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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판’ 아빠 찾아 삼만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후안 마누엘 바예스테로가 포르투갈을 출발 한지 85일 만인 지난 17일 아르헨티나 마르 델플라타항에 도착했다. [AP=연합뉴스]

후안 마누엘 바예스테로가 포르투갈을 출발 한지 85일 만인 지난 17일 아르헨티나 마르 델플라타항에 도착했다. [A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항공길이 막히는 바람에, 부친을 만나는 게 막막해진 한 남성이 85일간 대서양을 보트로 건너 상봉에 성공했다.

아르헨티나 사는 부친 90세 생일 #코로나로 포르투갈 항공편 끊겨 #보트 몰고 85일간 대서양 횡단

뉴욕타임스(NYT)는 28일 포르투갈의 한 섬에 체류하던 후안 마누엘 바예스테로(47)가 지난 3월 9m도 안 되는 작은 보트로 항해에 나선 사연을 소개했다. 바예스테로는 90세 생일을 앞둔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고향 아르헨티나로 가려 했다. 하지만 항공편이 열릴 기미가 없자, 대서양을 건너기로 결심했다. 그는 18세부터 어선을 타고 전 세계를 돌았고, 요트의 항해사로 일하는 등 바다에서 오래 지낸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작은 보트는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위험하다며 포르투갈 당국도 만류했지만, 그는 강행했다. 아프리카 서안 섬나라 카보베르데가 입항을 거부한 일도 있었다. 계속 남쪽으로 항해한 그는 술을 마시고 매일 30분간 라디오 뉴스와 기도로 고독한 항해를 이겨냈다고 한다. 브라질 중부 해상에선 험한 파도로 보트가 파손돼, 10일간 브라질에서 수리를 받았다. 마침내 지난 17일 목적지인 아르헨티나 마르 델 플라타 항구에 도착했다.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72시간 뒤 가족들과 만났다.

보트 수리로 예상보다 10일이 늘어난 85일 만에 항해를 마쳐 아버지 생일 파티에 참석할 수는 없었지만, 아르헨티나 ‘아버지의 날’인 6월 21일을 부친과 함께 보낼 수 있었다. 바예스테로의 아버지는 “아들이 항해 도중 50여일간 연락이 끊겼을 때가 가장 힘들었지만, 무사히 항해를 마칠 것이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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