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석 '수퍼 여당'은 29일 33년 만에 처음으로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 독식을 강행했지만 유독 한 자리만은 채울 수 없었다. 정보위원장 자리다. 미래통합당은 18개 상임위원장을 다 가져가라고 했고 더불어민주당도 이를 이행하려 했지만 정보위원장직만큼은 국회법에 막혔다.
국회법 48조 3항에는 “정보위원회의 위원은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으로부터 해당 교섭단체 소속 의원 중에서 후보를 추천받아 부의장 및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하여 선임하거나 개선한다”고 적혀 있다. 국가 기밀이나 북한 정보 등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정보위원회의 특성을 고려해 상임위원 선임 절차를 다른 위원회와 달리 정한 것이다. 상임위원의 정원(12명)도 다른 상임위(16~30명)보다 적고, 교섭단체 대표는 당연직 정보위원이 되고 무소속이나 비교섭단체 소속 의원은 정보위원이 될 수 없게 한 것도 그래서다. 상임위원 구성이 먼저 정해지지 않으면 위원장을 뽑을 수 없는 구조는 다른 상임위와 같다.
48조 3항 중 원구성 협상 과정에서 논란이 된 것은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으로부터~후보를 추천받아’라는 문구와 ‘부의장과~협의하여’라는 대목이다. 처음엔 ‘부의장과의 협의’ 가 문제였다. 야당 몫 부의장 후보 1순위였던 정진석 통합당 의원(5선)이 29일 “전대미문의 반민주 의회폭거에 대한 항의의 표시”라며 “국회부의장을 하지 않겠다”고 던지면서 양당의 해석이 맞부딪혔다. 민주당은 “부의장과의 협의라고만 되어 있지 부의장 2명 모두와 합의하라는 게 아니다”는 논리를 폈다. 이미 여당 몫으로 선출된 김상희 부의장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협의를 통해 정보위원을 선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통합당은 “부의장 2인 모두와 협의하지 않은 채 정보위원을 선임하는 것은 국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민주당의 ‘석권’에 장애물이 된 것은 각 교섭단체 대표로부터 상임위원 후보를 추천받아야 한다는 대목이었다. 다른 상임위의 경우엔 교섭단체 대표가 소속 의원들의 상임위원 배정안을 내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상임위를 배분할 수 있지만(48조 1항), 정보위원은 교섭단체 대표가 후보를 추천하지 않을 때 국회의장이 강제 지명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각 교섭단체 대표가 정보위원을 추천하지 않으면 정보위를 구성할 수 없다는 게 해석상 명확하다”며 “명시적 법 조항을 대놓고 위반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결국 29일 이후에도 정보위원회는 한동안 제대로 된 회의를 열거나 국가정보원으로부터 공식적 보고를 받기 어렵게 됐다. 이날 본회의 강행에 항의하며 자당 소속 의원들의 상임위 배정안조차 내지 않은 통합당이 당분간 정보위원장 후보를 추천할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임장혁 기자·변호사 im.janghyu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