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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33년 전처럼 오늘 '文 정권 몰락의 길'로 기록될 것"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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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위원장 0’ 상태로 21대 국회 시작을 맞게 된 미래통합당은 3차 추경 심사를 포함한 모든 국회 일정을 거부하기로 했다.

통합당은 29일 원 구성 협상이 최종 결렬되고 나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규탄 성명을 통해 “더불어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의사일정에 당분간 전혀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검은 마스크를 쓴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29일 오후 국회에서 미래통합당 의원에 대한 강제 상임위 배정과 상임위원장 일방 선출에 대한 주호영 원내대표의 규탄 성명 발표를 굳은 표정으로 듣고 있다. [연합뉴스]

검은 마스크를 쓴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29일 오후 국회에서 미래통합당 의원에 대한 강제 상임위 배정과 상임위원장 일방 선출에 대한 주호영 원내대표의 규탄 성명 발표를 굳은 표정으로 듣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협상 결렬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오전 협상이 끝날 무렵, 국회의장은 제게 ‘상임위원 명단을 빨리 내라’고 독촉을 했다”며 “의장실 탁자를 엎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집권 여당이 의회민주주의를 파탄 내는 그 현장에서 국회의장이 ‘추경을 빨리 처리하게 상임위원 명단 제출을 서둘러라’는 얘기를 하는 게 가당키나 한 소리인가”라고 밝혔다.

전날 ‘상당한 의견 접근’이 있었다고 한 이후 말을 아껴왔던 주 원내대표지만, 협상이 결렬된 이후엔 달랐다. 그는 “집권세력이 최종적으로 가져온 카드는 ‘2022년 대선에서 승리한 당이 21대 국회 하반기 법사위원장을 차지한다’는 기괴한 주장이었다”며 “‘너희가 다음 대선 이길 수 있으면 그때 가져 가봐’라는 비아냥으로 들려 엄청난 모욕감을 느꼈다”고 적었다. 또 1987년 6ㆍ29 선언을 언급하며 “역사는 2020년 6월 29일을 33년 전 전두환 정권이 국민에게 무릎 꿇었던 그날처럼 ‘문재인 정권이 몰락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고 기록할 것”이라고 했다.

오후 열린 의원총회 분위기도 비슷했다. 의총에 모인 일부 중진 의원들은 의장실을 항의 방문했다. 박대출 의원은 의장실에서 나와 “야당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야당을 해산했던 히틀러 시대와 무엇이 다를 게 있냐고 (의장에게) 항의했다”고 말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의원총회를 마친 뒤 더불어민주당의 단독 원구성에 대한 비판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의원총회를 마친 뒤 더불어민주당의 단독 원구성에 대한 비판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나 “제1 야당 국회의원 103명 전원을 국회의장과 여당이 상임위에 강제배정하는 엄청난 폭거가 진행됐다”며 “국회를 청와대의 출장소로 전락시킨 것이며,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 핵폭탄을 떨어뜨린 것과 같은 충격적인 날”이라고 말했다.

통합당 의원들은 상임위 배정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전원 사임계를 제출했다. 또 야당 몫 국회부의장이 유력했던 정진석 의원은 “기자들이 자꾸 물어오는데, 전대미문의 반민주 의회 폭거에 대한 항의 표시로 국회부의장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협상 개입설을 언급한 것을 두고도 격앙된 반응이 터져 나왔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지난 금요일과 오늘, 비슷한 합의안이 부결된 것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과도하게 원내 상황에 개입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배현진 원내대변인은 “난데없이 김종인 음모론을 거론해 우리 당의 의사결정 절차를 폄하하려한 시도는 눈 뜨고 보기 안타까운 지경”이라며 “뭐 눈에 뭐만 보이는 법이라지만, 통합당은 대통령이나 장관의 한마디에 입 꼭 다물고 일렬종대하는 운동권식의 권위주의 정당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29일 국회 예결뤼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29일 국회 예결뤼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한편 김종인 위원장은 의총에 참석해 “다수당에서 자기 맘대로 해야겠다는 억지를 쓰는 이상, 우리 소수가 거기 대항할 방법이 없다”며 “여러분이 주 원내대표를 전폭 지지하면서 국민만 쳐다보고 직무에 최선을 다하면, 앞으로 남은 1년 이후 우리가 정권을 스스로 창출한다는 신념에 불탄다면, 오히려 이것이 좋은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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