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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소통' 원하는 MZ세대 귀를 잡았다…스푼라디오 최혁재 대표

중앙일보

입력

안녕하세요. OOO 님 오늘 하루 비 오는데 어떠셨어요. 인사 한번 해주세요.  

밤 11시. 잔잔한 음악을 배경으로 DJ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청취자는 15명. 시시콜콜한 수다를 떨고, 청취자 고민을 들어주는 목소리에 빠져 있다 보니 자정을 훌쩍 넘겼다. DJ는 팔로워(팬)만 8만명 넘는 스타급인데도, 라이브 방송을 듣는 청취자들이 채팅으로 털어놓는 반응에 세심하다.

이곳에선 이런 라이브 방송이 매일 10만 건 이상 흘러나온다. 한국·일본·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20여개국에서 매달 300만명(MAU)이 DJ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곳이기도 하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오디오계의 유튜브'라 부르는 스푼라디오다. 스푼라디오 사용자의 70% 이상이 18~24세. 최근 일본 라이브 라디오 시장을 2년 만에 평정하고 미국 진출에 나선 최혁재(41) 대표를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스푼라디오 본사에서 만났다.

스푼라디오 최혁재 대표. 스푼라디오 제공

스푼라디오 최혁재 대표. 스푼라디오 제공

MZ세대 사로잡은 스푼라디오

아날로그 감성 충만한 라디오 아이템으로 MZ세대를 사로잡은 비결을 물었다. 최 대표는 대뜸 "돈"이라고 답했다. 스푼라디오는 아프리카TV의 별풍선처럼 DJ에게 스푼(아이템) 후원을 할 수 있다.

최 대표는 "MZ세대는 민감한 나이"이라며 "유튜브나 아프리카TV에서 얼굴 드러내긴 싫고, 좀더 평범하게 목소리나 입담 재능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곳을 찾아 스푼라디오에 오는 것"이라고 했다. 수익을 찾아 DJ가 모여들고, 모여든 DJ가 다양한 방송을 하면서 사용자가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스푼라디오에서 방송하는 스푸너들이 올린 수익은 486억원이다. 스푼라디오 몫인 10% 수수료, 애플이나 구글 등 앱 마켓의 수수료가 30%를 제해도 290억원 이상이 스푸너에게 돌아갔다. 한국에서 최다 수익을 올린 스푸너는 연매출이 10억원이나 됐다. 최 대표는 "1억 이상 수익을 올린 10~20대 스푸너도 수백명"이라고 말했다. 스푼라디오 방송으로 자작곡을 발표해 싱글 음원을 낸 DJ(퓨어라이프)도 있고, MCN(멀티채널네트워크) 계약을 맺은 경우도 있다.

이런 매력으로 스푼라디오에선 사용자의 10%이상이 DJ로 뛰어든다. 매달  한 번 이상 방송하는 DJ만 25만명. 반면 유튜브에선 콘텐츠 생산자로 나서는 이들이 사용자의 2%에 불과하다. 최 대표는 "오디오는 비디오에 비해 크리에이터의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라며 "일단 서비스를 알고 나면 DJ를 해보라고권하지 않아도 사용자들이 방송을 시작힌다"고 했다.

스푼라디오는.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스푼라디오는.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럼 이런 방송을 듣는 이유는 뭘까. 최 대표는 '실시간 연결'을 꼽았다. 기존 온라인 방송에선 방탄소년단(BTS)같은 스타가 방송을 해도 멀리있는 별같은 존재다. 하지만 스푼라디오에선 방송에 참여하는 인원이 평균 20~30명에 불과하다. 최 대표는 "청취자에게 DJ는 오빠나 누나 같은 존재"라며 "쌍방향으로 소소한 이야기를 하며 감성을 채워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푼라디오의 방송 내용은 소통·일상이 40%, 오디오로그(브이로그의 오디오 버전)가 30%로 평범한 내용이 대다수를 차지한다"며 "10대들은 스푼라디오를 켜놓고 다른 SNS를 하다가 스푼라이도에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오면 채팅에 참여하는 식으로 멀티태스킹하는 편"이라고 했다.

일본 잡고, 미국 시장서 글로벌 승부

스푼라디오는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렸다. 비디오 시장의 10분의 1에 불과한 오디오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국내뿐 아니라 해외까지 노려야 했다. 첫 투자유치 3개월 만인 2017년 9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스푼라디오를 선보였다. 이후 2018년 4월 일본, 11월 중동, 지난해 10월 미국까지 6개 지역 20개 국가에 스푼라디오가 진출했다.

최 대표는 "이미 비디오 시장의 싸움은 끝났다. 유튜브가 천하를 통일했다"며 "오디오에선 음악 스트리밍을 제외한 나머지 시장이 세분화 되고 있다"고 말했다. 스포티파이가 장악한 음악스트리밍을 뺀 나머지 오디오 시장에서는 팟캐스트·오디오북에 이어 급성장하는 곳이 라이브 분야. 그는 "이제 막 시장이 형성된 라이브는 우리가 해 볼 만하다고 봤다"며 "빠르면 2~3년안에 라이브 시장의 패권도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푼라디오는.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스푼라디오는.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반년 단위로 동남아, 일본, 중동으로 진출한 스푼라디오는 매출과 투자액 대부분을 마케팅에 쏟아부으며 빠르게 시장을 선점했다. 특히 일본에선 진출 2년 만에 '오디오계의 유튜브'로 불리며 실시간 오디오 방송 앱 1위에 오르기도했다. 일본 IT매체 브릿지는 "스푼라디오를 보면 오디오가 차기 거대 시장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고 평가했다. 지난해말 진출한 미국에서도 반년 만에 월 사용자 30 만명을 넘어서며 순항 중이다.

그는 "스푼라디오 전체 이용자의 70%가 해외 이용자"라며 "올해 일본 매출이 한국을 넘어서고, 2년 이내 미국 매출이 일본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다만, 당분간은 영업적자를 각오하고 있다고 했다. 최 대표는 "한국과 일본은 5월에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했다"며 "당분간 미국 투자를 포함해 시장 규모를 키우는데 집중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10% 왔다. 설국열차 첫 칸으로 달릴 것" 

스푼라디오 최혁재 대표.

스푼라디오 최혁재 대표.

스푼라디오는 지난해 450억원 투자를 유치하며 3000억 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벤처캐피털 업계에선 다음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 이상 스타트업) 후보로 스푼라디오를 꼽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시장이 주춤한 가운데서도 해외 투자자들이 문의가 늘었다고 한다. 창업 당시 100억짜리 회사를 만드는 게 꿈이던 최 대표의 목표도 높아졌다. 올해 목표는 월 사용자 500만 명, 매출 1000억 원이다.

최 대표는 "지금 스푼라디오는 가야할 길의 10%쯤 왔다"며 "창업은 멈추지 않는 설국열차에 타는 일이고, 저도 첫 번째 칸으로 갈 때까지는 멈출 수 없다"고 답했다.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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