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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 후 스트레스 환자 매년 10%씩↑…20대 女, 5년간 두 배로

중앙일보

입력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가 최근 5년간 연평균 9.9%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여성 환자는 같은 기간 두 배로 늘었다.

건보공단, 2015~2019 환자 분석

29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건강보험 진료데이터를 활용해 2015~19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를 분석한 뒤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충격적인 사건을 겪은 사람이 그 후에도 사건의 기억으로 인해 지속적인 고통을 느끼는 정신질환이다. 아동기의 성적 혹은 신체적 학대, 테러, 교통사고 등의 심각한 사고나 화재·태풍·지진 등 자연재해 같은 사건이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환자는 몸과 마음이 과도하게 긴장된 상황에서 당시의 사건과 관련된 상황은 최대한 회피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심할 경우 공격성이나 충동조절 장애, 우울증, 약물 남용 등의 증상을 동반하고, 기억력 저하 등의 인지기능 문제에 시달리기도 한다.

앞서 배우 심은하와 방송인 서정희 씨 등 유명 여성 연예인도 과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는다고 고백한 바 있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진료를 본 환자는 1만570명으로 2015년(7268명)과 비교해 45.5% 증가했다. 매년 평균 9.9%씩 환자가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10만명당 진료인원도 연평균 10.9%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성별로는 남성(4170명)보다 여성(6400명) 환자가 1.5배 많았다.

지난해 기준 연령·성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료인원. 자료 국민건강보험공단

지난해 기준 연령·성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료인원. 자료 국민건강보험공단

지난해 기준 환자가 가장 많은 연령대는 20대(2349명)로 10명 중 2명(22.2%)꼴이었다. 이어 50대(16.0%), 30대(15.9%) 등의 순이었다. 특히 20대 여성 환자가 2015년 720명에서 2019년 1493명으로 최근 5년간 2.1배로 늘었다.

5년(2015~2019년)간 환자 1인당 진료비는 19.3% 늘었다.

박재섭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0대 환자가 많은 것과 관련, “사회적으로 젊은 성인이 심각한 외상적 사건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성별 차이에 대해선 “여성이 대인관계에서의 물리적 폭력에 노출될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고, 여성호르몬 같은 생물학적 차이가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가 최근 5년간 매년 9.9%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가 최근 5년간 매년 9.9%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에는 상담과 약물 등의 방법이 주로 쓰인다. 인지치료와 노출치료를 포함하는 상담치료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교수는 “첫 단계로 정서적 조절과 안정을 돕는 ‘안정화’가 중요하다”며 “안정화가 잘 이뤄진 후로도 증상이 지속되면노출치료, 인지처리치료 등을 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증상이 매우 심각하거나 자살·폭력 가능성이 큰 경우 입원이 필요할 수도 있다”며 “의학적 치료 못지않게 마음이 약해서 생기는 정신질환이라는 사회적 낙인을 없애고 사회와 재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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