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시 A 유치원에서 발생한 집단 식중독 사고의 원인이 미궁에 빠졌다. 지금까지 진행한 남은 보존식과 유치원 조리기구 등에서는 장 출혈성 대장균이 발견되지 않아서다. 보건당국은 이 유치원이 보관하지 않았던 음식 6건이 식중독의 원인일 가능성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하고 있지만 조사가 어려운 상황이라 유치원의 교육 과정까지 들여다보고 있다.
28일 안산시 등에 따르면 지난 27일 낮 12시 현재 A유치원과 관련된 식중독 유증상자는 111명 중 57명의 원아와 종사자, 가족 접촉자 57명이 장 출혈성 대장균 감염증 환자로 확진됐다. 현재 입원 중인 22명(원아 20명, 가족 2명) 중 15명은 장 출혈성 대장균의 합병증이자 일명 '햄버거병'으로 불리는 용혈성 요독증후군(HUS) 의심 증상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 중 4명은 투석 치료까지 받고 있다.
조리기구나 원내선 대장균 발견 안 돼
이 유치원에서 처음으로 식중독 유증상자가 나온 것은 지난 12일 오후부터다. 원생 1명이 복통 등 이상 증상을 보였다. 지난 16일 유치원 측이 보건당국에 신고했을 당시엔 유증상자는 10여명으로 늘어났다. 안산시 등이 이 유치원을 다니는 모든 원아와 교사, 조리 종사자, 환자 가족 등 202명을 대상으로 진단검사를 한 결과 절반 이상인 111명이 식중독 증상을 보였다.
하지만 식중독 사고 원인은 여전히 미궁이다. 안산시는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이 유치원에서 보관하고 있던 보존식과 유치원 내 조리기구, 문고리, 교실, 화장실, 식재료 납품업체 조리기구 등 모두 104건의 환경 검체를 채취했다. 하지만 전부 대장균이 검출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이 유치원이 궁중떡볶이(10일 간식), 우엉채 조림(11일 점심), 찐 감자와 수박(11일 간식), 프렌치토스트(12일 간식), 아욱 된장국(15일 점심), 군만두와 바나나(15일 간식) 등 6건의 보존식을 보관하지 않은 점을 확인하고 과태료 50만원을 부과했다.
보존식은 식중독 등이 생길 것을 대비해 각 시설에서 의무적으로 음식 재료를 남겨 144시간 동안 보관하는 것을 말한다. A유치원 원장은 "보존식을 고의로 폐기한 것이 아니라 모르고 그랬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보건당국은 식중독의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이 유치원의 학습 프로그램 등도 살펴보기로 했다. 유치원이 보관하지 않은 보존식 6건이 식중독의 원인일 수도 있지만, 흙이나 물 등을 만지는 과정에서도 대장균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산 상록수보건소 관계자는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부모들, 경찰에 원장 고소…유치원 8일까지 폐쇄
A유치원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된다. 학부모 6명은 식품위생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상 등 혐의로 A유치원 원장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A유치원이 보존식 일부를 보관하지 않은 것이 증거 인멸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철저한 사고 원인 규명을 요구했다. 학부모 한 명은 이날 대표자 자격으로 고소인 조사를 받았다.
앞서 시민단체인 '정치하는 엄마들'도 지난 26일 수원지검 안산지청에 A유치원을 업무상과실치상 및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었다.
A유치원의 폐쇄 조치 기간도 연장된다. 당초 이 유치원은 오는 30일까지만 폐쇄 조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식중독 유증상자가 속출하자 경기도교육청, 안산교육지원청 등은 A유치원과 협의해 등원 시기 등을 다시 결정하기로 했다.
이에 안산시는 이날 A유치원에 내린 일시적 폐쇄 명령을 다음 달 8일까지 연장했다.
경기도교육청과 안산시 관계자는 "식중독 사고 원인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개원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