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쓸이서 유일하게 빠진 정보위···수퍼여당도 국회법에 막혔다

중앙일보

입력 2020.06.29 16:43

업데이트 2020.06.29 17:57

176석 '수퍼 여당'은 29일 33년 만에 처음으로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 독식을 강행했지만 유독 한 자리만은 채울 수 없었다. 정보위원장 자리다. 미래통합당은 18개 상임위원장을 다 가져가라고 했고 더불어민주당도 이를 이행하려 했지만 정보위원장직만큼은 국회법에 막혔다.

국회법 48조 3항에는 “정보위원회의 위원은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으로부터 해당 교섭단체 소속 의원 중에서 후보를 추천받아 부의장 및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하여 선임하거나 개선한다”고 적혀 있다. 국가 기밀이나 북한 정보 등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정보위원회의 특성을 고려해 상임위원 선임 절차를 다른 위원회와 달리 정한 것이다. 상임위원의 정원(12명)도 다른 상임위(16~30명)보다 적고, 교섭단체 대표는 당연직 정보위원이 되고 무소속이나 비교섭단체 소속 의원은 정보위원이 될 수 없게 한 것도 그래서다. 상임위원 구성이 먼저 정해지지 않으면 위원장을 뽑을 수 없는 구조는 다른 상임위와 같다.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당분간 국회에 카운터파트너를 찾기 어렵게 됐다. 지난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서훈 원장. 임현동 기자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당분간 국회에 카운터파트너를 찾기 어렵게 됐다. 지난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서훈 원장. 임현동 기자

48조 3항 중 원구성 협상 과정에서 논란이 된 것은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으로부터~후보를 추천받아’라는 문구와 ‘부의장과~협의하여’라는 대목이다. 처음엔 ‘부의장과의 협의’ 가 문제였다. 야당 몫 부의장 후보 1순위였던 정진석 통합당 의원(5선)이 29일 “전대미문의 반민주 의회폭거에 대한 항의의 표시”라며 “국회부의장을 하지 않겠다”고 던지면서 양당의 해석이 맞부딪혔다. 민주당은 “부의장과의 협의라고만 되어 있지 부의장 2명 모두와 합의하라는 게 아니다”는 논리를 폈다. 이미 여당 몫으로 선출된 김상희 부의장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협의를 통해 정보위원을 선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통합당은 “부의장 2인 모두와 협의하지 않은 채 정보위원을 선임하는 것은 국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민주당의 ‘석권’에 장애물이 된 것은 각 교섭단체 대표로부터 상임위원 후보를 추천받아야 한다는 대목이었다. 다른 상임위의 경우엔 교섭단체 대표가 소속 의원들의 상임위원 배정안을 내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상임위를 배분할 수 있지만(48조 1항), 정보위원은 교섭단체 대표가 후보를 추천하지 않을 때 국회의장이 강제 지명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각 교섭단체 대표가 정보위원을 추천하지 않으면 정보위를 구성할 수 없다는 게 해석상 명확하다”며 “명시적 법 조항을 대놓고 위반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결국 29일 이후에도 정보위원회는 한동안 제대로 된 회의를 열거나 국가정보원으로부터 공식적 보고를 받기 어렵게 됐다. 이날 본회의 강행에 항의하며 자당 소속 의원들의 상임위 배정안조차 내지 않은 통합당이 당분간 정보위원장 후보를 추천할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임장혁 기자·변호사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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