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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Fed 버핏 회사채도 샀다…회사채 투자 열기에 불 붙이는 중앙은행

중앙일보

입력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회사채 매입' 발표를 한지 3개월만에 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사들였다. [로이터=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회사채 매입' 발표를 한지 3개월만에 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사들였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사상 처음으로 기업의 회사채를 직접 사들이기로 한 가운데, 매입 기업 명단을 28일(현지 시간) 공개 했다. Fed가 회사채 매입 계획을 발표한 지 3개월 만이다. 이례적인 경기 침체 가능성에 Fed의 역할이 월스트리트의 ‘최종 대부자’에서 어려운 기업에 직접 달러를 쥐여주는 실물경제의 구원투수로 확대됐다.

Fed 회사채 매입 발표 3개월만에 명단공개 #버핏 회사·코카콜라·펩시·월마트·AT&T 등 #대기업에 달러 쥐여주는 '구원투수' 등판 #역사상 최고 속도로 미 회사채 발행 증가 #"디폴트 빠지면, 금융계 신용경색 못피해"

로이터는 이날 Fed가 지난 16일부터 이틀간 4억2800만 달러(약 5136억 원) 규모의 개별 회사채를 매입했다고 보도했다. 매입한 44개 기업 중에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유틸리티·에너지 기업을 포함해 AT&T·월마트·필립모리스·유나이티드헬스·코카콜라·펩시 등 대기업이 대거 포함됐다. 이뿐만 아니라 Fed는 53억 달러(6조3600억원)에 달하는 회사채 상장지수펀드(ETF)도 사들였다.

Fed가 당초 ‘매입 적격’으로 지정한 회사채는 총 794개다. 미 경제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ed의 매입 대상 기업 가중치 상위 10개사에 애플·버라이즌·AT&T 등 IT기업과 도요타자동차 미국 법인과 폭스바겐·다임러 등 자동차 제조업체가 포함됐다”고 이날 보도했다. Fed가 높은 가중치를 부여했다는 건 앞으로 회사채 매입 규모가 클 것이라는 의미다. WSJ는 “Fed는 유통시장뿐 아니라 발행시장에서도 회사채를 직접 매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Fed는 유동성 공급 정책의 일환으로 워런 버핏의 유틸리티 회사채도 매입했다. [AP=연합뉴스]

Fed는 유동성 공급 정책의 일환으로 워런 버핏의 유틸리티 회사채도 매입했다. [AP=연합뉴스]

Fed의 ‘돈 풀기’는 지난 3월 말부터 시작됐다. 그동안 Fed는 기준금리를 1∼1.25%에서 0∼0.25%로 내리고, 2022년 말까지 ‘제로 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또 미국 국채를 무제한 매입하겠다는 ‘달러 살포’를 약속했다.

이 때문에 미국의 회사채 발행 속도는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급증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연초부터 지난 5월까지 미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 물량은 1조 달러(약 1199조원)를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8% 급증한 수준이다.

월스트리트는 후폭풍을 경고하고 있다. Fed의 유동성 공급이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살릴 수 없는 것은 물론, Fed가 채권 시장에서 발을 뺄 경우 충격이 일파만파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의류업체 제이크루·백화점 니만마커스·렌터카 기업 허츠 등 100여년 된 기업들이 잇따라 파산했고, 국제 신용평가사가 기업의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을 경고했지만, 회사채 시장의 폭주에는 제동이 걸리지 않는 상황이다. Fed가 채권 시장의 ‘큰 손’으로 등판한 만큼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Fed가 기업의 신용 경색을 막을 수 없을 뿐 아니라 향후 제로금리 정책을 장기간 유지해야 하는 압박이 많이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AP=연합뉴스]

최악의 경우 Fed가 기업의 신용 경색을 막을 수 없을 뿐 아니라 향후 제로금리 정책을 장기간 유지해야 하는 압박이 많이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AP=연합뉴스]

Fed가 회사채까지 손을 대기로 한 이유는 2008년 이후 지속된 저금리로 미국의 정크본드(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 발행하는 고위험·고수익 채권)가 급증했고, 새로운 경제위기를 불러올 ‘뇌관’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WSJ에 따르면, 부채를 안고 있는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빌려주는 레버리지론 시장 규모는 1조2000억 달러(약 1438조원)를 넘어섰다. 이는 2015년 대비 50% 증가한 수준이다.

WSJ는 “레버리지론 가격이 내려가거나 기업이 디폴트에 빠지면 연금·보험업체· 뮤추얼펀드·헤지펀드 등이 손실을 보게 된다”며 “이때 투자자가 앞다퉈 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할 경우 산업계 전체로 신용 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Fed의 회사채 매입은 링거를 놓듯 자금이 필요한 기업에 직접 유동성을 주입하는 효과를 주지만, 세금을 동원해 기업 부실을 메워주는 사상 초유의 조치여서 특정 기업이나 산업에 대한 특혜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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