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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이 결정하는 검찰총장 권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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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문병주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문병주 사회2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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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령 하나가 대한민국을 술렁이게 하고 있다. ‘그들만의 리그’에서나 관심사인 줄 알았던 검찰청법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이 법을 개정하겠다고 나섰다. 핵심은 검찰총장의 권한에 관한 것이다. 미래통합당은 조수진 의원이 대표로 나서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게 구체적 사건 지휘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긴 개정안을 발의했다. 장관이 유일하게 검찰의 수사를 지휘하는 방식을 규정한 현행법 8조를 수정해 검찰의 완전한 수사독립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은 감찰 담당 검사의 독립성과 직무수행 우선권을 보장하고, 검찰총장이 감찰 사무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것을 막는다는 내용을 담은 검찰청법 개정안을 26일 대표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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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 불법 정치자금 수사 관련 진정 사건이다. 추미애 법무장관은 최근 “(한 전 총리에게 불리하게) 위증을 하도록 검찰이 시켰다”고 주장한 검찰 측 증인에 대한 조사를 대검 감찰부가 담당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징계시효(5년)가 지나 감찰부 소관이 아니다”는 이유로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에 맡겼는데 이런 윤 총장의 행보가 사건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며칠 지나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지시를 받아들였다.

이는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5년 ‘천정배 법무장관-김종빈 총장’ 갈등과 닮은 측면이 있다. 당시 천 장관은 “6·25전쟁은 통일전쟁” 등 발언을 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받던 강정구 동국대 교수에 대해 불구속수사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의 구속수사 의견을 거부한 것이다. 서면으로 내려진 헌장 사상 첫 수사지휘권 행사였다. 지시는 받아들여졌고, 김 총장은 취임 6개월 만에 총장직을 내려놨다.

퇴임사는 강렬했다. “정치가 검찰 수사에 개입하고, 권력과 강자의 외압에 힘없이 굴복하는 검찰을 국민은 결코 바라지 않는다.” 그는 “법무부 장관이 피의자의 구속 여부에 대한 구체적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심히 충격적인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15년 만에 행사된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을 두고 “비대해진 검찰 권력에 대한 경고”라는 해석과 “정권의 검찰 길들이기”라는 비판이 엇갈리고 있다. 또다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는 총장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검찰청법 하나 뜯어고친다고 이런 상황이 재현되지 않을까. 검찰총장의 권한을 어느 선까지 용인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결국 정권이다.

문병주 사회2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