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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도 퍼지는데…사하라 먼지구름, 8000㎞ 건너 美 덮쳤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6일 미 텍사스 휴스턴 도심이 사하라 먼지구름의 영향으로 뿌옇게 보인다. AP=연합뉴스

26일 미 텍사스 휴스턴 도심이 사하라 먼지구름의 영향으로 뿌옇게 보인다. AP=연합뉴스

북아프리카 사하라사막에서 발생한 최악의 먼지구름이 대서양을 건너 미국을 덮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황사까지 겹치면서 현지에선 비상이 걸렸다.

CNN·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사하라사막의 먼지구름은 26일 대서양과 멕시코만을 가로질러 미 남동부에 상륙했다. 이후 황사는 주말 동안 텍사스와 루이지애나, 플로리다주 등 남부에서부터 동부 일대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휴스턴을 비롯한 주요 도시들은 황사의 영향으로 하늘이 잿빛으로 변했다. 초미세먼지(PM2.5)와 미세먼지(PM10) 농도 역시 ‘나쁨’ 수준으로 치솟았다. 황사는 다음 주 중반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50년 만에 찾아온 “고질라 먼지”

21일 지구 밖에서 본 사하라 먼지구름의 모습. NASA/UPI=연합뉴스

21일 지구 밖에서 본 사하라 먼지구름의 모습. NASA/UPI=연합뉴스

사하라 먼지구름은 사하라 사막 상공의 건조한 공기층 때문에 해마다 발생하는 기상 현상이다. 특히 6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기승을 부린다.

사하라 먼지구름은 대서양을 건너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대부분이 바람에 흩어진다. 하지만 올해에는 먼지구름이 이례적으로 두꺼운 층을 형성하면서 8000㎞ 떨어진 미 대륙까지 큰 영향을 미쳤다. 이 때문에 현지에서는 ‘고질라 먼지구름’이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15일부터 25일까지 수오미 NPP 위성에 포착된 사하라 먼지구름의 이동 모습. NASA/NOAA, Colin Seftor

15일부터 25일까지 수오미 NPP 위성에 포착된 사하라 먼지구름의 이동 모습. NASA/NOAA, Colin Seftor

지구관측위성인 수오미 NPP(Suomi NPP)에도 사하라의 먼지구름이 대서양을 건너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 15일 아프리카 대륙에서 발생한 먼지구름은 빠른 속도로 대서양을 가로지르더니 열흘 뒤인 25일 카리브해를 거쳐 미 대륙에 도달했다.

현지 기상학자들은 해마다 황사가 발생하지만, 올해 먼지 구름은 반세기 이래 가장 밀도가 높고 규모도 크다고 분석했다.

NASA의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에서 근무하는 대기 과학자인 콜린 세프터는“사하라 사막의 먼지가 대서양을 가로질러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동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지만, 이번 먼지구름의 크기와 강도는 매우 특이하다”며 “아프리카 대륙에서 또 하나의 커다란 먼지 구름이 밀려오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대서양을 가로지르는 긴 먼지 사슬이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악화” 우려 

24일 쿠바 하바나에서 마스크를 쓴 경찰이 뿌연 시내를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24일 쿠바 하바나에서 마스크를 쓴 경찰이 뿌연 시내를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사하라 먼지구름은 남미 아마존의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카리브해의 해변에 모래를 만들어주는 등 환경적으로 긍정적인 역할도 한다. 문제는 먼지구름이 빠르게 확산 중인 코로나19 사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현지에서는 먼지구름이 천식 등 호흡기 질환을 일으켜 코로나19 확산을 부채질할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한 플로리다와 텍사스주 등이 먼지구름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보스턴 대학의 그레고리 웰니어스 환경보건학 교수는 NBC 인터뷰에서 “대기오염과 코로나19 사이에 잠재적 상호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호흡기 질환자의 증가는 코로나19로 과부하가 걸린 의료 시스템에 더욱 부담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황사가 지나가는 지역의 주민들에게 가급적 실내에 머물면서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엘패소 대학의 토머스 질 교수는 “먼지구름이 지나가는 지역의 주민들은 대기오염 당국의 경보에 특히 주의를 기울이고, 공중보건 권고사항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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