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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스페인독감 이겨낸 아기, 102년뒤 코로나도 이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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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02년의 시차를 두고 스페인 독감도, 코로나19도 모두 이겨낸 미국의 제리 섀팰스 할머니. [사진 CNN]

102년의 시차를 두고 스페인 독감도, 코로나19도 모두 이겨낸 미국의 제리 섀팰스 할머니. [사진 CNN]

'완치의 아이콘'.

미국 뉴햄프셔주에 사는 102세 제리 섀팰스, 그를 한 마디로 설명한다면 이럴 겁니다.

3번의 죽을 고비 넘긴 스토리 #감염병 유행서 완치 美 102세 할머니

섀팰스 할머니는 20세기에도, 21세기에도 새로운 감염병과 마주쳤습니다. 때론 죽음이 눈앞에 다가오기도 했죠. 하지만 무서운 질병도 그를 인생의 회전목마에서 끌어내리지 못했습니다. 여기엔 섀팰스 할머니만의 '인생 철학'도 한몫했다고 하는데요. 한 세기가 넘는 삶, 세 번의 고비와 세 번의 극복 과정을 정리했습니다.
# 자세한 스토리는 영상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① 스페인 독감
1918년, 감염병의 '원조 팬더믹(대유행)'이 전 세계를 덮쳤습니다.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인플루엔자 A형)입니다. 같은 해 미국에서 크게 퍼져간 이 병은 돌도 지나지 않은 아기 제리에게도 찾아왔습니다. 그의 딸 줄리아 섀팰스가 전하는 당시 상황입니다.

"엄마는 스페인 독감에 걸렸을 때 생후 10개월에 불과했어요. 고열 때문에 의사도 죽을 거 같다고 단념했다고 해요."

모두가 포기한 상황, 작은 생명은 삶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엄청난 열에 시달리던 그는 기적적으로 살아났습니다. 건강하게 성장해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만나 결혼도 하고, 아이 둘도 낳았습니다. 그러고는 뉴햄프셔주 내슈아의 교사가 됐습니다.

스페인 독감이 찾아온 1918년 미국의 단체 진료소 모습. [사진 미국 보건박물관]

스페인 독감이 찾아온 1918년 미국의 단체 진료소 모습. [사진 미국 보건박물관]

② 암
순탄했던 섀팰스의 삶은 인생 황혼기에 접어들면서 다시 한번 흔들렸습니다. 60대, 70대가 되면서 유방암과 대장암에 잇따라 걸렸습니다. 두 번째 고비가 찾아온 겁니다. 딸 줄리아가 당시 상황을 되돌려봤는데요.

"엄마는 유방암으로 방사선 치료를 받았고, 대장암에 대해선 모든 항암 치료를 다 했어요. 그리고는 두 질병으로부터 살아남았죠."

③ 코로나19
백 세 노인이 된 섀팰스 할머니는 내슈아의 요양시설에 머무르고 있는데요. 그런데 새로운 감염병이 그를 또 찾아왔습니다. 102년 전 스페인 독감처럼 전 세계로 퍼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인데요. 그는 고령자에게 특히 치명적인 이 호흡기 감염병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안면 보호구, 마스크 등을 쓴 노부부가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대형 마트에서 구입한 물건들을 챙겨서 나란히 밖으로 나오고 있다. EPA=연합뉴스

안면 보호구, 마스크 등을 쓴 노부부가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대형 마트에서 구입한 물건들을 챙겨서 나란히 밖으로 나오고 있다. EPA=연합뉴스

세 번째 찾아온 인생의 고비, 하지만 섀팰스 할머니는 곧 건강한 모습을 되찾았습니다. 두 세기 동안 신종 감염병을 모두 극복해낸 겁니다. 완전히 회복된 그는 평소처럼 친절하고 상냥하며 독립적인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102년에 걸친 감염병 극복 사연이 미국 언론에 보도됐지만, 할머니는 카메라 촬영이 부끄러워 나서길 꺼린다네요. 딸 줄리아는 엄마가 150세까지 함께 하길 꿈꿔봅니다.

"(코로나19에서) 잘 회복돼 놀랐지만, 한편으로는 놀라지 않았어요. 엄마가 평생 살아온 방식이니까요. 우리가 이걸로 물어보면 자랑스러워 하세요. '며칠동안 아프긴 했는데 나쁘지 않았어'라고 말이죠."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비 해변에 몰린 인파가 해수욕을 즐기고 있다.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거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는 모습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미국의 코로나19 신규 환자는 크게 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비 해변에 몰린 인파가 해수욕을 즐기고 있다.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거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는 모습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미국의 코로나19 신규 환자는 크게 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의 코로나19 유행은 다시 완연한 오름세입니다. 누적 환자는 25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느슨해진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 마스크 착용, 손 씻기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요. 지난주 미시간 호수에 모인 수천 명의 보트 파티 참석자들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마스크를 쓰기는커녕 거리낌 없이 '밀접접촉'에 나섰는데요.

"여기는 자유로운 나라입니다. 우리는 원하는 건 뭐든지 할 수 있어요."(파티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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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감염병을 두 번이나 겪은 섀팰스 할머니가 이 광경을 봤다면 뭐라고 이야기할까요. 그가 알려준 삶의 비결이 정답은 아닐까요.

"매일 최선을 다하고, 사소한 일에 너무 연연하지 않길…."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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