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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잠하다 2m 솟구쳐…딸 구하려던 아빠 앗아간 '바닷속 그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잠잠하다 2m 높이로 치솟는 너울성 파도 

동해안으로 밀려드는 파도. 뉴스1

동해안으로 밀려드는 파도. 뉴스1

지난 27일 오후 1시44분쯤 강원 양양군 하조대 해수욕장. 해안가에서 100m 가량 떨어진 바다에서 관광객 김모(13)양과 그의 아버지(44)가 튜브를 타고 너울성 파도에 휩쓸렸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김양의 아버지는 파도에 밀려 해안과 점점 멀어지는 딸을 구조하려고 했지만, 손을 쓸 수가 없었다. 5분 뒤 딸은 주변 사람들에 의해 구조됐으나 아버지는 출동한 해경에 의해 심정지 상태로 이송돼 사망 판정을 받았다.

하조대 해변 100m 지점서 물놀이 중 사고 #주문진 해수욕장서도 2명 표류 중 구조 #너울성 파도 북동풍 부는 동해서 빈번 #해경 물놀이 사고 대비 순찰 강화

 이 해수욕장은 7월 정식 개장 예정이라 위험을 알리는 안전선이 쳐 있지 않았고, 안전요원도 없었다고 한다. 해경은 아버지 김씨가 튜브를 타고 딸을 구하려고 들어갔다가 튜브가 뒤집히는 바람에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오전 11시 50분쯤 강릉시 주문진해수욕장 앞 해상에서는 물놀이하던 아버지와 아들이 탄 매트리스 튜브가 바다 쪽으로 떠밀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구명조끼를 착용한 아들(12)은 스스로 나왔고, 아버지(48)는 출동한 해경에 의해 구조됐다.

 더위를 피해 해수욕장을 찾는 인파가 많아지면서 너울성파도로 인한 안전사고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너울성 파도는 수심이 깊은 먼바다에서 밀려온 파도가 해안가에 도달한 뒤 갑자기  2~2.5m 높이로 솟구쳐 오는 것을 말한다. 많은 양의 바닷물이 높게 올라왔다가 바다로 쑥 빠져나가기 때문에 한 번 휩쓸리면 나오기 어렵다. 해안 수심이 깊은 강원·경남 동해안쪽에서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강원·경남 동해안 빈번…휩쓸리면 못나와

지난해 11월 전남 고흥군 해상에서 선원 3명이 탄 어선이 너울성 파도에 전복돼 민간어선이 구조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전남 고흥군 해상에서 선원 3명이 탄 어선이 너울성 파도에 전복돼 민간어선이 구조했다. 연합뉴스

 한윤덕 강원지방기상청 예보과장은 “너울성 파도는 일반 파도보다 파주기가 길기 때문에 파도가 가진 에너지가 크다”며 “먼바다에서 울렁거리던 파도가 갑자기 2m 이상 높이로 들이닥쳐 예측하기가 매우 힘들다. 파주기는 일반 파도가 7초 이하인데 반해 너울은 10초 이상으로 파도가 치는 주기가 길다”고 설명했다.

 동해안에 너울성 파도가 빈번한 이유는 바람과 관계가 깊다. 한 과장은 “동해 상에 강한 북동풍 계열의 바람이 지속해서 부는 경우에 너울이 잘 발생한다”며 “동해에서 1000㎞ 이상 떨어진 연해주 바다에서 파도가 긴 시간을 갖고 동풍을 받으며 한반도로 넘어올 경우 너울성 파도가 크게 칠 수 있다”고 말했다.

 너울성 파도는 먼바다에서 특별하게 관측되지 않다가 해안가에서 갑자기 높은 파도가 다가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예보가 어렵고 대피하기도 어렵다. 갯바위나 방파제에서 낚시하다가 이 너울성 파도에 휩쓸려가는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레저보트 뒤집고, 파도에 떠밀려 고립되기도 

너울성 파도가 높게 치는 강원 강릉시의 한 해안도로에서 차량이 서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너울성 파도가 높게 치는 강원 강릉시의 한 해안도로에서 차량이 서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경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강릉시 소돌 해변에서 너울성 파도에 휩쓸려 표류하던 남성 2명을 구조됐다. 이들은 일행 4명과 함께 물놀이하던 중 너울성 파도에 떠밀려 갔으며, 이를 발견한 인근 주민이 해경에 신고해서 목숨을 건졌다. 같은 달 강원 양양군 하조대 해변에서도 물놀이 중 너울성 파도에 떠밀려 바닷가 갯바위에 고립됐던 피서객 2명이 구조됐다. 지난해 6월 17일 부산 구덕포 앞바다에서 너울성 파도를 맞은 레저보트가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부산해양경찰서에 따르면 당시 40대 남성 2명이 낚시를 하기 위해 미포항에서 레저보트(0.31t)를 타고 송정 앞바다로 이동하던 중 구덕포 남동방 0.75km 해상에서 너울성 파도에 전복됐다.

속초해경 관계자는 “주말을 맞아 동해안으로 많은 인파가 몰리고 있다”면서 “현재 바람과 너울성 파도로 인한 물놀이 사고에 대비해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종권 기자, 양양=박진호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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