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초선 의원 따로 만나는 박용진 "꼬붕·가방모찌 되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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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선이 계파에 소속되어 중진의 ‘꼬붕’ ‘가방모찌’가 돼선 안 된다.”

더불어민주당 내 소신파로 분류되는 박용진 의원은 지난 24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82명 민주당 초선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박 의원은 “어느 계파 사람으로 규정 받지 말라”며 “그렇게 되면 본인을 선출해준 국민 기대에 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어느 파 아니세요’라는 질문을 들으면 불에 덴 듯한 모욕감을 느껴야 정상”이라고도 했다. 8월 전당대회를 앞둔 당내 '줄서기’ 기류를 꼬집은 거다.

박 의원은 지난해 8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 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거취) 결단이 불가피하다”고 말해 친(親)조국 지지자들로부터 문자 폭탄에 시달렸다. 박 의원은 “문자 폭탄이라도 저에게 의견을 전달하는 통로”라며 “쌍욕이나 비난성 문자는 오히려 신경을 안 쓴다”고 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을 향한 발언의 진의(眞意)는.

남북은 대화의 파트너여서 상대에 대한 예우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노골적인 언사를 하더라. 그런데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은 국민 입장에서 보면 자존심 상한 일이다. (※박 의원은 지난 6일 김 부부장을 향해 “종이 떼기 몇장(대북전단) 가지고 체제가 흔들릴 정도면 반성 좀 해야 한다”고 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24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금태섭 전 의원에 대한 당의 징계는 어떻게 보나

과하다고 본다. 정치인의 소신투표는 헌법적 권한이다. 당원 징계항목을 국회의원에게 적용하는 건 맞지 않는다. 공수처 투표 당시에 본회의에 불출석했거나, 출석했지만 투표하지 않은 이는 당론 위배인가 아닌가.

문자 폭탄을 많이 받았는데.

요즘 뜸해졌다. 당원이든 비당원이든, 문자 폭탄도 그분들이 저에게 의견을 전달하는 통로라고 생각한다. 쌍욕을 전달하더라도 그분들의 권한이다. 다만 진중하게 의견을 전달하면 저도 고민해볼 수 있지만, 쌍욕을 하거나 ‘당을 나가라, 너는 미래통합당으로 가는 게 맞겠다’는 비난성 문자는 제가 굳이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박 의원은 정치 첫발을 진보정당에서 시작했다. 1997년 ‘건설국민승리21’(민주노동당 전신)에 가입했고 16대 총선에선 민주노동당 소속, 18대 총선에선 진보신당 소속으로 서울 강북을에 도전했다가 낙선했다. 민주당에 합류한 건 2011년 민주통합당(민주당 전신)에 들어오면서다. 이후 박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서울 강북을에 출마해 당선됐고 4·15 총선에선 서울 최고 득표율인 64.45%를 얻으면서 안홍렬 통합당 후보를 꺾고 재선에 성공했다.

지난 2018년 10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용진 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토론회 개최를 반대하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회원들에게 박 의원이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박 의원이 추진한 사립유치원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유치원3법'은 한유총 반발에도 올해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연합뉴스]

소신 있는 민주당 의원이 적다는 얘기가 있다.

다른 의원을 평가할 생각은 없다. 다만 상식과 국민 눈높이에서 정치해야 하고 그 기준으로 국민과 대화하고 세상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초선 의원에 대한 조언은.

특정 계파 사람으로 규정 받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 여기서 말하는 계파는 옛날 정치방식으로는 ‘꼬붕’, ‘가방모찌’(부하를 뜻하는 비속어)다. 계파 보스를 따라다니는 정치를 하면 본인을 선출해 준 국민 기대에 반하는 거라고 본다. ‘의원님 어느 파 아니세요’라는 얘길 들으면 불에 덴 듯이 모욕감을 느껴야 한다. 비판 없이 끌려다녀선 안 된다. 제가 초선 때 유치원3법을 통과시킨 것처럼 임기 중 꼭 해야 하는 한 가지는 정해서 뚝심 있게 추진했으면 한다.

박 의원은 민주당 초선 중 안면이 없었던 56명에게 ‘따로 만나자’고 제의하고 있다. 3주 전부터 최근까지 14명을 따로 만나 점심을 함께하거나 차를 마셨다.