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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가치 있는 미디어’ 고민…1020 사로잡는 테크뉴스로 풀어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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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틱톡, 그거 애들이 커버 하면서 노는 앱 아냐? 너무 많이는 하지 마라.” 10대 자녀를 둔 부모는 유튜브에 이어 또 하나의 동영상 소셜네트워크 ‘틱톡(TikTok)’의 등장에 걱정이 앞섭니다. 틱톡은 2017년 11월부터 한국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동영상 플랫폼으로 초기엔 더빙, 손가락 춤, 뮤직비디오 앱 등으로 ‘10대들의 놀이터’라는 별칭을 얻으며 Z세대의 소통창구로 자리 잡았죠. 현재는 동영상 플랫폼 강자 유튜브를 위협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죠. 이런 틱톡에서 테크뉴스와 미래세계에 대한 정보성 콘텐트로 1020세대를 사로잡은 이들이 있습니다. 지난 4월 법인을 설립한 미디어 스타트업 뉴즈(NEWZ) 김가현 대표가 주인공이죠.

자유학기제 웹진 꿈트리의 '자기주도진로' 인터뷰 32 미디어 스타트업 뉴즈 김가현 대표

뉴즈는 2019년 10월, 블록체인 전문매체 기자였던 가현씨가 동료였던 지윤씨와 함께 Z세대에겐 다소 어려운 4차 산업혁명 이슈를 동영상으로 쉽게 풀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틱톡교실’이 출발점이에요. 처음엔 유튜브에 올릴까 했지만 장비를 갖추고 깊이 있는 내용을 전달하자니 준비과정이 부담스러웠죠. 하지만 틱톡은 최소 15초, 길어야 1분짜리 동영상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테크 뉴스의 대중화를 목표로 하는 미디어 스타트업 뉴즈 김가현 대표.

테크 뉴스의 대중화를 목표로 하는 미디어 스타트업 뉴즈 김가현 대표.

‘틱톡교실’은 시작하자마자 소위 잭팟이 터졌어요. 2019년 10월 31일 업로드 한 ‘시진핑도 사로잡은 기술의 정체, 무엇?’ 꼭지가 1만 뷰를 기록했죠. 이후 제작한 콘텐트마다 구독자가 쑥쑥 늘더니 ‘SNS 프라이버시 꿀팁’ 꼭지의 경우 140만 뷰를 기록했어요. 당시 틱톡의 주간 탑5 크리에이터 랭킹 순위에서는 한류 엔터 콘텐트의 대표주자인 JYP(박진영 JYP대표)를 제치기도 했고요. 재미 삼아 시작했던 일이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는 것을 보면서 두 사람은 가능성을 확인했죠.

이들의 성과를 눈여겨본 어른들의 도움이 잇따랐습니다. 미국 뉴욕에서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팅을 하던 미래학자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교수가 가현씨에게 Z세대를 타깃으로 테크뉴스와 미래 트렌드를 쉽게 설명하는 영상 미디어 스타트업을 해볼 것을 제의했죠. 그동안 월급쟁이로 살면서 실무 경험을 쌓기 바빴던 가현씨는 ‘내가 과연 창업할 수 있을까’ 고민에 빠졌어요.

김가현 뉴즈 대표는 2018년 10월 서울 강남 패스트파이브 삼성 2호점에서 열린 글로벌 해커톤 '도라핵스'를 진행했다.

김가현 뉴즈 대표는 2018년 10월 서울 강남 패스트파이브 삼성 2호점에서 열린 글로벌 해커톤 '도라핵스'를 진행했다.

혼자라면 어렵겠지만 YTN 모바일 PD와 아웃스탠딩, 티타임즈 등에서 기자로 활동했던 지윤씨가 함께였죠. 창업의 동기를 부여해준 정지훈 교수도 공동창업자로 힘을 보태기로 했기에 가현씨는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마침 미래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노소영 나비아트센터 관장이 투자의향을 밝혔고, 2020년 5월엔 스타트업 콘텐츠크리에이터 김태용 EO 대표까지 엔젤투자자로 합류했죠. 또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까지 어드바이저로 참여하기로 했고요.

연세대 신학과(신문방송학 복수전공) 출신인 가현씨는 2012년 전남CBS 아나운서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어요. 딱 1명을 뽑는 공채였기에 경력 차이가 큰 선배들과 함께 일했죠. 또래 동료가 없어 다소 외롭기도 했지만 멀티플레이어로서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의 연속이었죠. 가현씨에게 많은 기회를 주고자 했던 보도국장 덕분에 아나운서로서 뉴스 진행뿐만 아니라 기자로서 직접 취재한 꼭지를 주 1회 시사리포트에 전하기도 했고요. 이후 출연자 섭외뿐 아니라 전 과정을 담당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기획을 하면서 PD로서 경험도 쌓았죠.

지난 4월 26일 서울 중구 아트센터나비 타작마당에서 진행된 뉴즈 아이디어 워크숍. 김태우 한중협회 고문이 컨설팅을 맡았다.

지난 4월 26일 서울 중구 아트센터나비 타작마당에서 진행된 뉴즈 아이디어 워크숍. 김태우 한중협회 고문이 컨설팅을 맡았다.

“2014년 퇴사할 때 보도국장님의 말씀이 잊히지 않아요. 저더러 계속 언론, 즉 기자의 길을 갈 것을 조언해 주셨죠. 세상을 따뜻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저 같은 기자도 이 세상엔 꼭 필요하다는 말씀을 하시면서요. 이후 ‘저널리즘은 저널리스트의 삶이다’라는 CBS 변상욱 대기자 말을 미션처럼 마음속에 담고 살았어요.”

2015년엔 ‘아워TV’라는 1인 미디어를 만들어 2030맞춤뉴스를 제작했죠. '우리는 3포세대가 아니다''마포대교-21세기 오작교' 등 2편이 KBS 열린채널에 채택돼 방영되기도 했어요. 이후 잠시 외국계 기업에 취업해 평범한 직장생활을 했지만 일하는 즐거움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고민 끝에 마포FM에 입사해 서울 마포지역 소식을 전하는 생방송 라디오 인턴PD로 다시 시작했죠. 6개월간 매주 2명의 게스트를 섭외해 생방송을 해야 하는 강훈련 끝에 독자적으로 문화뉴스를 전하는 ‘김가현의 컬처앤더시티’를 맡게 됐고 동시에 칼럼도 쓰게 됐어요. 이후 영상분야에 도전해보고 싶어서 KBS ‘우리말겨루기’ 프로그램 외주제작사의 막내PD로 입사해 영상제작PD 경험을 쌓았죠.

마포FM에서 6월 10일 첫 방영한 MZ트렌드 팟캐스트 ‘뉴즈앤더시티’ 썸네일.

마포FM에서 6월 10일 첫 방영한 MZ트렌드 팟캐스트 ‘뉴즈앤더시티’ 썸네일.

“저는 기질상 평범한 직장에서 업무만 하는 것보다 사람을 만나면서 에너지를 얻는 유형이에요. 또 하나 직장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여긴 가치관 중 하나가 하루하루 성장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것이었고요. 아나운서로서 리포팅하는 것과 기자로서 취재하고 기사를 만드는 일, 그리고 영상PD로서 직접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일 모두 제가 좋아하는 일이었고 경험을 통해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어요. 언뜻 보면 한 우물을 파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 모든 활동들이 결국 현재 뉴즈를 창업하는데 모티브가 된 것 같아요. 스티브 잡스의 커넥팅 더 닷츠(Connecting the Dots)라는 말이 딱 제 삶이더라고요.”

뉴즈의 가장 큰 목표는 테크 뉴스의 대중화입니다. 여성 기업가정신(앙트러프러너십)에도 관심이 크죠. 이들은 10년 후쯤 한국의 테크업계를 대표할 만한 여성창업가로 ‘뉴즈’가 꼽히기를 꿈꿔요. 또 뉴즈를 통해 10대들에게 좋은 가치관을 심어주는 역할도 하고 싶고요.

“중·고생들에게 직업이나 진로에 관해 이야기하면 ‘그 직업은 돈을 얼마 벌어요?’라고 되묻는다더라고요. 그만큼 어른들처럼 물질지향적인 가치관에 물들어있다는 거죠. 그런 측면에서 뉴즈의 구독자 연령층에 1020세대가 90% 이상이라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에요. 뉴즈를 통해 돈이 아닌 세상에 대한 좋은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다면 훨씬 의미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김가현(오른쪽) 대표가 마포FM에서틱톡커 ‘나너’와 함께 뉴즈앤더시티를 녹음하고 있다.

김가현(오른쪽) 대표가 마포FM에서틱톡커 ‘나너’와 함께 뉴즈앤더시티를 녹음하고 있다.

테크 미디어는 대체로 AI·빅데이터·블록체인 등 어려운 기술과 미래 트렌드를 다룬다는 특성 때문에 남성 구독자가 더 많습니다. 하지만 뉴즈는 3만7000명의 구독자 중 80%가 여성이고 심지어 1020세대가 압도적이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죠. ‘여성 창업자가 만들고, 여성 구독자가 80%인 테크 미디어’라는 뉴즈의 정체성은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새로운 트렌드 그 자체예요.

“여전히 ‘부모님이 틱톡 많이 하지 말라고 해요’라는 댓글이 많아요. 하지만 저희 채널의 강점은 10대들에게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정보를 기자·아나운서로 활동했던 크리에이터들이 제대로 정리하고 압축해 전달한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뉴즈는 부모님이 같이 보는 채널, 부모님이 더 좋아하시는 채널, 그래서 10대 자녀에게도 안심하고 보여줄 수 있는 채널입니다. 최근에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한 콘텐트를 업로드했는데 10대 구독자들이 당장 부모님한테 알려드려야겠다며 반응이 뜨거웠어요.”

서울산업진흥원과 지난 4월 진행했던 틱톡 라이브.

서울산업진흥원과 지난 4월 진행했던 틱톡 라이브.

법인 설립 4개월째, 아직은 이런저런 테스트를 하며 좋은 경험을 쌓고 있죠. 지난 3월 틱톡코리아로부터 틱톡 라이브 방송 대표 테스트 유저로 선정된 이후 뉴즈는 구독자의 충성도가 높은 채널로 자리 잡았어요. 4~5월에도 서울산업진흥원(SBA)과 함께 코로나19로 힘든 중소기업의 제품을 알리는 라이브방송을 두 차례 진행해 3000~5000명의 시청자가 유입됐죠. 실제로 한 스타트업의 제품은 뉴즈의 틱톡 라이브 방송 후 매출이 두 배 증가하기도 했어요. 이를 통해 뉴즈는 중소기업 제품을 알리는 틈새미디어로서의 가능성까지 확인했죠. 4월에는 총선 관련 큐레이션 서비스 ‘공약쥬스’와 함께 라이브방송을 진행했고, 공약쥬스의 페이지뷰는 전날 대비 1만 뷰가 늘었어요. 5월에는 사랑의열매 재단과 함께한 3회의 기부라이브 방송에서 시청자 1만3000여 명을 달성해 총 6493달러를 기부하기도 했죠. 6월 10일부터는 마포FM 라디오 방송국에서 밀레니얼과 Z세대 트렌드를 전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뉴즈앤더시티’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5월 서울산업진흥원(SBA) R&D지원센터에서코로나19 중소기업 희망 프로젝트를 진행한 모습.

지난 5월 서울산업진흥원(SBA) R&D지원센터에서코로나19 중소기업 희망 프로젝트를 진행한 모습.

“콘텐트 소비 형태가 TV에서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덩달아 모바일 커머스가 대세가 되고 있죠. 뉴즈는 법인화 첫 해인 올해 다양한 B2G 사업에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SBA와 함께 한 중소기업 제품을 알리는 방송에서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로 힘든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의 상품들을 젊은 소비자들에게 소개하는 일을 통해 뉴즈가 더 가치 있는 미디어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글=김은혜 꿈트리 에디터

※’자기주도진로’ 인터뷰는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행하는 자유학기제 웹진 ‘꿈트리(dreamtree.or.kr)’의 주요 콘텐트 중 하나입니다. 무엇이 되겠다(what to be)는 결과 지향적인 진로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겠다(how to live)는 과정 중심의 진로 개척 사례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틀에 박힌 진로가 아닌, 스스로 길을 개척해 나가는 진로 사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현재의 성공 여부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서 행복을 찾고, 남들이 뭐라 하든 스스로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멋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의 길’을 점검해 보길 희망합니다. 꿈트리 ‘자기주도진로’ 인터뷰는 소년중앙과 협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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