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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캠프, 재선과 방역 사이 '교회 딜레마'

중앙일보

입력

대선을 4개월여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재확산에 발목이 잡혔다. 지지층 결집과 방역 강화 사이에서 길을 잃은 것이다. 가장 현실적인 고민은 교회 문을 닫을지 말지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대선 '빨간불' #교회도 집단감염 주요 통로 꼽혀 #백인 기독교인, 트럼프 주요 지지층 #교회 문 닫자니 지지층 결집에 차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3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한 대형 교회에서 대규모 유세를 열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3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한 대형 교회에서 대규모 유세를 열었다. [AP=연합뉴스]

미국 내에선 집단감염 우려에 교회를 다시 폐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복음주의 기독교와 천주교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다. 그렇지 않아도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와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교회 폐쇄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큰 악재가 될 수 있다.

◇교회 발 감염 속속 보고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재개에 들어가며 교회와 예배당 문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면서 교회 발 감염도 속속 보고되고 있다. 미 오리건주(州) 유니언 카운티의 오순절 교회에선 이번 달 들어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이 교회의 신도 약 350명이 검사를 받았고 최소 230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집단 감염으로 카운티 전체가 다시 봉쇄 1단계로 돌아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학생들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한 대형교회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 유세 연설에 참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학생들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한 대형교회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 유세 연설에 참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도 최소 6개 지역 보건부가 교회 내 코로나19 감염이 발발했다고 밝혔다. 이중 그린브리어 카운티의 한 교회에서는 최소 34명의 신도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일일 신규확진자가 6000명 안팎으로 나오며 미국 코로나19의 새로운 진앙이 된 텍사스도 마찬가지다. 텍사스 보건국으로  교회와 관련한 수많은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전했다.

◇백인 기독교·천주교, 트럼프 핵심 지지층

문제는 교회 폐쇄를 놓고 정치적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다는 것이다. 복음주의 기독교 신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핵심 표밭이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에 따르면 2016년 대선 때 스스로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인이라고 밝힌 유권자의 81%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표를 투표했다. 트럼프가 예배 재개를 강조한 것도 이런 지지층 결집 효과를 감안한 것이다.

지난 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앞 세인트존 교회에 방문해 성경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앞 세인트존 교회에 방문해 성경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22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예배를 위한 곳은 필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소”라며 “미국은 더 많은 기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주지사들은 신앙의 필수 장소를 당장 열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지사들을 압박하고 나섰다.

당시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은 오랫동안 복음주의 기독교 공동체를 달래는 데 집중했고, 이들과 마찰이 있을 만한 정책을 채택하는 위험은 항상 피해왔다”고 비판했다.

이때문에 코로나19 확산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교회 폐쇄 조치를 들고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백악관은 26일(현지시간) 두 달 만에 코로나19 태스크포스 기자회견을 여는 등 재확산 조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폴리티코는 태스크포스 관계자를 인용해 백악관은 교회가 코로나19 감염의 주요 원인이라고 여기지 않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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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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