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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 천국' 장마···걸리면 절반 죽는 무서운 병도 이때 생긴다

중앙일보

입력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면서 꿉꿉한 날이 계속된다. 이런 장마철에는 온도와 습도가 높아 각종 세균과 곰팡이가 번식하기 쉽다. 서울아산병원의 도움말을 받아 건강한 장마철을 보내기 위한 꿀팁을 정리해봤다.

고온다습으로 세균·곰팡이 번식 쉬워 #세균감염·피부질환·통증 관리 힘써야

습도 최대 90%까지…식중독 주의보 

장마철에는 우선 음식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음식물이 상하기 쉬워 식중독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 안산 한 유치원에서 집단 발병한 식중독 사고 역시 식재료 등에 문제가 있었을 개연성을 놓고 당국이 역학조사 중이다.

평균 습도가 60% 이상 되면 세균은 1.3배, 곰팡이는 3배 정도 많아진다고 알려졌다. 장마철엔 습도가 최대 90%까지 높아진다.

한 고등학교 학생식당 조리실. 뉴스1

한 고등학교 학생식당 조리실. 뉴스1

정지원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장마 기간에만 사는 세균은 없지만, 장마철엔 고온다습한 날씨의 영향으로 세균의 번식 속도가 빠르다”며 “햇빛의 자외선 양이 장마철에 줄어드는 것도 세균이 활발한 활동을 하는데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수해가 발생한 지역에서는 수돗물 공급 중단 등으로 위생상태가 불량해질 수도 있다.

식중독 중에서도 포도상구균, 살모넬라균, 이질균, 장염비브리오균 등 세균에 의한 세균성 식중독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

식중독균에 오염된 음식을 먹은 후 몇 시간 내 오심과 구토, 복통, 설사 등이 나타난다. 별다른 치료 없이 2~3일 지나면 자연스럽게 호전되지만, 소아나 노약자는 탈수로 이어질 수 있어 물을 많이 마시게 해야 한다.

정 교수는 “설사가 지속하거나 탈수 증상이 있으면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함부로 지사제를 먹는 것은 피해야 한다. 장 속 독소배출이 늦어질 수 있어서다.

행정안전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0~2019년 10년 간 3101건의 식중독 사고로 6만7270명이 병원 신세를 졌다. 뉴시스

행정안전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0~2019년 10년 간 3101건의 식중독 사고로 6만7270명이 병원 신세를 졌다. 뉴시스

비브리오 패혈증은 여름철 전염병 중 가장 무서운 병이다. 치료해도 환자의 절반 이상이 사망한다. 바닷물에서 서식하는 비브리오균은 해수 온도가 올라가면서 여름에 급격히 증식한다.

통상 균이 한두 마리 몸에 들어간다고 발병하는 것은 아니다. 대개 10만개 정도가 침입해야 발병한다. 만성간염이나 간경변증 환자가 생선회, 생굴 등 날 해산물을 먹고 많이 발생한다. 간염 등 지병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해산물을 익혀서 먹어야 한다.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선 음식의 선택·조리·보관 과정을 적절히 관리해야 한다. 정 교수는 “세균은 주로 섭씨 0~60도에서 번식한다”며 “저장은 4도 이하에서, 가열은 60도 이상에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리된 음식을 섭취하되 가능한 한 즉시 먹는 게 좋다고 정 교수는 조언했다.

물은 반드시 끓여 마시고 채소와 과일 등은 흐르는 물에 세척한 뒤 섭취한다. 손 씻기 등 철저한 개인위생도 중요하다. 손에 상처가 있는 사람은 음식을 조리할 때 주의해야 한다. 황색포도상구균에 오염돼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하수나 약수, 우물물을 마시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무좀·완선 등 피부 세균감염 주의

장마철엔 피부에 미생물이 잘 번식할 수 있기 때문에 피부병에 걸리지 않도록 청결에 신경 써야 한다. 특히 성인에게서 곰팡이성 질환인 무좀이 잘 발생할 수 있다.

장마철엔 피부에 미생물이 잘 번식할 수 있기 때문에 피부병에 걸리지 않도록 청결에 신경 써야 한다. 특히 성인에게서 곰팡이성 질환인 무좀이 잘 발생할 수 있다. 중앙포토

장마철엔 피부에 미생물이 잘 번식할 수 있기 때문에 피부병에 걸리지 않도록 청결에 신경 써야 한다. 특히 성인에게서 곰팡이성 질환인 무좀이 잘 발생할 수 있다. 중앙포토

이우진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교수는 “비와 땀 속에 섞여 있는 여러 가지 화학물질과 불순물에 의해 피부가 손상될 우려가 높다”며 “장마철에 자주 발생하는 피부 감염성 질환으로 무좀과 사타구니 부위의 완선, 그리고 간찰진(습진성 피부염) 등을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무좀은 진물과 악취, 가려움증을 유발하며 대부분 적절한 항진균제 연고를 한 달 정도 바르면 치료될 수 있다.

무좀균은 고온다습하고 피부가 밀폐된 조건에서 잘 번식하기 때문에 신발과 옷 등을 젖은 상태로 놔두지 말고 충분히 말리는 게 중요하다.

남성의 경우 사타구니 부위에 생기는 무좀인 완선이 잘 발생한다. 통상 발의 무좀균이 옮겨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땀을 잘 닦아주고 샤워 후에도 항상 마른 상태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두 피부 면이 맞닿은 무릎 뒤, 손가락 사이, 엉덩이, 가랑이 사이, 발가락 사이 등에 생기는 습진성 피부염인 간찰진도 주의해야 한다.

이 교수는 “빗물과 접촉한 후 씻지 않고 오랫동안 방치하면 빗물에 섞여 있는 각종 화학물질이 피부를 자극한다”며 “피부가 접히는 부위는 습하지 않게 관리하고 시원한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증·부기 심해지는 관절 

관절염이 있는 사람은 장마철이 괴롭다. 높은 습도와 저기압 영향으로 관절 내 압력이 커져 통증과 부기가 심해지기 때문이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류마티스관절염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장마철이 끼여 있는 7월에 8만1876명으로 가장 많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류마티스관절염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장마철이 껴 있는 7월에 8만1876명으로 가장 많았다. 사진 pixabay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류마티스관절염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장마철이 껴 있는 7월에 8만1876명으로 가장 많았다. 사진 pixabay

김원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평소 인체 내부 관절과 평행을 유지하던 압력에 불균형이 생긴다”며 “관절 내 활액막에 분포한 신경이 압박을 받아 통증이 발생한다. 높은 습도도 근육을 자극한다”고 말했다.

냉방기를 장시간 켜두면 통증이 더 심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차가운 바람이 관절 주변 근육을 긴장시켜 신경을 압박해서다. 김 교수는 “냉방기를 직접 조작할 수 없는 장소라면, 긴 소매의 겉옷이나 무릎담요로 찬바람 노출을 줄이라”며“실내외 온도 차는 5도 이상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쪼그려 앉거나 뛰는 등 관절에 힘이 가해지는 운동을 삼가야 한다. 찜질은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증상이 악화하면 참지 말고 진통소염제를 먹는 게 좋다.

김 교수는 “장마철에 아프다고 방안에만 있기보다는 스트레칭이나 걷기 운동을 하면서 관절의 유연성을 유지하는 게 좋다”며 “적절한 운동을 하면 관절 통증이 경감된다”고 강조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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