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갈등 국면에서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자 친정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28일 페이스북 글에서 “30년 가까이 법조 부근에 머무르면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광경”이라며 “당혹스럽기까지 해 말문을 잃을 정도”라고 추 장관을 비판했다. 최근 여권에서 추 장관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 발언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 의원은 추 장관을 향해 “단호하고 정중한 표현”을 주문했다. “꼭 거친 언사를 해야만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다. 추 장관이 지난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자신의 발언 태도를 문제 삼는 목소리에 “장관의 언어 품격을 지적한다면 번지수가 틀렸다. (언어) 품격보다 중요한 것은 검찰 개혁과 언론 개혁”이라고 항변한 것을 반박한 것이다. 조 의원은 또 “추 장관이 거친 언사로 검찰개혁과 공수처의 당위성을 역설할수록 논쟁의 중심이 추 장관 언행의 적절성에 집중될 수 있다”며 “당초 의도하신 바와 반대로 나아갈까 두렵다”고 했다.
조 의원은 수일에 걸쳐 고민한 끝에 이 글을 올렸다고 한다. 그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추 장관의 거친 언사가 곧 사그라들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지켜보니 그럴 것 같지 않아 고심 끝에 내 소신을 이야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료 의원들과 의견을 나누진 않았고 순수한 내 개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하 조 의원과의 일문일답.
- 추 장관의 거친 언사에 대한 직접적인 문제제기를 했다.
- 검찰청은 법무부의 외청으로 독립성을 존중해줘야 하는 특수성이 있다. 법무부 장관은 원칙적으로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나 지시를 자제해야 한다.
- 지휘 과정의 문제라기보단 윤석열 총장 개인에 대한 질책 아닌가.
- 특정 사건을 언급하면서 “이것 봐라. 지금 개혁이 제대로 안 되고 있지 않냐”고 지적을 하는 것은 사건에 대한 직·간접적인 지휘로 읽힌다.
- 추 장관은 논란이 될 걸 알면서도 왜 수위 높은 발언을 이어간다고 보나.
- 그 의도를 어찌 내가 알겠나. 다만 초선 의원 포럼(지난 25일)에선 친정(더불어민주당)의 초선 의원들을 앞에 두고 조금 업 된 상태에서 여과 없이 발언한 것 같다.
- 장관은 “언어 품격을 지적하는 거라면 번지수가 틀렸다”고 했다.
- 예를 들어 윤 총장이나 검찰 간부가 그런 말을 했다면 동의할 수 있겠다. 그런데 논란이 된 발언을 한 당사자이자 화자가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건 적절치 않다.
- 장관과 총장 간 갈등이 봉합되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계속 반복될 것 같다.
- 두 분이 직접 만나 대화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과거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도 송광수 전 검찰총장과 갈등을 겪었지만 낮에 함께 식사한 뒤에 팔짱을 끼고 나오지 않았나. 갈등을 외부로 표출할 것이 아니라 두 분이 직접 풀어야 한다.
추 장관이 그간 쓴 거친 언사는 대부분 윤 총장을 향했다. 시작은 지난 1월 검찰 인사 직후 이뤄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였다. 이 자리에서 추 장관은 “검찰총장이 제 명을 거역했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지난 24일 ‘법의 날’ 정부 포상 전수식에선 “권한을 위임받은 취지에 반하도록 조직을 이끌고 있다”며 윤 총장의 리더십을 비판했다.
추 장관은 이튿날 ‘초선의원 혁신 포럼’에서도 윤 총장을 향해 “장관의 말을 겸허히 들으면 좋게 지나갈 일을 새삼 지휘랍시고 일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특히 책상을 쿵쿵 내리치며 “역대 검찰총장 중 이런 말 안 듣는 총장과 일해 본 장관이 없다”고 하는 등 분노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추 장관의 발언 태도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자 여당 내에선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조금씩 커지고 있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감정을 드러낼수록 본질이 흐려진다.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무처리 결과에 대한 지적이 아닌, 개인에 대한 ‘인상 비평’이 계속될수록 검찰 개혁이 장관과 총장의 기싸움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이럴 때일수록 냉정해야 한다. 검찰총장의 태도에 대해 비판과 지적을 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분노로 드러나선 안 된다”며 이성적 대응을 촉구했다. 또 다른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검찰개혁 수위를 높여 강하게 압박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었으면 진작 해결됐을 것”이라며 “정해진 절차와 프로세스에 따라 추진하면 될 뿐 괜한 감정 다툼을 벌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정의당 내에서도 추 장관의 표현 방식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종철 선임대변인은 지난 26일 논평을 통해 “전반적으로 표현이 너무 저급하고 신중치 못하다”며 “검찰개혁의 문제를 (추 장관과 윤 총장) 두 사람의 알력싸움으로 비치게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자신의 지시가 정당하다면 그것을 차분히 설명하는 것이 옳다”며 “초선 의원들을 앞에 두고 한 발언은 요즘 말로 전형적인 꼰대 스타일의 발언”이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