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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중개인 말대로 했다가 속은 전세계약, 손해배상은?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경영의 최소법(21)

주택을 임차하거나 토지를 매매하는 등 부동산 거래를 하는 경우 공인중개사무소를 이용합니다. 그런데 공인중개사의 말만 믿고, 스스로 권리관계를 확인해보지 않고 거래를 하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중개 의뢰를 하는 경우 조사·확인할 책임이 중개업자에게 이전되지만, 전적으로 이전되는 것은 아니며 여전히 거래 당사자에게 조사·확인의 의무는 남아 있습니다. [사진 pxhere]

중개 의뢰를 하는 경우 조사·확인할 책임이 중개업자에게 이전되지만, 전적으로 이전되는 것은 아니며 여전히 거래 당사자에게 조사·확인의 의무는 남아 있습니다. [사진 pxhere]

사례1

A는 공인중개사 X의 중개로 주택을 임차보증금 5000만 원, 월 차임 10만 원, 계약 기간 2년으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주택의 실제 소유자는 Y의 작은아버지로 조카인 Y는 단순 임차인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Y는 ‘자신이 소유자의 아들로서 주택을 단독 상속받았다’는 취지의 거짓말을 했다.

공인중개사 X는 Y의 말만 믿고 제적등본 또는 가족관계증명서, 등기권리증, 인감증명서 등을 확인해 주택의 진정한 소유자는 누구인지, Y가 실제 자식인지 여부 등을 전혀 확인하지 않고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도록 중개했고,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도 작성해 교부했다. A도 공인중개사 X의 말을 전적으로 믿고 스스로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Y를 소유자라고 믿고 임대차 보증금 전액을 지급했다.

공인중개사법에 의하면 중개 의뢰를 받은 중개업자는 중개대상물의 권리관계 등을 확인해 중개 의뢰인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습니다. 중개업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와 신의성실로써 진정한 권리자 여부를 조사·확인해야 합니다. 이를 고의 또는 과실로 위반해 거래 당사자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손해배상 책임이 있습니다.

사례에서 중개인 X가 제적등본 또는 가족관계증명서, 등기권리증 등을 실제 확인했다면 Y가 소유자가 아님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X는 권리자 여부에 대한 확인을 게을리한 잘못이 있으므로 A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그러면 보증금 5000만 원 전부를 손해배상해야 할까요? 중개인 X만 믿고 계약을 체결한 A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을까요?

본래 거래 관계에 대한 조사, 확인 의무는 거래 당사자에게 있습니다. 중개 의뢰를 하는 경우 조사·확인할 책임이 중개업자에게 이전되지만, 전적으로 이전되는 것은 아니며 여전히 거래 당사자에게 조사·확인 의무는 남아 있습니다. 피해자인 중개 의뢰인이 조사·확인할 책임을 게을리하였다면 과실상계가 가능한 것입니다.

사례에서 법원은 의뢰인 A에게도 주택의 소유자 확인을 소홀히 한 점에 잘못이 있다고 보아 과실 상계를 인정했습니다. 결국 A는 보증금 전액을 배상받지 못했습니다.

임차인 B는 다가구 주택의 임대차보증금의 존부 및 액수 등에 관한 자료를 적극적으로 요청하거나, 스스로도 확인했어야 합니다. 따라서 법원은 B의 과실을 70%로 보아, 결국 Z의 손해배상책임을 30%로 제한하였습니다. [중앙포토]

임차인 B는 다가구 주택의 임대차보증금의 존부 및 액수 등에 관한 자료를 적극적으로 요청하거나, 스스로도 확인했어야 합니다. 따라서 법원은 B의 과실을 70%로 보아, 결국 Z의 손해배상책임을 30%로 제한하였습니다. [중앙포토]

사례2 

임차인 B는 공인중개사 Z의 중개 아래 다가구 주택 건물 중 302호를 임대차보증금 7000만 원, 임대차 기간 2년으로 정해 임차하고, 임대차보증금을 지급했다. 주택에는 이미 1순위로 채권 최고액 1억 8000만 원, 2순위로 채권 최고액 5200만 원인 근저당권 등기가 설정되어 있었는데, 공인중개사 Z는 근저당권에 대한 사항만 설명하고 임대차 계약서상 특약사항으로 기재했다.

그런데 B가 임차한 주택은 13가구가 입주할 수 있는 다가구 주택이기 때문에, 경매 절차가 진행되는 경우 선순위 임차인의 수 및 그 임대차보증금의 액수에 따라 배당절차에서 임대차보증금을 배당받지 못할 위험이 있었다. 공인중개사 Z는 다가구 주택 임대차 관계에 관해 당시 거주하던 임차인의 보증금 액수, 전입신고일자, 확정일자 등에 관한 사항을 정확하게 고지하지 않았고, 또한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서식의 실제 권리관계 란에도 이를 전혀 기재하지 않았다. 나중에 건물에 대한 경매가 개시되었고, 배당절차에서 B는 임대차보증금 채권 상당액을 배당받지 못하게 되었다.

한 건물에 여러 세대가 존재하는 다가구 주택을 임차하는 경우 임대차 계약이 중복해 존재하므로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임대차 보증금이 중복되어 건물의 가치를 초과하는 경우 경매 등의 절차에서 보증금을 회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가구 주택의 일부를 중개하는 경우 중개인은 단순히 등기부상에 표시된 권리관계 등을 확인·설명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고, 다가구주택 내에 이미 거주해서 살고 있는 다른 임차인의 임대차 계약 내역 중 임대차보증금, 임대차의 시기와 종기 등에 관한 부분의 자료를 요구해 이를 확인한 다음 임차의뢰인에게 설명하고 그 자료를 제시해야 합니다.

사례의 경우 중개인 Z는 임대차계약을 중개하면서 당시 거주하던 다른 임차인의 임대차보증금 액수, 임대차계약의 시기와 종기 등에 관한 사항을 확인해 설명하지 않았으므로 손해배상 책임이 있습니다.

다만 임차인 B도 중개인 또는 임대인 측에 대해 다가구 주택의 임대차보증금의 존부 및 액수 등에 관해 설명을 요구하고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적극적으로 요청하거나, 스스로도 확인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임차인 B는 이를 게을리해 경솔하게 보증금을 지급한 잘못이 있습니다. 법원은 B의 과실을 70%로 보아, 결국 Z의 손해배상책임을 30%로 제한했습니다.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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