국에서 유명한 양란(楊瀾) 아나운서를 3년간 비상임 이사로 임명했다.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레노버 그룹 이사의 연봉은 약 30만달러(약 4억원)이며, 이는 현금 10만달러(약 1억2천만원)와 지분 23만달러(약 2억8천만원)를 포함한 금액이다. 중국 CCTV 간판 아나운서가 억대 연봉을 받는 IT 기업 이사로 취임한 배경은 무엇일까.

양란(杨澜) [사진 杨澜 공식웨이보]

양란(杨澜) [사진 杨澜 공식웨이보]

레노버가 양란을 선택한 이유

18년 전부터 지속된 협력 관계

양란은 올해 52세로 약 30년의 경력을 가진 중국 대표 앵커이자, 미디어회사 기업가다. 레노버는 이번 발표 때 양란의 사업가적 기질을 높이 평가했다. 양광미디어투자그룹(阳光媒体集团)과 양광문화기금회(阳光文化基金会)의 공동 창립자이자 회장인 양란은 남편과 함께 회사의 몸집을 불린다.

양란은 자신이 이끄는 미디어그룹의 사업분야를 넓히고자 레노버와 협럭을 진행한 바 있다. 레노버와 콜라보의 시작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양란은 오디오 및 비디오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당시 중국 PC 업계를 석권하던 레노버와 협력한다. 레노버 역시 해외 진출을 꿈꾸고 있던터라 미디어기업과의 협력은 좋은 기회였다.

레노버와 양란의 인연은 이후에도 지속된다. 2016년에 양란이 주최한 세계 여성 포럼에 레노버 CEO 양위안칭(楊元慶)을 초빙하기도 했다.

양란(杨澜; 왼쪽)과 양위안칭(杨元庆; 오른쪽) 레노버 CEO [사진 신랑커지(新浪科技)]

양란(杨澜; 왼쪽)과 양위안칭(杨元庆; 오른쪽) 레노버 CEO [사진 신랑커지(新浪科技)]

레노보 AI 사업 확장 + 양란의 AI 연구

양란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잠시 눈을 떼고 본업인 아나운서 자리로 돌아온다. 하지만 일반적인 아나운서들과는 조금 다른 길로 방향을 바꾼다. 양란은 AI가 떠오르던 시기에 AI에 대한 연구는 물론,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제작하거나 관련 서적을 출판하기도 한다.

양란이 '2018년 중국 AI SUMMIT'에서 AI 시대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중국위러왕(中国娱乐网)]

양란이 '2018년 중국 AI SUMMIT'에서 AI 시대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중국위러왕(中国娱乐网)]

AI에 대한 미래성을 일찍이 알아본 양란의 시도는 결과적으로 성공적이었다. 〈In Search of Artificial Intelligence; 探寻人工智能〉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AI 다큐멘터리는 더우반(豆瓣) 점수 8.7 이라는 높은 점수를 얻으며 인기를 증명해 보였다. 그 인기를 방증하듯 2019년엔 시즌 2가 방영되었다.

2017년 첫 방영한 〈In Search of Artificial Intelligence; 探寻人工智能〉는 더우반(豆瓣)에서 8.7점을 받으며 AI에 대한 대중의 이해도를 높였다는 평을 받는다. [사진 바이두바이커]

2017년 첫 방영한 〈In Search of Artificial Intelligence; 探寻人工智能〉는 더우반(豆瓣)에서 8.7점을 받으며 AI에 대한 대중의 이해도를 높였다는 평을 받는다. [사진 바이두바이커]

단순히 인터뷰 하는 앵커 일만 한 게 아니다. 양란 나름대로 심층적인 연구를 거듭했다. 전문적인 AI 프로그램 제작 전, 취재 인터뷰 프로그램인 〈양란의 토크쇼(杨澜访谈录)〉에서부터 AI기업에 대한 양란의 관심은 깊었다. 양란은 토크쇼 제작팀에 AI에 대해 심도있게 다루는 프로그램 제작을 요청했고, 그 결과 위와 같은 다큐멘터리가 탄생했다.

30곳 이상의 AI 연구기관을 방문하여 80명 이상의 업계 전문가를 인터뷰 했다. 5개국의 20개 도시를 돌아다니며 1년동안 전문가를 취재한 양란의 열정은 업계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그녀의 토크쇼 덕분에 사람들은 로봇, 무인자동차, 로봇호텔 등 신기술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이 때는 아직 AI에 대해 대중의 이해도가 높지 않던 시기다. 음성인식, 이미지인식, VR, AR 등 첨단 기술에 대해 쉽게 풀어주는 양란의 토크쇼는 중국 대중이 AI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AI에 대한 양란의 심도 있는 연구와 취재 열정은 IT 업계에서도 인정 받았다. 2019년 11월 중국 과학기술저널리즘협회가 주최하는 〈2019 중국 과학기술 커뮤니케이션 포럼〉에서 양란은 빅데이터 과학기술 커뮤니케이션 부문 리더상을 수상했다.

양란(杨澜)이 '2019년 중국 과학기술 커뮤니케이션 포럼'에서 수상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阳光媒体集团 공식웨이보]

양란(杨澜)이 '2019년 중국 과학기술 커뮤니케이션 포럼'에서 수상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阳光媒体集团 공식웨이보]

양란의 최근 행보는 레노보가 키우고 있는 AI 분야와 일치한다. 레노보는 2017년 AI 분야에서 신사업을 시작했다. 레노버는 구글, 인텔 등과의 협력을 통해 AI 및 IoT 기반의 스마트 기술 개발에 힘써왔다. 2019년엔 AI와 고급 오디오 및 디스플레이 기술을 결합한 역대 가장 스마트한 노트북 제품을 선보이며 자체기술력을 뽐내기도 했다. 양란과 레노버의 이상향이 일치한 셈이다.

뼛속까지 엘리트 출신

젊은 시절의 양란(杨澜) [사진 진르터우탸오]

젊은 시절의 양란(杨澜) [사진 진르터우탸오]

의사와 교수의 딸로 태어난 양란은 베이징외국어학원(北京外国语学院)을 졸업하고 중국 국영 방송국 CCTV의 아나운서로 채용되었다. 무려 1000 대 1의 경쟁률을 뚫은 결과다. 선발할 때부터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은 양란은 CCTV의 대표 프로그램 ‘정대종예(正大綜藝)’의 사회자로 발탁되어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1990년부터 1994년까지 정대종예의 메인MC로 활약하며 시청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최고 아나운서에세 수여되는 ‘골드 마이크’를 받았다. 중국 대륙뿐 아니라 홍콩·대만 등 중화권에서 인정받았으나, 돌연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더 넓은 세상에서 깊은 공부를 하기 위함이었다.

1990년부터 1994년까지 정대종예(正大综艺) 메인MC를 맡은 양란(杨澜; 왼쪽) [사진 비리비리(哔哩哔哩)]

1990년부터 1994년까지 정대종예(正大综艺) 메인MC를 맡은 양란(杨澜; 왼쪽) [사진 비리비리(哔哩哔哩)]

양란은 미국의 아이비 리그 중 하나인 컬럼비아 대학(Columbia University)에서 국제관계학과 저널리즘을 공부한다. 유학 중 양란은 현재의 남편 우정(吳征)을 만났다. 우정은 홍콩 부호의 아들이자 프랑스와 미국 등 선진국에서 교육을 받은 엘리트다. 우정은 홍암자본그룹(红岩资本集团)의 CEO로 이후 양란에게 정신적, 물질적으로 큰 도움을 준다.

양란의 사업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2003년 적자로 미디어사업 중 하나인 경문레코드(京文唱片)를 매각하기도 했다. 양란은 모든 책임을 지고 2005년 양광미디어의 이사회 주석 자리에서 물러났다. 사업의 관리직에서 물러나며 자신과 남편이 공동으로 보유한 양광미디어투자 그룹의 수익금 51%를 사회에 환원했다.

양란(杨澜) [사진 봉황신문(凤凰新闻)]

양란(杨澜) [사진 봉황신문(凤凰新闻)]

또한 당시에 홍콩에 비영리기관인 양광문화기금회를 설립하며 사회공헌에 앞장서고 있다. 이후 그는 자신이 좋아하고 가장 잘 하는 미디어 업계로 돌아와 콘텐츠 발굴과 자선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금수저 물고 태어나 엘리트 길을 걸은 사업가지만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양란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10년 상하이엑스포 등 중국의 대형 국제행사마다 개막식 사회를 맡았다. 세계 각국간 문화교류를 촉진하는데 노력한 업적을 인정받아 포브스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중국 여성들에게 워너비로 꼽힐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번 기회를 통해 ‘양란’이라는 브랜드가 레노버와 함께 하며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