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렸던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항복을 선언했다. 문 대통령 지지층과 여권의 비난이 이어지는 데 부담을 안고 29일 게시물을 지운 것이다. 조 교수는 대표적인 친노 성향의 인사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청와대에서 홍보수석을 지냈다.
앞서 조 교수는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와 부동산에 대해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며 "'일본처럼 우리도 집값이 폭락할 테니 집을 사지 말고 기다리라'고 문 대통령이 말씀하셨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일본 신도시의 몰락을 수도권 집중이 높은 우리나라에 적용하는 것,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나"라며 "대통령이 참모로부터 과거 잘못된 신화를 학습하셨구나, 큰일 나겠다 싶었다"고도 적었다.
최근 정부는 문 대통령 취임 이후 21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규제를 피한 지역이 풍선효과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등 본질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친노 인사가 문 대통령의 잘못된 학습으로 본질과 다른 대책만 나오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조 교수의 글에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즉각 반발했다. 트위터 등 온라인상에서는 조 교수를 겨냥한 비난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한 네티즌은 문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한 조 교수를 언급하며 "(조기숙이) 헛소리하고 욕먹고 글삭튀했다(글을 삭제하고 도망갔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친문 성향의 네티즌은 "입진보 좌파 개XX들이 문프를 흔들어?…문프 계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줄 알라"고 맹비난했다.
문 대통령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노 전 대통령의 청와대에서 일했던 인사마저 '반역자'로 몰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조 교수에 대한 비난이 이어지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친문성향 네티즌들의 행태를 비난했다. 그는 "조기숙 교수가 돌아섰으면 상황이 심각한 것"이라며 "이분, 옆에서 지켜봐주기 민망할 정도로 강성 골수 친노"라고 조 교수를 소개했다. 조 교수가 문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한 것은 그만큼 정책이 잘못된 것이라는 진단이다.
그러면서 진 전 교수는 "이는 생물학적 필연성"이라며 "문빠들에게 '비판'이란 그 의미를 파악해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언어현상이 아니라, 조건반사를 일으키는 자극, 즉 자동적인 신체반응을촉발시키는 신호현상일 뿐"이라고 했다.
이에 대한 입장을 묻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조 교수는 "미안하다. 더 이상 기사를 원치 않는다"고만 답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