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4개월여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재확산에 발목이 잡혔다. 지지층 결집과 방역 강화 사이에서 길을 잃은 것이다. 가장 현실적인 고민은 교회 문을 닫을지 말지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대선 '빨간불' #교회도 집단감염 주요 통로 꼽혀 #백인 기독교인, 트럼프 주요 지지층 #교회 문 닫자니 지지층 결집에 차질
미국 내에선 집단감염 우려에 교회를 다시 폐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복음주의 기독교와 천주교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다. 그렇지 않아도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와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교회 폐쇄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큰 악재가 될 수 있다.
◇교회 발 감염 속속 보고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재개에 들어가며 교회와 예배당 문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면서 교회 발 감염도 속속 보고되고 있다. 미 오리건주(州) 유니언 카운티의 오순절 교회에선 이번 달 들어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이 교회의 신도 약 350명이 검사를 받았고 최소 230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집단 감염으로 카운티 전체가 다시 봉쇄 1단계로 돌아갔다.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도 최소 6개 지역 보건부가 교회 내 코로나19 감염이 발발했다고 밝혔다. 이중 그린브리어 카운티의 한 교회에서는 최소 34명의 신도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일일 신규확진자가 6000명 안팎으로 나오며 미국 코로나19의 새로운 진앙이 된 텍사스도 마찬가지다. 텍사스 보건국으로 교회와 관련한 수많은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전했다.
◇백인 기독교·천주교, 트럼프 핵심 지지층
문제는 교회 폐쇄를 놓고 정치적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다는 것이다. 복음주의 기독교 신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핵심 표밭이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에 따르면 2016년 대선 때 스스로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인이라고 밝힌 유권자의 81%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표를 투표했다. 트럼프가 예배 재개를 강조한 것도 이런 지지층 결집 효과를 감안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22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예배를 위한 곳은 필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소”라며 “미국은 더 많은 기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주지사들은 신앙의 필수 장소를 당장 열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지사들을 압박하고 나섰다.
당시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은 오랫동안 복음주의 기독교 공동체를 달래는 데 집중했고, 이들과 마찰이 있을 만한 정책을 채택하는 위험은 항상 피해왔다”고 비판했다.
이때문에 코로나19 확산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교회 폐쇄 조치를 들고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백악관은 26일(현지시간) 두 달 만에 코로나19 태스크포스 기자회견을 여는 등 재확산 조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폴리티코는 태스크포스 관계자를 인용해 백악관은 교회가 코로나19 감염의 주요 원인이라고 여기지 않는다고 전했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